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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없는 무역 첫발…"뉴욕서 원화로 받아"	2025-11-09 19:34
정부가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선 까닭은 급락하고 있는 달러당 원화값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한국 증시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시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번 시스템 구축이 원화 국제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것은, 애플이나 엔비디아가 JP모건 뉴욕지점에 원화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면서 "무역 결제를 원화로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원화 국제화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국내 무역결제에서 원화 비중은 낮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 대금 중 원화결제 비중은 2.7%로 2023년 2.8%보다 오히려 0.1%포인트 하락했다. 수입대금 원화 결제 비중 역시 6.3%로 전년 6.7% 대비 0.4%포인트 낮아졌다. 대다수 한국 기업이 무역결제를 할 때 달러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달러 결제는 환전할 때마다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다. 같은 1억달러라도 달러당 원화값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하락하면, 달러 환전에 필요한 원화가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500억원 늘어난다. 환율 때문에 환손실만 500억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애플이나 엔비디아와 같은 외국 기업 역시 원화를 받으면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다. 달러당 원화값이 1000원일 때 1억달러어치를 수출하면 1000억원을 받는다. 하지만 원화가 약세가 돼 원화값이 1500원까지 떨어지면 1000억원을 달러로 바꿔 봐야 6666만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외 원화계좌 제도가 도입되면 한국과 거래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환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SK에 판매하고 원화 3조원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은 엔비디아 코리아가 원화로 받아도 전부 달러로 환전해 미국으로 보낸다. 판매 시점과 환전 시점에서 환율이 다르면 환리스크에 노출된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뉴욕 JP모건에 원화계좌를 열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엔비디아 코리아는 원화 3조원을 JP모건 뉴욕 원화계좌로 옮길 수 있다. 엔비디아는 이런 식으로 GPU 26만장 판매 대금을 원화로 받아 보관하다가 SK하 이닉스나 삼성전자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구매할 때 원화로 지급하면 환율 리스크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이런 거래가 확대되면 원화 국제화가 자동으로 가능해지고, 원화 환율도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해외 원화계좌 도입은 외국인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투자 접근성도 크게 개선한다. 지금은 기관들의 경우 한국 증시에 달러를 들고 와서 투자할 수 있지만 외국인 개인 투자자는 거래 자체가 되지 않는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 자유롭게 투자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해외 원화계좌가 도입되면 미국 개인투자자 역시 한국 삼성전자나 SK하 이닉스, 현대차 등 개별 주식 투자가 수월해진다. 이번에 원화계좌까지 도입되면 국내 증시에 외국인 개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있어서 외국인 투자 접근성 개선은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문지웅 기자 /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환전없는 무역 첫발…"뉴욕서 원화로 받아"

2025-11-09 19:34

정부가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선 까닭은 급락하고 있는 달러당 원화값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한국 증시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시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번 시스템 구축이 원화 국제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것은, 애플이나 엔비디아가 JP모건 뉴욕지점에 원화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면서 "무역 결제를 원화로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원화 국제화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국내 무역결제에서 원화 비중은 낮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 대금 중 원화결제 비중은 2.7%로 2023년 2.8%보다 오히려 0.1%포인트 하락했다. 수입대금 원화 결제 비중 역시 6.3%로 전년 6.7% 대비 0.4%포인트 낮아졌다. 대다수 한국 기업이 무역결제를 할 때 달러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달러 결제는 환전할 때마다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다. 같은 1억달러라도 달러당 원화값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하락하면, 달러 환전에 필요한 원화가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500억원 늘어난다. 환율 때문에 환손실만 500억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애플이나 엔비디아와 같은 외국 기업 역시 원화를 받으면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다. 달러당 원화값이 1000원일 때 1억달러어치를 수출하면 1000억원을 받는다. 하지만 원화가 약세가 돼 원화값이 1500원까지 떨어지면 1000억원을 달러로 바꿔 봐야 6666만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외 원화계좌 제도가 도입되면 한국과 거래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환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SK에 판매하고 원화 3조원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은 엔비디아 코리아가 원화로 받아도 전부 달러로 환전해 미국으로 보낸다. 판매 시점과 환전 시점에서 환율이 다르면 환리스크에 노출된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뉴욕 JP모건에 원화계좌를 열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엔비디아 코리아는 원화 3조원을 JP모건 뉴욕 원화계좌로 옮길 수 있다. 엔비디아는 이런 식으로 GPU 26만장 판매 대금을 원화로 받아 보관하다가 SK하 이닉스나 삼성전자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구매할 때 원화로 지급하면 환율 리스크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이런 거래가 확대되면 원화 국제화가 자동으로 가능해지고, 원화 환율도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해외 원화계좌 도입은 외국인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투자 접근성도 크게 개선한다. 지금은 기관들의 경우 한국 증시에 달러를 들고 와서 투자할 수 있지만 외국인 개인 투자자는 거래 자체가 되지 않는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 자유롭게 투자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해외 원화계좌가 도입되면 미국 개인투자자 역시 한국 삼성전자나 SK하 이닉스, 현대차 등 개별 주식 투자가 수월해진다. 이번에 원화계좌까지 도입되면 국내 증시에 외국인 개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있어서 외국인 투자 접근성 개선은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문지웅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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