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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바꾼 경영참여 지침…정부, 재논의해도 강행할듯 2019-11-29 21:23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가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의결을 보류했다. 이사 선임과 해임 요구를 포함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기업에 지나친 간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금위 안팎에서 일고 있는 점을 감안해 결론을 당장 내지 않고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당장 재계와의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국민연금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사 해임 등에 대해서는 상법 및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규정된 내용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정부 측 입장이 변화될지는 미지수다.
29일 열린 회의에서 재계 측 인사들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요건이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라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금위원 중 한 명은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요건으로 제시한 '배당의 적정성'이나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는 여전히 국민연금이 어떤 조건에서 주주권을 행사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여기에 상법 취지와 배치되는 집중투표제 도입이나 국가기관의 1차 판단으로 배임 등을 판단하는 등 기업 입장에서는 너무 앞서나간 조항들이 있어 찬성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계 측은 국민연금의 중점관리 사안에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단계를 거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적극적 주주활동을 위해선 비공개 대화 기업 선정, 비공개 중점관리 기업 선정, 공개 중점관리 기업 선정이란 절차를 거쳐 개선이 없는 경우에만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게 돼 있어 사실상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길은 제한돼 있다는 얘기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공청회를 통해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기금위까지 약 2주간 의견 수렴을 거쳐 안건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공개 직후 재계를 중심으로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이는 등 이견이 거세자 28일 기획재정부 주도로 관계 장관이 참석하는 비공식 회의인 녹실회의를 열어 보완책을 논의했다.
공청회 당시 공개된 내용과 이날 기금위에 회부된 가이드라인은 내용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제목이나 구성 등 측면에서 녹실회의에서 제기된 내용이 반영돼 표현법이 기존보다 톤다운되는 정도의 차이만 있었다. 이외 기존안에 포함돼 있던 주주제안 주요 내용 예시를 담은 표를 삭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주주제안 예시와 관련해 이는 이미 상법 및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규정된 내용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국민연금이 일시에 무리하게 진행한다고 받아들여지는 등 불필요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어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가이드라인이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를 추진하기 위한 게 아니라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요지의 가이드라인 제정 의의를 추가했다. 결국 정부는 이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내용에 큰 문제가 없는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 난 뒤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가이드라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한 다음에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기금위에서 결론을 못 내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정부 측 입장이 후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다음 기금위 논의로 넘어갔지만 이번 기금위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후속 조치 세부 안건 세 개 가운데 '위탁운용사 의결권 행사 위임 가이드라인' '위탁운용사 선정·평가 시 가점 부여 방안'에 대해서는 의결했다. 이로써 위탁운용사는 기금운용본부를 대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고,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개별 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는지에 따라 가점을 부여해 평가에 반영하게 됐다.
한편 이날 국민연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연초 대비 8.92%의 기금 운용 수익률을 달성했으며 운용 수익금은 57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71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김제림 기자 / 홍혜진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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