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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받던 꼴찌에서 챔피언 도전자 오른 ‘한화 이글스’	2025-11-20 08:05
이글스 체질 바꾼 DYNAMITE ‘압도적 꼴찌’ ‘신인들의 무덤’. 2010년대 한화 이글스를 두고 야구팬 사이서 돌던 말이다. 매년 최하위를 맴도는 성적 탓에, 한화 이글스는 늘 조롱의 대상이었다. 한화를 응원하는 팬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퍼질 정도였다. 롯데 자이언츠와 더불어, 최하위의 표준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 조롱 대상으로 전락한 한화는 2025년 거짓말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순위 2위를 달성하며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 지었다. 플레이오프에선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5차전 가는 혈투 끝에 승리,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섰다. 비록 결승에선 LG 트윈스에 패해 무릎을 꿇었지만, 반전을 이뤄낸 2위 한화 이글스를 향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야구계에선 한화가 ‘반짝 강팀’이 아닌, 오랜 기간 상위권을 유지할 팀으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폭발적인 한화의 반등 배경에는 모기업 한화그룹의 기민한 경영 전략이 자리한다. 철저한 능력주의, 발 빠른 M&A, 충성도 높은 조직문화를 앞세운 한화그룹은 2025년 1년 만에 그룹사 시총이 3배가 뛸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폭발적인 반등과 성장을 이끈 이글스와 한화그룹의 경영 전략을 ‘DYNAMITE’란 키워드로 풀어봤다. Diversity 순혈주의 버리고, 인재 적극 채용 한국 프로야구 지방팀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가 ‘순혈주의’다. 수도권 팀에 비해 연고지 중에서도 특정 학교 출신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연고지 출신 선수를 두고 ‘로컬보이’라 부르며 극진히 대접하는 경우도 적잖다. 순혈주의 전략이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승엽(삼성, 대구), 이대호(롯데, 부산), 김태균(한화, 대전) 등 연고지 출신 스타가 등장하면 성적은 물론 팀 인기까지 수직 상승한다. 연고지 출신 선수들은 팀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르다. 다만, 이는 언제까지나 ‘잘됐을 때’ 얘기다. 순혈주의는 특정 고교·지역 파벌 형성, 코치진 흔들기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상위권에 이름을 자주 올리는 수도권 팀들은 순혈주의를 버린 지 오래다. 한화 이글스는 지방 팀 중에서도 순혈주의 색채가 더 강한 구단으로 꼽혔다. 한화그룹 산하 재단이 운영하는 천안 북일고 출신만 유독 선호했다. 연고지 지명권으로 천안 북일고 출신만 뽑는 행태를 두고 ‘북일 순혈주의’란 비판도 받았다. 성적도 시원찮았다. 2014~2024년까지 10년 동안 1차로 뽑은 선수 중 6명이 방출됐다. 2020년대 들어 한화 이글스는 변화를 택했다. KBO에 앞장서서 연고지 우선 지명권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고, 실력만 좋다면 다른 지역 출신도 뽑았다. 필요하다면 독립리그 선수라도 적극적으로 선발했다. 현재 팀의 주축인 문동주(광주), 노시환(부산), 김서현(서울) 등은 모두 대전이나 충청도와는 관계가 없다.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선수들은 파벌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이글스’란 이름 아래 뭉쳐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한화그룹도 본래 내부 공채 출신을 선호하는 순혈주의 문화가 강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문호를 적극 개방하기 시작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출신이 아닌 능력을 강조하는 풍토가 더 커졌다. 능력만 있다면 요직에도 외부 출신을 앉혔다. 외부 출신 인재들은 대관, 홍보, 전략 등 전 분야에 걸쳐 활약하며 한화의 폭발적인 성장에 이바지했다. Young player 신인과 인재에 적극 투자 한화 이글스의 가장 큰 변화는 ‘신인 육성’에 대한 철학 전환이다. 한화 이글스는 2000년대 중반까지 리그를 호령하는 강팀이었다. 정민철, 구대성, 송진우, 김태균 등 쟁쟁한 선수들이 팀을 이끌었다. 이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신인 육성을 게을리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은퇴하자 팀 전력은 급격히 악화했다. 육성 비법이 없다 보니 좋은 신인을 뽑아도 실패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 결과 ‘신인들의 무덤’이란 오명까지 썼다. 2020년대 들어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며 180도 달라졌다. 동시에 2군에서 유망주를 키우는 서산구장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2025년 1월 들어서는 조직 개편을 통해 ‘육성팀’을 신설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구종을 익히고 훈련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체계적 육성 시스템을 만들도록 전담하는 조직이다. 쓰루오카 퓨처스 배터리코치를 영입해 일본식 선진 코칭 시스템을 접목했고, 선수별 육성 로드맵을 통해 맞춤형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그 결과 매년 활약하는 신인이 쏟아졌다. 2022년 드래프트 1순위로 뽑은 문동주는 데뷔 2년 차에 신인왕을 수상하며 팀의 중심 투수로 자리 잡았다. 2023년 지명한 김서현과 문현빈은 각각 팀의 마무리와 주전 외야수로 도약했다. 2024년 황준서, 조동욱, 2025년 정우주 등 신인들이 매년 실력을 뽐냈다. 한화그룹도 신인 육성에 진심이다. 특히 그룹 미래 먹거리인 ‘우주항공’과 관련된 분야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 카이스트와 함께 진행하는 ‘우주의 조약돌’이 대표적이다. 우주의 조약돌은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프로젝트 기반 커리큘럼을 통해 미래 우주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재 교육 프로그램이다. 수료생들은 ▲KAIST 총장 수료증 ▲KAIST 영재교육원 수강 기회 ▲KAIST 멘토링 ▲해외(미국 NASA 우주센터) 탐방 등의 혜택이 주어지며, 기수 간 네트워킹 활동과 후속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롱받던 꼴찌에서 챔피언 도전자 오른 ‘한화 이글스’

