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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 회장, 스타트업 `쿠캣`에 한수 배우다 2020-05-23 08:49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이 지난해 185억원 매출을 올리더니 올해는 1분기 매출로만 100억원을 넘어섰다. 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연간 매출 1000억원 돌파 시점도 머지 않아 보인다. 분야도 식품업종이다. 식품 쪽엔 대기업들도 많지만 대부분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이 강점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식품주를 성장주가 아닌 경기방어주로 분류하는 이유다. 그런데 식품업종 스타트업이 막강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조만간 연매출 1000억원대를 바라본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기존 셈법을 무시하며 성장하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쿠캣(COOKAT)'이다.
쿠캣은 레시피 동영상 SNS 커뮤니티로 시작해 지금은 음식 온라인 마켓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는 업체다. 나이 40대 이상에서는 쿠캣을 아는 이가 극히 드물겠지만 2030세대에서는 오히려 모르면 이상한 취급을 받는 그런 기업이다.
쿠캣의 첫 사업모델은 '오늘 뭐 먹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이다. 젊은 사람들이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 레시피 동영상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다. 그 팔로어(구독자) 수가 국내외를 통틀어 2000만명을 넘는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대부분 그렇듯이 구독자 수가 쿠캣 수익의 원천이다. 예컨대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콘치즈 요리 황금 레시피 동영상에 슬그머니 맥주를 등장시킨다. 이 동영상에 백만명 이상이 방문하니 맥주회사로선 광고예산을 집행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TV 광고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윈윈 게임이다.
기존 기업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 이 쿠캣에 기성 기업인들이 찾아왔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쿠캣 본사에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났다. 김홍국 하림 회장을 비롯해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박기출 PG홀딩스 회장 등이었다. 이문주 쿠캣 대표(33)로부터 직접 성공비결을 듣기 위해서였다. 자리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이끌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마련했다. 혁신을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젊은층과 좀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자리였다.
기라성 같은 기업인들이 앞에 자리를 잡자 이문주 대표의 표정은 강연 초반 다소 상기됐다. "창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는 강의를 많이 해봤지만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고 운을 뗀 이 대표는 "쿠캣은 구독자 수 3200만명을 거느린 아시아 최대 레시피 채널"이라고 소개하면서부터 서서히 목소리에 힘을 찾았다. 이후로는 30대 초반의 나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풀어나갔다.
이 대표는 학창 시절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고 했다. 아마추어 배우로도 활약을 했다. 그러나 배우로서 성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되고, 또 웬만큼 성공해서는 돈벌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는 꿈을 접었다.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과외로 충당해야 했을 정도로 넉넉치 않았던 가정형편을 감안해 그는 돈을 벌고 싶었다. 자연스레 창업가의 꿈을 키웠고, 4학년 때 창업경진대회에서 입상을 하면서 본격적인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초기 사업모델을 과감히 접고 2015년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한 콘텐츠 동영상으로 승부를 걸기로 한 건 소비패턴 변화를 파악한 때문이었다. 누구나 집에서 TV나 PC를 즐기던 문화가 어느 순간 스마트폰으로 짤막한 동영상을 즐기는 방향으로 확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더구나 1인 가구까지 급증하면서 자기 자신만을 위한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 동영상 트래픽 1위는 단연 음식에 관한 것이었다.
이 대표는 '오늘 뭐 먹지?' 초기 동영상에 대한 짜릿한 기억을 잊지 못했다. "을지로에 있는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동영상을 SNS에 올렸는데, 무려 200만명이 보더라구요. 그 이후로 해당 고깃집엔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콘텐츠 파워가 소비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더 놀라운 건 중학생이 식빵으로 치즈스틱을 만들어 먹는 영상을 보내줘 SNS에 올렸더니 전세계에서 1억3000만명이 들여다 본 것이었다. "아~푸드 콘텐츠엔 언어와 국가의 장벽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후로는 회사를 키우는 일에 몰두했다. 팔로어들이 원하는 영상미를 얻기 위해 공중파 방송사 PD를 영입해 화면의 품질을 높였고, 음식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푸드 스타일리스트도 고용했다. 이후 '오늘 뭐 먹지?'는 본격적인 레시피 채널인 쿠캣코리아, 쿠캣베트남, 쿠캣홍콩, 쿠캣태국 등으로 발전해 나갔다. 이 대표는 "지금은 웬만한 식품 대기업들이 신제품이 나오면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쿠캣코리아를 이용한다"고 힘줘 말했다.
쿠캣은 작년부터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최근들어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에 진출한 것. 이름은 쿠캣마켓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잠실에서 외식을 하려고 했는데 설렁탕이 1만5000원이나 되는 것을 보고는 차라리 집에서 냉동만두로 요리를 해 먹었다"며 "1인 가구라면 당연히 나처럼 생각할 것 같아 HMR 시장 진출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HMR의 핵심 조건은 가성비다. 가성비가 좋지 않으면 젊은층은 절대로 쳐다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쿠캣마켓이 가성비 좋은 HMR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한 마디로 직접 공장에 주문을 넣어 만든 음식을 고객에 직접 전달한다. 또한 SNS를 채널로 활용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남과 다른 걸 먹고 싶어하는 젊은층 욕구를 상품 개발에 곧바로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쿠캣에선 제품을 기획할 때 영양사나 요리사가 아닌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큰 역할을 한다. 발상의 전환이 쿠캣의 경쟁력인 셈이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아시아 푸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전역의 사람들이 쿠캣의 음식을 맛보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젊은 CEO의 원대한 꿈에 기성 기업인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강의가 끝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김홍국 하림 회장에게 쏠렸다. 하림은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더구나 김 회장은 혁신적인 마인드를 갖춘 기업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쿠캣이 하는 비즈니스는 하림의 사업과도 상당부분 겹친다. 그러니 김 회장이 이 대표의 스토리를 듣고 어떻게 느꼈는지 모두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의 열망을 이해한 듯 김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먼저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이 대표의 사업에 대한 열정을 느꼈고,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키워드를 하나 던졌다. "미래는 수퍼 플루이드 시대라고 합니다. 여러분들 그게 뭔지 아십니까?" 다소 어리둥절한 반응이 나오자 김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수도관을 예로 들어봅시다. 처음에 1Ba의 압력으로 물을 흘리면 1km 뒤에서는 압력이 그에 미치지 못하게 됩니다. 반면 수퍼 플루이드 물질은 1Ba의 압력으로 흘렸을 때 1km 뒤에서도 같은 압력으로 나오게 됩니다. 중간에 아무런 저항이 없기 때문이죠. 바로 미래에는 유통이 수퍼 플루이드처럼 중간에 저항없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바로 연결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쿠캣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으로 우리나라 유통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어 나온 김 회장의 마지막 한 마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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