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혼자 다닐 수 있게 된 여덟살…휴대폰은 언제 챙겨주면 될까 [초보엄마 잡학사전] 2022-01-15 06:10
[초보엄마 잡학사전-156] "나 이제 여덟 살이잖아. 혼자 갈 수 있어."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여덟 살이 되는 아이는 며칠 새 부쩍 자란 것 같다.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사는 할머니 댁에 혼자 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너 번 할머니 댁에 혼자 간 적은 있지만 대개 날이 밝을 때에도 혼자 가기 무서우니 데려다 달라고 하던 아이다.
예비소집일도 다녀온 마당에 이제 초등학생이라고, 많이 컸다고 한껏 추켜세우니 자신감이 붙은 걸까. 이날 나는 아이가 1층 놀이터를 가로질러 할머니 댁까지 무사히 가는 것을 창문으로 지켜봤다. 대견하면서도 이렇게 조금씩 부모 품을 떠나는구나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 댁에 동생 데리고 잘 갈 수 있겠어?" 다음날 혹시나 싶어 물으니 큰아이는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큰아이는 할머니 댁에 가져갈 물건이 든 쇼핑백을, 작은아이는 장난감을 가득 넣은 유아용 캐리어를 끌고 갔다. 창문으로 지켜보니 아이들은 걱정과 달리 씩씩하게 잘 갔다. 놀이터에 쌓인 눈을 만지고 밟고 놀면서 가느라 조금 늦게 가긴 했지만 말이다.
"혼자 어디까지 갈 수 있겠어?"라고 물었다. 아이는 "동생과 같이 가면 옆 단지 놀이터까지 갈 수 있어. 동생이랑 있으면 덜 무서워"라고 답했다. 동생이 더 어린데도 함께 있으면 덜 무섭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이래서 형제자매를 낳는 건가 싶었다.
언제부터 아이들이 혼자 거리를 다닐 수 있는지 늘 궁금했다. 육아 선배들은 "일곱 살 때부터 조금씩 연습해서 여덟 살 때부터 갈 수 있는 곳을 넓힌다"고 했다. 실제 일곱 살 후반기가 되자 혼자 자전거를 타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주말에는 1~2시간씩 혼자 놀이터에 나와 놀다 들어가는 아이들도 생겼다. 부모는 가끔 창문으로 아이가 놀이터에서 잘 놀고 있나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여덟 살이 되면 아이는 동네 슈퍼마켓 정도는 혼자 다닐 수 있게 된다.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켜놓고 몰래 따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카드로 계산하는 경우 영수증을 챙겨 와 부모가 확인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현금은 가져간 돈과 잔돈을 보고 계산이 잘됐는지 확인한다. 이쯤 되면 키도 제법 커져 손을 들고 동네 횡단보도도 건너고, 때론 자전거를 타고도 건넌다. 녹색어머니들의 보호 아래 초등학교를 오가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연습을 매일 하기 때문일 테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슬슬 휴대폰와 체크카드를 갖게 되는 모양이다. 상대적으로 맞벌이 부모를 둔 가정일수록 아이가 휴대폰과 체크카드를 조금 더 일찍 갖게 된다고들 한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은 가상 공간에서 만나 1~2시간 게임을 하기도 한다.
아마 이때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모 품을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공고화하는 시기일 테다. 부모가 세계의 전부이던 시절을 지나 스스로가 주체가 되고 친구들이 자신의 세계에 깊숙이 들어오는 시기다. 부모와 나누던 고민을 친구와 나누는 횟수가 많아지다 보면 어느덧 사춘기가 시작된다.
"귀찮아도 많이 놀아줘. 나중엔 방문 꽝 닫고 들어가버리니까." 육아 선배들은 이런 조언을 자주 한다. 아이가 아홉 살만 되면 부모와 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 돼서 '피곤하다는 핑계 대지 말고 좀 더 놀아줄걸'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아이가 서서히 혼자 설 준비를 시작하니 비로소 이 말이 귀에 들린다.
[권한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