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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놓친다”…잠자는 토큰증권법, 미래 금융의 발목 잡나	2025-09-30 16:23
30일 국회서 제3회 AI-DX 미래포럼 개최…디지털자산 토론 “기관·법인 참여 막는 낡은 규제 시급”…시장 참여자들 한목소리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화주권 방어’ 넘어 ‘산업 인프라’로 접근해야 토큰증권 법제화부터 망분리 완화까지…과제 산적 정치권과 금융권, 학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K-디지털금융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에서 늦어지는 토큰증권 법제화 등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허영·안도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최로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회 AI-DX 미래포럼’에 참석한 디지털자산 전문가들은 혁신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 체계를 시급히 개선하고,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허영 의원은 “대한민국 금융산업은 AI, 데이터,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이 금융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디지털 대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며 “금융안정과 혁신 촉진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교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도걸 의원 역시 “제조업 중심 경제가 한계에 봉착한 지금, 금융업의 고도화가 요구된다”며 “디지털금융과 스테이블코인은 우리 금융업이 양적·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밝혔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규제가 혁신보다 앞서가서는 안 된다(Regulation must not front-run innovation)”는 라비 메논 싱가포르 통화청장의 말을 인용하며 K-디지털금융 제도 설계를 위한 5대 규제 원칙을 제시했다. 그가 제안한 원칙은 ▲혁신 촉진 ▲비례성과 위험기반 접근(“동일 위험에는 동일 규제”) ▲기술 중립성 ▲탐색과 진화 ▲신뢰와 개방이다. ◆ “혁신 가로막는 낡은 규제, 원칙부터 바로 세워야” 황 변호사는 “제도 설계의 ‘원칙’이 없어 매 사안마다 이해관계자 간 교착상태가 발생하고 정책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며, 큰 틀의 규제 철학 아래 일관된 제도를 설계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인 제도 개선 과제로 ▲가상자산 규율 체계 합리화 ▲토큰증권 법제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개선 ▲금융권 망분리 제도 개선 ▲은행대리업 제도화 등을 꼽았다. 특히 “주요국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가 승인돼 거래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금융회사와 법인의 시장 참여가 요원하다”고 지적하며, 시장의 청지기 역할을 할 전문 투자자의 참여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3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토큰증권 법안에 대해 “플랫폼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기업들이 사업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며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스테이블코인, 위기인가 기회인가…‘통화주권’ 놓고 격론 이어서 발제자로 나선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정책 방향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 변화를 넘어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방향을 가름 짓는 중요한 주제”라며, 이를 미-중 경쟁과 달러 패권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시각과 “외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신중론을 함께 소개하며,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의 MiCA, 미국의 GENIUS Act 등 해외 사례를 상세히 비교하며 ‘동일 기능-동일 위험-동일 규제’ 원칙에 기반한 법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EU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신용기관 또는 전자화폐기관으로 인가받도록 하고, 미국은 사실상 은행에 준하는 건전성 규제를 적용한다”고 설명하며, 국내에서도 발행 주체의 자본금 요건, 준비자산 운용 규제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법제는 원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대칭적으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이는 통상 이슈를 피하면서 통화주권을 보호하는 실리적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산업 인프라 관점에서 접근…차세대 경쟁력 확보해야” 토론 패널로 참여한 민간 디지털자산 업계 전문가들은 ‘1은행 1거래소’ 등과 같은 그림자 규제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등 제도적 개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시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보연 웨이브릿지 준법감시인은 개인 이용자 중심의 현 규제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기관투자자 거래나 현물 ETF 설정·환매 등에는 ‘동종동량 보유 의무’나 ‘1은행 1거래소’ 같은 그림자 규제를 차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단순 화폐 기능을 넘어 ‘트래킹 툴,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자동 규제 집행’ 등 기술적 요건을 탑재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학 연세대 객원교수는 ‘동일 규제’ 원칙이 스타트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기존 금융권과 새로운 가상자산 사업자들 간 역량 격차를 고려해 규제의 시차 또는 비대칭 적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기회 요인으로 ▲해외송금 수수료 절감(평균 6.2%→1% 이하) ▲핀테크 및 Web3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욱진 크릿벤처스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산업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이 계약 조건을 내재화하는 ‘프로그래밍 가능성’과 DLT를 통한 ‘결제 최종성 확보’에 있다며, “인터넷망 위에서 IT 산업이 꽃피었듯,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위에서 차세대 산업화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이사는 “차세대 산업 인프라 경쟁에 참여하고, 국가 전체의 ‘인프라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골든타임 놓친다”…잠자는 토큰증권법, 미래 금융의 발목 잡나

