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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커피 한잔값 생색내려, 7천억 적자 만들어도 되나 [기자24시]	2025-11-24 10:02
현대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의 긴장 관계 속에서 이어져 왔다. 자유가 보장된 시장에서의 가격인 ‘보이지 않는 손’과 정부의 개입인 ‘보이는 손’이 균형을 이룰 때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최근 국내 차보험 시장에서는 위의 두 가지 외에 세 번째 손이 자원의 분배를 시도하고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척해야 하는 손’이다. 세 번째 손이 가격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은 은밀하다. 정부는 상생금융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손해보험사에 전달한다. 물가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메시지 전파 대상에는 차 보험료 담당자도 있다. 하지만 그 말에 ‘요금을 내리라’는 식의 직접적 압박이 포함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보험료 인하 계획이 있는지 포괄적으로 묻는다. 보험사에서는 눈치껏 알아듣는다. 정부가 공식 채널을 통해 상생금융을 강조해왔으니, 비공식 루트를 통해 전해진 질문도 상생과 연결됐으리라고 헤아리는 것이다. 다만 보험료에 관한 공식적 요구가 있었던 건 아니니 보험사에서도 자발적 고통 분담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가격표 앞을 오가는 손을 봤지만 보이지 않는 척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2022년부터 매년 보험료를 내려왔다. 첫 2년 사이엔 큰 문제는 아니었다. 코로나19에 따라 차 운행량이 줄면서 차 사고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차보험 시장에서 연간 5000억원 상당의 순익이 났다. 이후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되면서 자가용 이용이 늘었고 사고율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4년 연속 인하한 보험료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었고 작년엔 차보험 시장이 적자로 전환했다. 세 번째 손은 내년에도 차보험료 인하를 기대하는 인상이다. 물론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면 정부는 가격에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차보험 시장에서는 7000억원 안팎의 손해가 예상된다. 차보험료를 1% 내림으로써 개인이 누리는 혜택은 연간 5000원이다. 커피 한 잔 값을 아껴주느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저하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이것이 자원의 효율적 분배인지 세 번째 손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에 커피 한잔값 생색내려, 7천억 적자 만들어도 되나 [기자24시]

2025-11-24 10:02

현대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의 긴장 관계 속에서 이어져 왔다. 자유가 보장된 시장에서의 가격인 ‘보이지 않는 손’과 정부의 개입인 ‘보이는 손’이 균형을 이룰 때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최근 국내 차보험 시장에서는 위의 두 가지 외에 세 번째 손이 자원의 분배를 시도하고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척해야 하는 손’이다.

세 번째 손이 가격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은 은밀하다. 정부는 상생금융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손해보험사에 전달한다. 물가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메시지 전파 대상에는 차 보험료 담당자도 있다. 하지만 그 말에 ‘요금을 내리라’는 식의 직접적 압박이 포함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보험료 인하 계획이 있는지 포괄적으로 묻는다.
보험사에서는 눈치껏 알아듣는다. 정부가 공식 채널을 통해 상생금융을 강조해왔으니, 비공식 루트를 통해 전해진 질문도 상생과 연결됐으리라고 헤아리는 것이다. 다만 보험료에 관한 공식적 요구가 있었던 건 아니니 보험사에서도 자발적 고통 분담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가격표 앞을 오가는 손을 봤지만 보이지 않는 척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2022년부터 매년 보험료를 내려왔다. 첫 2년 사이엔 큰 문제는 아니었다. 코로나19에 따라 차 운행량이 줄면서 차 사고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차보험 시장에서 연간 5000억원 상당의 순익이 났다. 이후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되면서 자가용 이용이 늘었고 사고율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4년 연속 인하한 보험료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었고 작년엔 차보험 시장이 적자로 전환했다.
세 번째 손은 내년에도 차보험료 인하를 기대하는 인상이다. 물론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면 정부는 가격에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차보험 시장에서는 7000억원 안팎의 손해가 예상된다. 차보험료를 1% 내림으로써 개인이 누리는 혜택은 연간 5000원이다. 커피 한 잔 값을 아껴주느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저하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이것이 자원의 효율적 분배인지 세 번째 손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