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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도 처음엔 놀랐다"…정면은 편의점 측면은 은행, 아리송한 이 건물의 정체 [르포] 2021-10-14 09:51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마천동 인근 한 편의점. 이곳은 정면에서 보면 편의점이지만 측면에서 보면 은행 같기도 했다. 아리송한 이 건물의 정체는 편의점과 은행이 합쳐진 'CU X 하나은행' 마천파크점이다.
국내 1위 편의점 운영사 BGF리테일이 하나은행과 협업해 편의점과 은행을 합쳐 'CU X 하나은행' 마천파크점을 선보이자 주민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과거 은행을 가려면 20분 넘게 걸어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 인근에서 만난 주민 A(58)씨는 "2000세대가 넘게 사는 동네에 그동안 은행 하나 생기지 않았다. 동네에 은행이 생긴 참에 편의점에 들러 계좌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편의점 일대는 주거지로 빽빽했다. 편의점 기준 앞으로는 주택·빌라 단지가 뒤로는 송파파크데일 2·3단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은행은 걸어서 20분 넘게 걸리는 거여역 인근 새마을금고, 우리은행, NH농협 세 곳이다. 그나마 송파파크데일 2단지 안에 ATM 기계가 하나 있긴 하지만 단순 출금 업무만 가능하고 그마저도 수수료를 내야 해서 이용하기에 꺼리는 선택지다.
평소 편의점을 잘 이용하지 않던 주민도 'CU X 하나은행'이 들어서자 반색하는 모습이다. 주민 B(75)씨는 "노인들은 편의점에 갈 일이 많진 않았는데 은행이 들어섰다고 하니 가보긴 해야겠다"고 말했다.
'CU X 하나은행' 협업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주민도 있었다. 20대 주민 C씨는 "스마트폰으로 계좌 개설하고 송금할 수 있는데 굳이 은행갈 필요가 있겠나. 모바일에 익숙한 청년들은 방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주거래 은행이 아닌 주민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주민 D(43)씨는 "평소 우리은행을 주로 이용한다. 하나은행이 생겨서 좋긴 하지만 급한 경우가 아니면 잘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 직원의 업무 강도가 높아져 고생할 거 같다는 주민도 있었다. 50대 주민 E씨는 "편의점 직원들 보면 항상 자식 같은데 은행 일도 병행하게 되면서 더 힘들어지진 않을까 걱정이다"라며 우려했다.
이은관 BGF리테일 CVS Lab 팀장은 "사업 초기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은행 업무를 편의점 직원들이 떠맡게 되는 것인데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2호점은 서울 외곽지역이나 신규 택지 등 금융 거래 소외 지역에 세울 예정이며 지역 주민들 생활에 스며들어 다양한 편의성을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권혁준 하나은행 채널혁신섹션 팀장은 "(사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한동안 은행 직원을 점포에 배치해 이용객들을 도울 예정이다. 또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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