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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피하려 국내 온 해외투자자 5년새 28% 늘어 2020-05-22 19:58
◆ 해외펀드 과세 비상 ◆
자본의 국제이동이 자유로워지며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과 해외 기업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 투자의 경우 조세혜택이 유리한 국가를 경유해 자본이 유입되는 일이 많아 국제 조세분쟁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2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외국 투자자 수는 총 4만8058명이다. 이는 2014년 말(3만9677명)에 비해 28.1% 늘어난 수치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투자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에 해외자본이 원활히 공급된다는 것을 뜻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지표다. 한국 정부도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세제감면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탈세를 목적으로 이 같은 혜택을 악용하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세제혜택이 많은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그 나라로 돈을 집중시키는 방법이 주로 활용된다. 한국에 있는 납세자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에 투자한 후 세제혜택을 챙기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 같은 역외탈세액을 2013년에 1조789억원을 추징한 뒤 매년 1조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하고 있다. 2018년에는 추징액이 1조3376억원까지 확대됐다.
해외 기업 역시 조세회피를 위해 세제혜택이 많은 국가에 투자기구를 설립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벨기에 자회사인 '스타홀딩스'를 통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매입·매각해 시세차익을 챙겼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론스타는 250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기고도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을 근거로 한국에 이 같은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벨기에 소재 스타홀딩스가 아닌 미국 소재 론스타가 과세대상이라며 1000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고, 법정다툼으로 이어졌지만 대법원이 결국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게 됐다.
반면 최근에는 한국 정부가 최종 패소해 막대한 세액을 물어준 판결이 잇달아 나왔다. 2018년에는 영화제작사인 파라마운트의 모회사인 바이어컴(Viacom)이 CJ ENM으로부터 벌어들인 135억원에 대한 과세분쟁이 대법원까지 간 끝에 정부가 패소했다.
바이어컴은 헝가리에 자회사를 두고 헝가리가 로열티 면세조약을 맺은 6개국(한국 포함)과의 거래를 이 회사로 집중시켜 왔다. 이를 인지한 한국 정부가 한·헝가리 조세조약 혜택을 적용하지 않고 과세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자회사가 실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간주해 바이어컴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소재 전문회사인 코닝이 한국에서 거둔 로열티소득에 대한 50억원 규모의 과세건도 한국 정부가 2018년 최종 패소했다. 정부는 코닝이 로열티 면세를 목적으로 헝가리 자회사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한·헝가리 조세조약상 면세혜택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과세 취소 판결을 내렸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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