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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파수꾼 역할 포기…포퓰리즘으로 국가 부채 늪 빠질것" 2021-02-23 19:41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를 표방하며 출범한 독립 싱크탱크 'K-정책 플랫폼(K-Policy Platform)'이 창립 세미나에서 강력한 재정지출 구조조정과 복지제도 재편, 완만한 증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정책 어젠다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출은 늘리고 재원은 줄이는 '악어 입' 모양의 K자형 국가재정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결국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다.
여당이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20조원에 이르는 4차 재난지원금을 또다시 예고한 상황에서 정부가 최소한 재정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다.
K-정책 플랫폼 창립을 주도한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23일 창립 세미나에서 '정부의 지속적 역할을 위한 재정관리 강화' 어젠다를 발표하고, 한국의 재정적자 규모 증가는 코로나19 위기 때문만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재정적자 119조원 가운데 코로나19와 관련한 적자 규모는 최대 47조원으로 전체의 39%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적자는 지속적으로 급증하는 지출에 비해 세입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재정적자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와 성장률 둔화로 인한 세입 감소로 증세 정책이 추진되지 않는 한 국가채무의 지속적인 누적으로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이 16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K-정책 플랫폼의 대응 전략으로 '복지 혜택·국민 부담·국가채무의 적정 조합을 통한 재균형 설정'을 제시했다.
우선 복지지출 증가 속도를 적정화하기 위해 기존 복지제도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의 보장성 강화와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려면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재편하는 동시에 필요한 부분의 사회보장 수준은 과감하게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복지 이외의 재정지출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성장률 수준 이하로 억제하고,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국가채무 수준을 설정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제도 재편과 감내할 수 있는 국가채무 수준이 정해지면 남는 것은 증세다. 박 교수는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도록 완만하고 지속적인 증세 정책이 필요한데, 연 0.4%포인트를 적정한 국민 부담 상향 속도로 제시했다. 그는 이 같은 K-정책 플랫폼의 정책 제안을 실행에 옮기면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을 100% 이내로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로 국내외 충격에 취약하고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선진국보다 많아 거시경제 안정성을 위해 국가채무 규모는 더 작아야 한다"며 "향후 고령화로 인한 복지재정 부담과 통일에 대비해 가능한 작게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정책 플랫폼은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직 고위 관료들이 모여 사회 각 분야의 쟁점을 논의하고 정책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민간 싱크탱크다.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브루킹스연구소처럼 좌우와 보수·진보를 떠나 독립적인 정책 연구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과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 통계청장과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홍구 전 국무총리,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50여 명이 뜻을 같이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현 상황을 '갈등과 혼돈의 시대'로 정의했다. 강 교수는 "전 세계는 금융위기 이전부터 대규모 부채와 제로금리로 버티는 응급 처방을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고,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양극화와 세대 간 갈등도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주호 이사장은 "공론의 장에서 사회에 임팩트를 줄 수 있도록 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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