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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만에 144명에 완판"…쌈짓돈으로 거장의 작품 소장해볼까 2022-01-14 21:27
지난달 미술품 쪼개기투자 플랫폼 '테사'에서는 뱅크시의 작품 '러브 랫(Love Rat)'이 단 1분 만에 판매가 완료됐다. 7700만원에 달하는 작품 소유권을 구매하기 위해 투자자 144명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이날 투자에 참여한 직장인 정예은 씨(27)는 "이전에는 몇 백만 원 정도 여윳돈으로는 신진 작가의 작품만 구매할 수 있어 선택 폭이 좁았다"며 "공동구매를 통해 거장의 작품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MZ(밀레니얼+Z)세대에게 미술품 쪼개기투자가 새로운 투자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트테크(아트+재테크)는 종잣돈이 부족한 젊은 세대에게는 남 얘기였지만 지분 형태로 작품을 쪼개 구매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며 진입 장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14일 서울옥션블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술품 공동구매 시장은 501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미술품 공동구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플랫폼 '소투'와 '테사'는 서비스 개시 1년여 만에 회원 4만명을 각각 돌파했다.
미술품 공동구매로 수익을 얻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수익성이 높은 것은 매각이다. 공동구매한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 국내외 갤러리나 아트 딜러, 개인 소장자에게 작품을 매각하면 보유 지분에 비례해 수익이 정산된다. 매각이 되지 않았다면 개인 간 분할 소유권 거래를 통한 거래수익을 노릴 수 있다. 또 외부 갤러리나 전시회 등에서 미술품을 임대해 가면 운영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다.
공동구매 열풍의 주역은 2030세대다. 테사에 따르면 지난해 늘어난 회원 중 70%가 20·30대였다. 2030세대는 현재 소투와 테사 회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소투는 20대 비중이 18.4%, 30대 비중이 37.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테사는 20대가 17%, 30대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2030이 미술품 쪼개기투자에 뛰어든 이유는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의 최소 투자금액은 1000원에서 1만원 사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평균 투자금액도 적다. 테사에 따르면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65만원 수준이다. 적은 금액으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거장의 작품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MZ세대가 중시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충족시킨다는 평가다.
주식·부동산 등 기존 투자처와 달리 미적 취향에 따라 투자처를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서울옥션과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케이옥션의 한 관계자는 "유명하거나 상품성이 높은 작품 위주로 투자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이 급부상한 것도 미술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술작품에 대한 쪼개기투자는 블록체인을 통해 이뤄진다. 블록체인상에 나타나는 디지털 파일인 NFT가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으면서 예술작품을 NFT로 만든 뒤 나눠 판매하는 쪼개기투자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미술품 투자 열기에 힘입어 쪼개기투자 수익률도 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술품 공동구매 평균 수익률은 시중은행 예·적금 수익률의 10배를 넘긴다. 테사에 따르면 매각할 때 평균 수익률은 21.94%에 달했다. 작품 33건 중 6건이 매각에 성공했는데, 투자자 모집 완료부터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2.6개월이었다. 소투의 평균 수익률은 17.43%였으며 고(故) 천경자 화백이 그린 '여인의 시'는 수익률 211.5%를 기록했다. 미술품 쪼개기투자 수익률을 좌우하는 건 미술시장 상황이다. 미술시장이 급팽창세를 보인 지난해에는 쪼개기투자 수익률도 양호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 차익 실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미술품 쪼개기투자 시장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꼽힌다.
[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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