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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외펀드에 패소…세금 1600억 토해낸다 2020-05-22 19:54
◆ 해외펀드 과세 비상 ◆
과세당국이 해외 펀드들과 벌인 과세불복 대법원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하며 이미 거둔 수천억 원의 세금을 돌려주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법인세 등의 세수 손실이 심각한 가운데 대법원 패소까지 겹치면서 재정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22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해 들어 룩셈부르크 SICAV펀드, 독일 데카펀드와 벌인 대법원 소송에서 잇달아 패하면서 이들 2건에 대해 징수한 1600억원가량의 법인세를 돌려줘야 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해외펀드들의 소송이 이어질 경우 세수 손실이 수천억 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SICAV펀드의 소송은 한국·룩셈부르크 조세조약 10조의 '배당소득 과세혜택 적용' 여부가 논점이었다. 양국 간 '이중과세 방지'를 규정한 이 조항에 해당되는 법인은 10~15%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20% 이상의 법인세를 그대로 납부해야 한다.
국세청은 룩셈부르크 SICAV펀드들은 양국 범위를 벗어난 제3국 투자자 비중이 높은 반면, 룩셈부르크 소재 법인은 사실상 조세 절감 목적의 지주회사인 만큼 해당 혜택을 받을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룩셈부르크 SICAV펀드들이 제3국의 투자자 비중이 높아 한·룩셈부르크 조세조약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20% 이상의 법인세율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같은 "과세당국 판단이 부당하다"고 판결해 SICAV펀드로부터 더 징수한 약 130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른 SICAV펀드들에도 할인된 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세수 손실이 우려된다.
데카펀드 역시 한국·독일 조세조약의 배당소득 혜택 적용이 쟁점이었다. 한·독 조세조약은 상대국 법인의 지분 25% 이상을 직접 소유하는 투자자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국세청은 데카펀드가 한국 투자처의 지분을 자산운용사를 통해 간접 보유했다는 이유로 이 혜택을 적용시키지 않았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로 300억원가량의 세액을 돌려주게 됐다.
■ <용어 설명>
▷SICAV펀드 : 프랑스어 societe d'investissement a capital variable의 약자를 딴 용어. 주로 유럽 지역에서 판매되는 역외 공모펀드를 뜻한다.
▷데카펀드 : 독일 데카방크의 자회사인 데카 이모빌리언 인베스트먼트가 2002년 설립한 부동산 전문 상장·공모형 투자펀드.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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