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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임대차 보호법…면접보듯 `임차인 신용` 따지는 피곤한 시대 온다 2020-08-01 16:26
"앞으로 한국사회는 임대주가 임차인을 상대로 신용도와 범죄이력을 따지는 피곤한 '현미경 검증' 시대가 올 것이다."
논란 끝에 지난 31일 개정 주택·상가 임대차 보호법이 시행됐다.
주택 임대차 계약 시 기본 계약기간이 '2년→4년'으로 늘고 이 기간 동안 임대료나 보증금 인상폭이 '5%' 이내로 제한하는 탓에 향후 주택시장의 다양한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지하듯, 가장 많이 지목되는 부작용은 정부의 인위적 가격 통제로 4년 뒤 전세시장의 상당 부분이 '월세'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흥미롭게도 월세 중심의 임대시장을 가진 미국의 모습을 한국 사회로 투영해보면 향후 전세보증금이 사라지는 한국의 월세시장에서 임차인을 상대로 임대인의 신용 검증 압박이 상당히 세질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사례가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오리건 주다.
한국의 새 임대차 보호법에 앞서 미 오리건 주는 지난해 2월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미국 건국 이래 최초로 50개주 최초로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오리건 주는 '임차인 보호'를 슬로건으로 해당 법안에서 매년 임대료 상한선(Rent cap)을 '7%+전년 소비자물가상승률'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임대인들이 올릴 수 있는 임대료 상한선은 '7%(법률 상한선)'와 2.9%(2019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합인 '9.9%'다.
참고로 법 발효 전인 2018년 오리건 주의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10.3%였다.
당연히 임대인들은 주 정부의 새로운 가격통제 정책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놀라운 점은 임대인들이 이 느닷없는 가격통제 규제에 의외로 상당한 인내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 해 아무런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임대인 단체들은 올해 포틀랜드 시가 임차인 입주 신청 시 임대인 권한을 제한하는 조례를 내놓자 발끈했다.
오리건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틀랜드는 전년도에 발효한 주 정부의 임대료 상한제만으로는 임차인 보호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완 입법 성격으로 임차인의 입주 신청 때 임대인이 '범죄·신용불량' 등을 이유로 해당 입주 신청을 거절할 수 없도록 새 조례를 만든 것이다.
그러자 오리건 주와 인근 워싱턴 주까지 20만 채를 거느린 임대인 연합체 '멀티패밀리 NW’가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 단체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내 집을 일정기간 타인에게 빌려주는 데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임차인에 대한 검증은 매우 중요하다. 이 검증 권한을 왜 시 당국이 침해하느냐"는 것이다.
임차인 보호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자칫 검증을 소홀히 해 범죄·신용 문제가 있는 임차인을 들였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화한 주택을 가진 임대인일수록 임대료 수입은 제한되는 가운데 주택 유지보수 비용은 커지는 압박에 처하게 된다.
임차인의 신용도·범죄이력·사회적 평판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임대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임대료 연체·주택 파손 등 각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기자 역시 2016년 미국 연수 시절 현지에서 관행화한 임대인들의 현미경 검증 실태를 경험한 바 있다.
1년 동안 체류할 아파트를 골라 임대인에게 입주 신청을 넣자 해당 임대인은 기자의 미국 내 지인에게 전화를 직접 전화를 걸어 입주 신청자(기자)의 사회적 교류관계, 직업, 신용도 등을 묻고 약 일주일 뒤 입주를 허가했다.
한국에서는 고용시장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이른바 '평판조회'가 미국 임대시장에는 매우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사회 역시 전세시장보다 보증금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월세시장의 특성 상 임차인의 평판과 신용도를 면밀하게 파악하려는 임대인의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80~90년대 10%가 넘는 이자율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은행에만 맡겨도 짭짤한 수익을 챙겼던 한국의 전세시장 생태계는 해외언론에서도 늘 특이사례로 조명돼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초저금리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임대료 인상 수준을 정부가 통제하는 2020년 새 임대차 보호법은 분명 한국 사회에 전세와 월세 시장의 무게추를 크게 바꿔놓을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매일경제가 오리건 주의 임대료 상한제 법령을 확인한 결과 오리건 주는 '지은 지 15년이 안 된 주택'에 대해서는 '7%+전년도 물가상승률' 인상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예외 없는 일률 적용을 추종하는 한국의 임대차 보호법과 달리 오리건 주가 15년 이상 된 주택에 대해서만 인상 규제를 적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임차인을 보호하는 취지라고 하더라도 인위적 가격 통제 정책이 자칫 시장 내 양질의 주택을 만들어 시장에 공급하려는 임대인의 의지를 꺾어서는 안 된다"는 정책적 고려를 한 것이다.
또한 오리건주와 붙어 있는 북서부 워싱턴주에서 시애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스포케인 시는 직접 임대료를 통제하기 보다 다른 우회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인상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임대계약이 종료될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일정 금액(2000달러·한화 240만원)을 이사료 형식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2000달러의 이사료는 임차인 입장에서 이사비용을 아껴 새 임대인과 계약할 때 납부하는 안전보증금(통상 한 달 치 월세)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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