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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망명` 도운 메이…세지포서 영화같은 만남 2020-09-16 17:59
◆ 제21회 세계지식포럼 ◆
"당신을 이곳 한국에서 보게 돼 너무 반갑습니다."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1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개막 연설 현장에 참석한 한 한국인에게 각별한 반가움을 표해 눈길을 끌었다.
메이 전 총리가 재임할 당시인 2016년 8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공사로 활동하다가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조우한 것이다. 태 의원은 당시 공사직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가기 직전 망명을 결심하고 영국 정부 도움을 받아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그는 한국으로 넘어온 역대 최고위급 북한 외교관으로,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태 의원이 영국에서 제3국인 독일을 거쳐 한국에 입국하기까지 영국과 미국의 정보기관이 투입되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첩보전이 전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영토에서 그의 망명을 허가한 이가 메이 전 총리다. 당시 현지 매체 보도를 보면 영국 정부는 태 의원에게 망명지를 어디로 정해도 좋다는 '백지수표'를 제시했고, 그는 주저 없이 한국행을 선택했다.
또한 태 의원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메이 전 총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서신을 작성해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같은 그의 극적인 망명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메이 전 총리를 상대로 태 의원은 이날 "북한에서 공사로 재직했던 내가 지금 한국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말로 사의를 표했다.
뒤이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조치를 둘러싼 두 개 선택지 중 메이 전 총리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송곳 질문으로 주목받았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촉진하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과 그 반대로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타나기 전까지 제재를 유지하는 방안 중 어떤 것이 옳은지에 대한 메이 전 총리의 견해를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메이 전 총리는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대북 경제 제재에 대한 영국 입장은 분명하다. 의미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 해제 시점 역시 검증 가능한 비핵화 이후에 논의될 사안이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책으로 섣불리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아울러 메이 전 총리는 "북한 문제 전반에 대해 나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현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 신뢰를 보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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