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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2기분 설비 축소 합리화…4차산업혁명 전력수요 눈감아 2017-08-11 21:30
◆ 8차 전력계획 설비 전망 ◆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7~2031년) 전력정책심의위원회가 11일 발표한 설비 계획 초안에 따르면 2030년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은 지금보다 4배 확대되는데 전력설비예비율은 오히려 20~22%로 7차 계획(22%)보다 최대 2%포인트 떨어진다. 날씨와 시간 등에 따라 전기 생산 변동성이 큰 태양광·풍력 발전을 늘리면 원자력·화력 등 전통적 발전보다 예비율을 현저히 높이는 게 상식이지만 오히려 반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진우 심의위원장(연세대 교수)은 "정부 목표대로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려면 올해 17.2GW 수준인 신재생이 2030년 62.6GW, 이 중 태양광과 풍력은 7.0GW에서 48.6GW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지금부터 45.4GW 규모 신재생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출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48.6GW 중 실제 계획에 반영되는 것은 5GW 정도"라고 설명했다.
심의위는 신재생의 피크 기여도(피크 때도 항상 발전 가능한 용량)가 5%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재인정부가 원자력·석탄화력 발전을 대체하겠다고 한 신재생 에너지의 실제 전력 기여도는 5%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효율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 정상 기후에서 정상 출력을 내면 오히려 전력이 과잉생산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심의위원인 김욱 부산대 교수는 "유럽에서는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가 과잉생산될 때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이슈"라며 "독일에서는 과잉생산될 경우 풍력 터빈의 출력을 줄여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신재생 에너지 발전 확대의 한계와 문제점을 자인한 셈이다.
심의위는 신재생 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백업설비를 건설하고, 계통 운영 방식 고도화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ESS 건설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 원전을 대체할 만한 효율성을 갖추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결국 원자력·석탄 발전을 버리고 피크 기여도가 5%에 그치는 신재생 에너지를 보완할 방법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뿐이다. 심의위는 신재생 발전소를 더 짓더라도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줄어드는 발전용량을 고려하면 2030년까지 5~10GW의 LNG 발전설비를 새로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폐지를 결정한 노후 석탄화력발전 10기와 신규 원전 6기만큼의 용량을 빼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추산한 것이다. 심의위가 제시한 건설투자비를 대입하면 신재생 에너지를 제외하고 LNG 발전소 건설에만 7조~14조원의 비용이 든다.
심의위는 LNG 의존도를 높일 때 발생하는 리스크와 전력요금 추가 인상 요인에 대해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비중을 줄이려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은 사회·환경 비용 등 숨은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면 원가가 올라가지만 LNG는 시장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데다 그동안 과도하게 부과했던 연료 세제가 완화되면 발전단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의위 전망에 따르면 탈원전으로 예비율은 오히려 최대 2%포인트까지 하락한다. 원전의 가동 중단 기간이 LNG에 비해 더 길어 예비율이 높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LNG 발전은 예방정비와 고장 정지 등으로 1년 중 약 12%인 44일 동안 가동이 정지되지만 원전은 1년 중 약 20%인 76일 동안 가동이 정지된다. 원전이 가동 정지될 상황에 대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예비율이 LNG보다 많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을 덜 지으면 예비발전소가 감소하고 필요 예비율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전력설비예비율은 발전소 정비나 고장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예비율'에 수요 변동, 발전소 건설 지연 등에 따라 필요한 '수급 불확실 예비율'을 더한 값이다. 전력수요가 100이고 적정예비율이 20%라면 총 전력설비를 120으로 유지한다는 의미다.
심의위는 "원전의 최소 예비율이 연간 약 20%로 LNG 발전(약 12%)에 비해 높다"며 "원전을 덜 지으면 예비발전소가 줄어들고 예비율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심의위는 수요 전망, 수요 관리, 신재생, 전원 믹스, 전력계통 등을 포함한 정부안이 10월 중 마련되면 국회 보고·공청회 등을 거쳐 연내에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고재만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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