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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팬데노믹스 해법은 그린뉴딜…기후변화·성장 함께 가야" 2020-09-16 20:50
◆ 제21회 세계지식포럼 / 개막세션 '팬데믹發 뉴노멀' ◆
"기후 변화 대응과 경제 성장은 한 방향이다. 팬데믹 시대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의 대안이 될 것이다."
16일 개막한 제21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발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숨은 솔루션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 뉴딜'의 가치를 역설해 주목받았다. 기후 변화 대응 이슈가 환경규제 증가로 인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통념에 사로잡힌 국가와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으로 삼는 국가 간 경쟁력 차이가 현저하게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이 전 총리는 "(새로운 팬데노믹스의 솔루션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 성장을 동반하는 기후 대응"이라며 "영국은 지난 20~30년간 경제 성장을 구가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다른 주요 20개국(G20)보다 빠르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며 "이는 경제 성장과 기후 변화 대응이 동반 선순환을 이룬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 대대적으로 그린 뉴딜 정책을 수립해 경제의 바운스백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적확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메이 전 총리는 "기후 변화 대응 과정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술 등 다양한 산업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며 "앞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경제 성장이 국민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한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력을 확대하려면 다자주의 중심의 국제무역 질서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메이 전 총리는 "세계화를 둘러싼 위기 역시 폐기 대상이 아니라 보다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계화를 수정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갈수록 힘을 잃는 세계무역기구(WTO)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이 최근 많은 방향의 전환을 이룬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미국의 고립주의 통상정책을 꼬집기도 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에 악화하는 경제·안보 패권 전쟁으로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음을 염려했다. 그는 "100% 내 편인가, 아니면 상대편인가를 강요하는 극단적 편 가르기가 국가 간 분열을 키우고 있다"며 "이럴수록 세계 각국이 다자주의 정신에 입각해 극단적 자국주의와 민족주의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 경제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이 지식재산권 문제를 비롯해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등 다양한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 탄압 논란을 가열시키는 홍콩 사태에 대해 메이 전 총리는 "중국과 우리가 체결한 홍콩 반환 협정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반환 협정 준수를 촉구했다. 다만 중국 기업 화웨이의 5G 통신망을 둘러싼 안보 위협 논란에 대해 그는 "영국 역시 미국의 제재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글로벌 패권 다툼의 현실이 개입돼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메이 전 총리는 "영국 역시 화웨이를 5G 인프라스트럭처망 구축에서 일정 기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미국의 제재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또 전 세계에 파급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이 화웨이를 둘러싼 제재 문제에 대해 안보의 관점에서 새로운 표준과 규제를 설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마거릿 대처에 이어 26년 만에 두 번째 여성 영국 총리(제76대·2016~2019년)로 임명된 그는 3년의 재임 기간 내내 유럽 정치·경제 질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질서 있는 EU 탈퇴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내외적으로 막대한 정치적 압박에 시달렸다.
메이 전 총리의 대담자로 등장한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의 테리 마르틴 선임앵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것들을 보완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국민에게 보다 포용적인 정치 리더십을 구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메이 전 총리는 "EU 탈퇴 국민투표에서 찬성(52%)과 반대(48%) 간 격차가 매우 좁았다"며 "이런 분열된 여론을 다시 조화롭게 만들고 EU와 관계를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국민적 목소리를 수렴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의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돼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전환기 종료 후 영국이 EU를 완전히 탈퇴해도 영국은 유럽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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