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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수 미래엔 사장 “K-캐릭터로 출판 한계 넘어 세계로” 2021-10-14 10:41
출판은 내수 비즈니스다?
어느 정도 맞는 얘기다. 언어가 핵심인 만큼 한국어 기반의 출판물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교과서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교육·출판 기업 미래엔이라면 그 제약 조건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신광수 미래엔 사장(52)은 내수라는 한계를 뚫을 비책을 마련했다. 키워드는 캐릭터다. 지난해 미래엔 대표를 맡게 된 그는 국내 1위 아동용 완구 업체 영실업을 인수하며 세계화 가능성을 열었다. 라인·카카오프렌즈가 아시아권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듯, 완구 업계의 고유한 지식재산권(IP)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포부다.


Q. 국내 대표 교과서 기업 미래엔의 영실업 인수는 새로운 시도로 보입니다.
A 미래엔은 1948년 대한교과서로 출범한 국내 최초의 교과서 발행 기업이죠. 창립 70년이 넘은 장수 기업으로 대한민국 교육에 일조해왔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편, 기업으로서 성장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죠. 영실업 인수는 새로운 사업 다각화 전략의 하나입니다. 출판과 맥을 함께하는 지점도 있습니다. 바로 콘텐츠와 지식재산권입니다. 교과서를 기반에 둔 교육과 출판이 고유한 IP를 보유하고 있듯, 영실업도 탄탄한 독자 캐릭터를 갖고 있어요. 미래엔과 영실업이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는 뜻입니다.

Q. 영실업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노리시는 거군요.
A 엔터테인먼트, 웹툰 등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통한다는 점을 곳곳에서 확인했습니다. 스토리 라인만 탄탄하다면 영실업의 고유한 아동용 글로벌 캐릭터 완구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요. 미래엔과의 협업 요소도 풍부합니다. 예를 들어 영실업 ‘콩순이와 시크릿 쥬쥬’ 등의 캐릭터를 활용한 학습도구를 개발하거나, 반대로 미래엔 인기 만화를 캐릭터로 완구화할 수 있죠.

미래엔 출판물은 이미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었다. 저작권 판매를 통해서다. 미래엔 스테디셀러인 교육 만화 ‘살아남기’ 시리즈는 일본에서 1100만권 이상 판매하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현재 극장판 만화로 제작 중이다. ‘브리태니커 만화백과’ 역시 중국과 대만에 저작권을 수출했다. 최근 성경 만화 ‘파워 바이블’ 저작권을 이탈리아에 판매하며 처음으로 유럽 진출을 알렸다. 신 사장은 “영업이익의 약 10%를 해외 저작권 판매로 거뒀을 만큼 IP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Q. 인구 감소는 피하기 힘든 메가 트렌드입니다. 교육 기업으로서는 위기일 것 같습니다.
A 미래엔은 교과서 공급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왔죠. 기업과 정부를 상대하는 B2B, B2G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엔은 시장을 키우고자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삼은 B2C에 좀 더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디지털에 힘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디지털은 개인별 맞춤 교육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또한 거래 비용이 낮기 때문에 교육비를 낮출 수가 있어요. 사회적으로도 디지털은 교육 격차를 줄이는 좋은 수단이라고 믿습니다.
직접 디지털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디지털에 강한 ‘에듀테크’ 기업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교과서 기업인 미래엔은 다량의 독자 콘텐츠를 보유 중입니다. 반면 교육 스타트업은 디지털에 강하고요. 둘을 합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상생이라는 취지에도 잘 맞고요. 아울러 인공지능(AI)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공을 들일 생각입니다. 최근 초등학교 수학·사회·과학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 시스템으로 전환했는데요. 이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미래엔’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신 사장은 디지털 교육 강화 차원에서 초·중·고등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수 활동 지원 플랫폼 ‘엠티처’를 선보였다. 엠티처는 학사 일정 맞춤 큐레이션 기능인 ‘스케줄큐브’와 온라인으로 지리와 사회를 맞춤형으로 체험할 수 있는 ‘사회 지역화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지난 2월 초등 교사를 위한 특화 서비스도 내놨다. 초등엠티처는 초등 교사 약 15만명 중 11만명가량이 가입했다. 초등 수학 검정 교과서 적용 첫해인 내년부터는 인공지능 수학 서비스를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Q. 방과 후 교실인 ‘에듀파트너’ 최대주주로 올라섰는데요.
A 에듀파트너는 2009년 설립 이후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교실에 주력했어요. 컴퓨터·코딩 등 IT 교육에도 강점이 있지요. 그런데 코로나19로 방과 후 교실이 힘들어졌죠. 막상 지분을 인수할 때 고민이 적지 않았어요. 하지만 방과 후 교실은 교육뿐 아니라 직장인을 부모로 둔 자녀의 ‘보육’ 공간이라 생각했죠. 저희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동시에, 교육 기업으로서의 사회 공헌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에듀파트너를 인수했습니다.

Q.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 단행본에서도 히트작을 많이 냈습니다. 작가를 어떻게 선정하십니까.
A 일부 해외 유명 작가는 적극적으로 출판 계약을 맺습니다. 국내 독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뛰어들지요. 그렇다고 인기 작가만 좇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작가의 경우 가급적이면 참신한 신인 작가를 발굴하려고 노력합니다. MZ세대 등 젊은 세대가 즐길 만한 콘텐츠를 찾는 차원이지요. 만화의 경우 ‘덕후’가 찾는 콘텐츠를 선호합니다. 전방위로 주제를 넓혀 출간하기보다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Q. 전자책 시장 성장은 다소 느린 것 같습니다.
A 많은 출판사가 전자책을 적극적으로 내지 않습니다. 카피 이슈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전자책은 횟수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볼 수가 있죠. 저자로서는 무한정으로 콘텐츠를 돌려본다면 반갑지 않은 일이겠지요. 다만 전자책 시장이 위축되지는 않을 겁니다. 종이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재로서의 전자책은 성장하리라 봅니다.

신 사장 경력은 파란만장(?)하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한솔그룹 계열사인 전주제지에 입사했다. 이후 세계 최고 MBA로 알려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을 배웠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 IMF 외환위기가 터져 한솔그룹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했다. 2000년 BCG(보스턴컨설팅그룹)으로 옮겨 컨설팅 경력을 쌓았다. 이후 출판 기업 웅진씽크빅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옮겼고, 북센 대표를 맡아 10년간 적자인 회사를 흑자로 돌려놨다. 김영진 미래엔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이 무렵이다. 이후 2010년 웅진홀딩스 대표, 2014년 웅진에너지 대표를 맡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웅진그룹에서 구조조정 작업을 지휘했다. 그는 “미래엔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 ‘너무 안정적인 회사를 맡은 것 아니냐’는 농을 들었다”고도 했다.

Q. 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특화한 경력을 쌓아오셨는데요. 기획 중인 신규 비즈니스가 있나요.
A 미래엔은 창업주 故 김기오 선생, 故 김광수 명예회장의 ‘교육입국’ 뜻에 따라 사회에 기여해왔습니다. 2008년 ‘미래엔’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한 단계 진화한 사업 모델을 그리고 있어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신규 사업을 찾는 차원에서 영실업 등을 인수한 겁니다. 앞으로 펫(반려동물) 산업 진출을 고민 중입니다. 인구가 줄어들어 교육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반려동물 시장은 커지고 있다는 데 착안했어요. 반려동물 성장세에 비해 플랫폼이 약하다는 점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려 중입니다.
또한 투자 전문 계열사를 통해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하고 스타트업 등과 협업할 생각입니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9호 (2021.10.13~2021.10.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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