2025-09-30 16:23

30일 국회서 제3회 AI-DX 미래포럼 개최…디지털자산 토론
“기관·법인 참여 막는 낡은 규제 시급”…시장 참여자들 한목소리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화주권 방어’ 넘어 ‘산업 인프라’로 접근해야
토큰증권 법제화부터 망분리 완화까지…과제 산적

정치권과 금융권, 학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K-디지털금융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에서 늦어지는 토큰증권 법제화 등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허영·안도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최로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회 AI-DX 미래포럼’에 참석한 디지털자산 전문가들은 혁신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 체계를 시급히 개선하고,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허영 의원은 “대한민국 금융산업은 AI, 데이터,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이 금융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디지털 대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며 “금융안정과 혁신 촉진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교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도걸 의원 역시 “제조업 중심 경제가 한계에 봉착한 지금, 금융업의 고도화가 요구된다”며 “디지털금융과 스테이블코인은 우리 금융업이 양적·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밝혔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규제가 혁신보다 앞서가서는 안 된다(Regulation must not front-run innovation)”는 라비 메논 싱가포르 통화청장의 말을 인용하며 K-디지털금융 제도 설계를 위한 5대 규제 원칙을 제시했다.
그가 제안한 원칙은 ▲혁신 촉진 ▲비례성과 위험기반 접근(“동일 위험에는 동일 규제”) ▲기술 중립성 ▲탐색과 진화 ▲신뢰와 개방이다.
◆ “혁신 가로막는 낡은 규제, 원칙부터 바로 세워야”
황 변호사는 “제도 설계의 ‘원칙’이 없어 매 사안마다 이해관계자 간 교착상태가 발생하고 정책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며, 큰 틀의 규제 철학 아래 일관된 제도를 설계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인 제도 개선 과제로 ▲가상자산 규율 체계 합리화 ▲토큰증권 법제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개선 ▲금융권 망분리 제도 개선 ▲은행대리업 제도화 등을 꼽았다.
특히 “주요국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가 승인돼 거래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금융회사와 법인의 시장 참여가 요원하다”고 지적하며, 시장의 청지기 역할을 할 전문 투자자의 참여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3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토큰증권 법안에 대해 “플랫폼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기업들이 사업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며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스테이블코인, 위기인가 기회인가…‘통화주권’ 놓고 격론
이어서 발제자로 나선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정책 방향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 변화를 넘어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방향을 가름 짓는 중요한 주제”라며, 이를 미-중 경쟁과 달러 패권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시각과 “외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신중론을 함께 소개하며,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의 MiCA, 미국의 GENIUS Act 등 해외 사례를 상세히 비교하며 ‘동일 기능-동일 위험-동일 규제’ 원칙에 기반한 법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EU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신용기관 또는 전자화폐기관으로 인가받도록 하고, 미국은 사실상 은행에 준하는 건전성 규제를 적용한다”고 설명하며, 국내에서도 발행 주체의 자본금 요건, 준비자산 운용 규제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법제는 원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대칭적으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이는 통상 이슈를 피하면서 통화주권을 보호하는 실리적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산업 인프라 관점에서 접근…차세대 경쟁력 확보해야”
토론 패널로 참여한 민간 디지털자산 업계 전문가들은 ‘1은행 1거래소’ 등과 같은 그림자 규제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등 제도적 개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시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보연 웨이브릿지 준법감시인은 개인 이용자 중심의 현 규제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기관투자자 거래나 현물 ETF 설정·환매 등에는 ‘동종동량 보유 의무’나 ‘1은행 1거래소’ 같은 그림자 규제를 차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단순 화폐 기능을 넘어 ‘트래킹 툴,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자동 규제 집행’ 등 기술적 요건을 탑재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학 연세대 객원교수는 ‘동일 규제’ 원칙이 스타트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기존 금융권과 새로운 가상자산 사업자들 간 역량 격차를 고려해 규제의 시차 또는 비대칭 적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기회 요인으로 ▲해외송금 수수료 절감(평균 6.2%→1% 이하) ▲핀테크 및 Web3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욱진 크릿벤처스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산업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이 계약 조건을 내재화하는 ‘프로그래밍 가능성’과 DLT를 통한 ‘결제 최종성 확보’에 있다며, “인터넷망 위에서 IT 산업이 꽃피었듯,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위에서 차세대 산업화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이사는 “차세대 산업 인프라 경쟁에 참여하고, 국가 전체의 ‘인프라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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