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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기생충엔 인류 공감 이끌어낸 힘 있죠" 2020-09-16 18:01
◆ 제21회 세계지식 포럼 ◆
"영화 '기생충'과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힘은 인류 모두가 공감할 만한 공동 주제를 이야기로 길어 올린 데 있죠. 기술 발전으로 가짜뉴스, 선전·선동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지만 우리 역시 테크놀로지와 콘텐츠가 가진 힘으로 인류 역행에 맞서야 합니다."
할리우드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는 16일 매일경제신문과 영상 인터뷰하면서 한국식 이야기가 지닌 힘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기생충'은 마이너로 통했던 한국 영화에 전환점을 마련한 완벽한 영화"라면서 "방탄소년단으로 대변되는 K팝 역시 우리를 하나로 묶는 데 성공했다"고 상찬했다.
옵스트는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자로 유명한 프로듀서다. 그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과학기술을 통한 영화 콘텐츠의 변화' 세션에서 스피커로 나섰다. 세션 사회는 영화 '기생충' 영어 자막을 번역한 달시 파켓이 맡았다. 옵스트는 시종일관 "기생충은 한국 영화의 완벽한 '무브먼트'"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옵스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영화 '인터스텔라'가 흥행한 이후부터다. 2014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배경으로 가족 사랑을 녹인 SF 영화다. 북미를 제외한 해외 흥행 순위에서 중국 다음이 한국일 정도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누적 관객은 1030만명에 달한다. "한국 사회 전반에 과학을 향한 애정이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영화에 대한 사랑도 그렇고, 현재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자세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한국 화장품이 좋은 이유도 수준 높은 과학기술 때문 아니냐"며 농담을 건넸다.
K팝과 소주를 즐긴다는 옵스트는 한국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과학기술을 활용한 콘텐츠의 모범 사례로 보기 때문이다. 가짜뉴스·선전·선동 등에 맞서 인류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고 그는 말했다. 옵스트는 "기득권 세력의 선전·선동·가짜뉴스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은 위험성을 지닌다"면서 "유튜브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방탄소년단은 선한 메시지 하나로 전 세계 사람을 감동시켰다"고 설명했다.
한국식 이야기는 콘텐츠 제작자인 그에게 또 다른 영감이 되기도 한다. K팝 무비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가 만드는 K팝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옵스트는 "K팝과 미국 영화계 사람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과학기술이 나쁜 쪽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많아지는 세태 속에서도, 여전히 콘텐츠가 지닌 힘을 믿는다는 그는 "테크놀로지는 여전히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못 가는 팬데믹에도 청소년들은 여전히 틱톡·유튜브를 통해 얘기를 나누고,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를 봐요. 직접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 연결하고, 공감하죠. 모두 과학기술이 만든 세계 속에서요" 콘텐츠 혁명을 불러올 기술로는 '양자컴퓨터'를 들었다. 옵스트는 "기술 자체를 맹목적으로 추구할 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로서 그는 세상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견고하고 넓은 호기심만이 창조의 씨앗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장수하는 프로듀서의 공통점은 시대를 잘 따라간다는 거죠. 책을 읽는 것도 좋고 세대가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아요.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내면에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저도 K팝에 빠진 제 손자에게 영감을 받았는 걸요(웃음)." 세계 제일의 이야기꾼이 말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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