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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에 칼빼든 롯데…백화점 대표에 신세계 출신 '파격' 2021-11-25 22:05
◆ 대기업 연말 인사 시작 ◆
롯데그룹이 25일 단행한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신동빈 회장이 전한 메시지는 '쇼핑 명가' 재건이다. 롯데쇼핑 전체 수장과 롯데쇼핑의 핵심인 롯데백화점 대표에 모두 외부 인사를 선임하며 인적 쇄신에 나선 것은 최근 위기를 돌파하고 '유통 롯데'를 다시 세우기 위한 결단이라는 것이다. 그룹의 핵심인 유통에 강력한 충격 요법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롯데는 이날 롯데지주를 포함한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4개로 구성된 BU(비즈니스 유닛) 체제를 유통, 호텔, 화학, 식품 등 4개 산업군(헤드쿼터·HQ) 체제로 바꿨다.
유통군(HQ) 총괄대표로 선임된 김상현 부회장이 가장 최근까지 몸담았던 DFI리테일그룹은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 대형마트부터 슈퍼마켓과 H&B 스토어, 편의점 등 1만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홍콩 소매 유통 회사다. 이전에는 미국 P&G에서 30년을 근무하며 아시아인으로는 가장 높은 자리인 미국 P&G 신규 사업 부사장을 맡았을 정도로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김 총괄대표는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을 중심으로 롯데의 유통 사업 재건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가 오프라인 경쟁력을 다시 확대하고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절박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롯데쇼핑을 이끌고 있는 핵심인 롯데백화점 사업부 신임 대표에 경쟁 기업인 신세계 출신이 선임된 것도 눈에 띈다. 정준호 신임 롯데백화점 대표는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30년간 신세계그룹에 몸담아 왔다. 그는 해외 패션 유통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밀라노 지사장 등을 거쳤고, 돌체앤가바나·메종마르지엘라 등 요즘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를 대거 들여온 장본인이다.
롯데백화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는 업계 1위지만, 대중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 백화점의 주요 매출이 명품 판매에서 나오는 만큼 관련 이미지 업그레이드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정 신임 대표는 이 같은 분위기에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이번 파격 인사의 주요 이유로는 롯데쇼핑의 부진한 실적이 꼽힌다. 유통 환경이 전반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웠지만, 동종 업계보다도 낮은 성적을 받아들며 '유통 1위'의 자부심을 무색하게 했다. 롯데쇼핑의 올해 3분기까지(1~9월) 누적 매출은 11조78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83억원으로 40.3%나 감소했다.
호텔군(HQ) 총괄대표에 선임된 안세진 호텔롯데 대표의 특명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숙원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의 성공이다. 앞서 호텔롯데는 2016년 공식적으로 IPO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 안 총괄대표는 신사업과 경영전략,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온 재무·전략통이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AT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과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프랜차이즈 기업 '놀부' 대표를 역임했다. 그동안 주로 지배구조 개편이나 인수·합병 일을 도맡아 왔다는 점에서, 호텔 경험이 전무한데도 대표 자리에 앉게 됐다.
화학군(HQ) 총괄을 맡은 김교현 총괄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실적을 회복한 성과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화학적 재활용, 수소 등 신성장 사업으로 전환을 시도하며 성장하고 있는 부분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김 총괄대표는 2019년부터 롯데그룹 화학BU장을 역임해왔고, 지난해부터는 롯데케미칼 통합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식품군(HQ) 총괄대표는 지난 BU 체제에서 식품BU장을 맡았던 이영구 사장이 맡는다. 이영구 총괄대표는 롯데제과 대표도 겸직한다. 롯데지주 대표인 이동우 부회장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것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한편 또 한 명의 외부 인사인 롯데컬처웍스 대표에는 최병환 전 CGV 대표를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롯데시네마를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로 낙점한 것이다. 최 신임 대표는 업계 1위인 CGV의 대표를 2018년부터 맡아왔다. 롯데시네마를 운영 중인 롯데컬처웍스는 실적 부진 장기화를 겪고 있다.
◆ 롯데그룹 승진자 프로필 ◇김교현 화학군 총괄대표(부회장) △1957년 △중앙대 화학공학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롯데그룹 화학BU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부회장) △1960년 △건국대 경영학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롯데지주 대표이사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 △196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경제학 △한국 P&G 대표, 홈플러스 대표이사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사장) △1962년 △숭실대 산업공학 △롯데칠성 대표이사, 롯데그룹 식품BU장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사장) △1969년 △연세대 경영학 △LS산전 전략본부장 전무, 놀부 대표이사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부사장) △1965년 △성균관대 산업심리학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 본부장, 롯데GFR 대표이사 ◇최병환 롯데컬처웍스 대표이사(부사장) △1964년 △광운대 전자통신공학 △CJ 4Dplex 대표이사, CJ CGV 대표이사

[홍성용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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