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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사이트] 출산율을 방어하는 나라들의 공통 전략	2025-12-08 14:02
초저출산이 세계적인 흐름이 된 가운데, 일부 국가는 출산율을 일정 수준 이상에서 방어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정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육·교육을 도로·철도처럼 '국가 인프라'로 간주하고,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개인 대신 국가와 기업이 나눠 부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 프랑스, 크레슈(국공립 보육)와 조기교육이 출산율을 지탱 프랑스는 출산율 반등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많은 이들이 PACS(사실혼 제도)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출산율을 떠받친 힘은 국공립 보육센터 '크레슈(creche)'입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키운다"는 말을 체감할 정도입니다. 생후 몇 개월의 영아라도 공공 보육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보육료는 소득에 따라 책정돼 중산층·저소득층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한 프랑스 학부모는 현지 언론에 "직장을 그만두는 건 오히려 비합리적인 선택"이라며 "보육 시스템 덕에 첫째·둘째 간격을 2년 이내로 좁히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미혼모·맞벌이·한부모 가정 등 가족 형태에 관계없이 동일한 보육 지원을 제공해 출산을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 북유럽, 여성이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 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보육을 국가책임제에 가깝게 운영합니다.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은 이미 국제적 모범 사례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복귀 후 경력 손실이 없다"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기업들이 육아휴직자를 대신할 임시 인력을 지원받고, 휴직 후 동일직장·동일임금으로 복귀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됩니다. 그중에서도 스웨덴은 아빠 출산휴가 의무화로 유명합니다. 부부가 나눠 쓰는 '부모 휴가(Parental leave)' 가운데 최소 90일은 아버지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해당 기간이 소멸됩니다. 이 제도 도입 후 스웨덴에서는 남성 육아 시간 급증, 맞벌이 안정성 확대, 둘째·셋째 출산 비율 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할수록 출산율이 오르고 이혼율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공식 정책자료에 인용하고 있습니다. ◇ 독일, '출산은 경제적 손실' 인식을 뒤집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저출산 국가 중 하나였던 독일은 육아휴직 급여를 대폭 상향하며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지난 2007년 개편된 '엘테어겔트(부모수당·Elterngeld)' 제도에 따라 부모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이전 임금의 67%까지 국가에서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저소득층은 최대 100% 가까이 보전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책 시행 초기 독일 언론은 "출산이 가계 파탄의 시작이 아니라 오히려 지원의 문을 여는 시점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오랜 기간 1.3대에 머물던 구간을 벗어나 1.5 안팎까지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출산율을 방어한 나라들은 모두 출산을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국가·기업·사회가 함께 부담하는 프로젝트로 취급했습니다. 이른바 '비용 상쇄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 출산 전후 휴가를 법으로 보장 - 육아휴직 기간 급여를 소득 기반으로 보전 - 직장 복귀 시 경력 단절 방지 - 저렴하거나 무상에 가까운 보육·교육 제공 - 아빠 육아 참여 의무화로 가사·육아 부담 분산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할 때, 결혼과 출산은 개인에게 '비용 증가'가 아니라 '비용을 상쇄하거나 오히려 혜택을 얻는 선택'으로 바뀌고, 출산율 방어 효과가 나타납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높거나 방어에 성공한 국가는 예외 없이 일-가정 양립을 국가와 기업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보육·교육·휴가·급여 체계 등 핵심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 현금 지원이나 일회성 대책만으로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국가는 보육을 SOC(사회간접자본)로, 출산·양육을 사회가 투자해야 하는 미래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합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손해 보지 않는 선택'이 될 때, 초저출산의 흐름은 바뀔 것입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

[CEO인사이트] 출산율을 방어하는 나라들의 공통 전략

2025-12-08 14:02

초저출산이 세계적인 흐름이 된 가운데, 일부 국가는 출산율을 일정 수준 이상에서 방어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정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육·교육을 도로·철도처럼 '국가 인프라'로 간주하고,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개인 대신 국가와 기업이 나눠 부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 프랑스, 크레슈(국공립 보육)와 조기교육이 출산율을 지탱

프랑스는 출산율 반등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많은 이들이 PACS(사실혼 제도)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출산율을 떠받친 힘은 국공립 보육센터 '크레슈(creche)'입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키운다"는 말을 체감할 정도입니다.

생후 몇 개월의 영아라도 공공 보육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보육료는 소득에 따라 책정돼 중산층·저소득층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한 프랑스 학부모는 현지 언론에 "직장을 그만두는 건 오히려 비합리적인 선택"이라며 "보육 시스템 덕에 첫째·둘째 간격을 2년 이내로 좁히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미혼모·맞벌이·한부모 가정 등 가족 형태에 관계없이 동일한 보육 지원을 제공해 출산을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 북유럽, 여성이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

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보육을 국가책임제에 가깝게 운영합니다.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은 이미 국제적 모범 사례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복귀 후 경력 손실이 없다"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기업들이 육아휴직자를 대신할 임시 인력을 지원받고, 휴직 후 동일직장·동일임금으로 복귀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됩니다.

그중에서도 스웨덴은 아빠 출산휴가 의무화로 유명합니다.

부부가 나눠 쓰는 '부모 휴가(Parental leave)' 가운데 최소 90일은 아버지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해당 기간이 소멸됩니다.

이 제도 도입 후 스웨덴에서는 남성 육아 시간 급증, 맞벌이 안정성 확대, 둘째·셋째 출산 비율 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할수록 출산율이 오르고 이혼율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공식 정책자료에 인용하고 있습니다.

◇ 독일, '출산은 경제적 손실' 인식을 뒤집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저출산 국가 중 하나였던 독일은 육아휴직 급여를 대폭 상향하며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지난 2007년 개편된 '엘테어겔트(부모수당·Elterngeld)' 제도에 따라 부모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이전 임금의 67%까지 국가에서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저소득층은 최대 100% 가까이 보전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책 시행 초기 독일 언론은 "출산이 가계 파탄의 시작이 아니라 오히려 지원의 문을 여는 시점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오랜 기간 1.3대에 머물던 구간을 벗어나 1.5 안팎까지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출산율을 방어한 나라들은 모두 출산을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국가·기업·사회가 함께 부담하는 프로젝트로 취급했습니다.

이른바 '비용 상쇄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 출산 전후 휴가를 법으로 보장
- 육아휴직 기간 급여를 소득 기반으로 보전
- 직장 복귀 시 경력 단절 방지
- 저렴하거나 무상에 가까운 보육·교육 제공
- 아빠 육아 참여 의무화로 가사·육아 부담 분산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할 때, 결혼과 출산은 개인에게 '비용 증가'가 아니라 '비용을 상쇄하거나 오히려 혜택을 얻는 선택'으로 바뀌고, 출산율 방어 효과가 나타납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높거나 방어에 성공한 국가는 예외 없이 일-가정 양립을 국가와 기업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보육·교육·휴가·급여 체계 등 핵심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 현금 지원이나 일회성 대책만으로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국가는 보육을 SOC(사회간접자본)로, 출산·양육을 사회가 투자해야 하는 미래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합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손해 보지 않는 선택'이 될 때, 초저출산의 흐름은 바뀔 것입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