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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적없는 1200만명 잡아라" 빅테크 전쟁 2021-11-25 20:36
1200만명 '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들이 금융회사들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이력 부족으로 신용 확인이 안 돼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을 해줄 수 없었던 문제가 정보기술(IT) 발달로 대출이나 카드 실적이 없어도 신용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다. 네이버파이낸셜·토스·카카오페이 등 기술력이 우수한 핀테크 기업들은 BNPL(Buy Now Pay Later·선구매 후지불) 서비스를 무기로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평가사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파일러는 1280만여 명으로, 신용등급을 매길 수 있는 국민 4730만여 명 중에서 4분의 1을 넘는다. 신용점수가 700~800점인 사람들 비중이 74.6%로 가장 높다. 연령별로는 20대 신파일러가 322만여 명, 60세 이상이 417만여 명으로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신파일러는 대출 및 상환 내역, 신용카드 사용실적 등의 이력이 없어 고금리 대출·신용카드 발급 거절 등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로 사회초년생, 노인, 주부 등이 다수다. 신용평가사들은 통상 최근 2~3년간 기록이 없는 이들을 신파일러로 간주한다. 이들은 높은 신용등급을 줄 근거가 없기에 통상 중간 수준 신용등급인 4·5등급을 부여받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들에게 신용카드 대신 BNPL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승인을 받고 지난 4월부터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신용에 따라 최대 월 30만원 한도의 소액 후불 결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첫 결제 시 일정액을 포인트로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이용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토스도 같은 서비스를 내년 3월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선불·후불 결합형 모바일 교통카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선불 충전금으로 교통요금을 우선 지불하게 하되 충전금이 없으면 월 15만원까지 익월 후불 결제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들 플랫폼 기업이 가진 빅데이터는 BNPL 사업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자사의 각종 서비스에서 한 달에 1000만명 넘는 사람들이 결제하고 송금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신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보다 정교하게 구분할 수 있다. 토스는 아예 내년 예비인가를 목표로 자체 신용평가사 '토스신용데이터(가칭)'를 추진하는 등 신용평가 고도화에 열심이다.
은행권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KCB 820점 이하)인 중·저신용자들 대출 공급을 확대하며 고객층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 등급 구간대는 신파일러들 신용등급 구간과 겹치고 저신용자보다는 중신용자 가운데 신파일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지난 6월 10.6%에서 8월 12.3%, 9월 13.4%로 꾸준히 높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사회초년생들을 겨냥한 'NH씬파일러 대출'을 출시해 공급액을 늘리고 있다. 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연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올해 10월 말 기준 신규 대출 금액이 643억여 원으로 지난해 356억여 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해외는 BNPL 서비스가 더 활발하다. 엄격한 신용카드 발급 심사를 거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쉽게 가입하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에게 각광받는다. 2주 간격으로 4회 무이자 분할 납부가 가능해 카드보다 더 유리하다. 스웨덴 클라르나가 가입자 수 8500만여 명으로 대표적이고 호주 애프터페이(1000만명), 미국 어펌(620만명) 등이 뒤를 잇는다. 애플도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BNPL 서비스 '애플 페이 레이터'를 준비하고 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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