2025-11-20 08:05

이글스 체질 바꾼 DYNAMITE

‘압도적 꼴찌’ ‘신인들의 무덤’.
2010년대 한화 이글스를 두고 야구팬 사이서 돌던 말이다. 매년 최하위를 맴도는 성적 탓에, 한화 이글스는 늘 조롱의 대상이었다. 한화를 응원하는 팬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퍼질 정도였다. 롯데 자이언츠와 더불어, 최하위의 표준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 조롱 대상으로 전락한 한화는 2025년 거짓말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순위 2위를 달성하며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 지었다.
플레이오프에선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5차전 가는 혈투 끝에 승리,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섰다. 비록 결승에선 LG 트윈스에 패해 무릎을 꿇었지만, 반전을 이뤄낸 2위 한화 이글스를 향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야구계에선 한화가 ‘반짝 강팀’이 아닌, 오랜 기간 상위권을 유지할 팀으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폭발적인 한화의 반등 배경에는 모기업 한화그룹의 기민한 경영 전략이 자리한다. 철저한 능력주의, 발 빠른 M&A, 충성도 높은 조직문화를 앞세운 한화그룹은 2025년 1년 만에 그룹사 시총이 3배가 뛸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폭발적인 반등과 성장을 이끈 이글스와 한화그룹의 경영 전략을 ‘DYNAMITE’란 키워드로 풀어봤다.

Diversity
순혈주의 버리고, 인재 적극 채용
한국 프로야구 지방팀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가 ‘순혈주의’다. 수도권 팀에 비해 연고지 중에서도 특정 학교 출신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연고지 출신 선수를 두고 ‘로컬보이’라 부르며 극진히 대접하는 경우도 적잖다. 순혈주의 전략이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승엽(삼성, 대구), 이대호(롯데, 부산), 김태균(한화, 대전) 등 연고지 출신 스타가 등장하면 성적은 물론 팀 인기까지 수직 상승한다. 연고지 출신 선수들은 팀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르다. 다만, 이는 언제까지나 ‘잘됐을 때’ 얘기다. 순혈주의는 특정 고교·지역 파벌 형성, 코치진 흔들기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상위권에 이름을 자주 올리는 수도권 팀들은 순혈주의를 버린 지 오래다.
한화 이글스는 지방 팀 중에서도 순혈주의 색채가 더 강한 구단으로 꼽혔다. 한화그룹 산하 재단이 운영하는 천안 북일고 출신만 유독 선호했다. 연고지 지명권으로 천안 북일고 출신만 뽑는 행태를 두고 ‘북일 순혈주의’란 비판도 받았다. 성적도 시원찮았다. 2014~2024년까지 10년 동안 1차로 뽑은 선수 중 6명이 방출됐다.
2020년대 들어 한화 이글스는 변화를 택했다. KBO에 앞장서서 연고지 우선 지명권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고, 실력만 좋다면 다른 지역 출신도 뽑았다. 필요하다면 독립리그 선수라도 적극적으로 선발했다. 현재 팀의 주축인 문동주(광주), 노시환(부산), 김서현(서울) 등은 모두 대전이나 충청도와는 관계가 없다.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선수들은 파벌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이글스’란 이름 아래 뭉쳐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한화그룹도 본래 내부 공채 출신을 선호하는 순혈주의 문화가 강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문호를 적극 개방하기 시작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출신이 아닌 능력을 강조하는 풍토가 더 커졌다. 능력만 있다면 요직에도 외부 출신을 앉혔다. 외부 출신 인재들은 대관, 홍보, 전략 등 전 분야에 걸쳐 활약하며 한화의 폭발적인 성장에 이바지했다.
Young player
신인과 인재에 적극 투자
한화 이글스의 가장 큰 변화는 ‘신인 육성’에 대한 철학 전환이다. 한화 이글스는 2000년대 중반까지 리그를 호령하는 강팀이었다. 정민철, 구대성, 송진우, 김태균 등 쟁쟁한 선수들이 팀을 이끌었다. 이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신인 육성을 게을리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은퇴하자 팀 전력은 급격히 악화했다. 육성 비법이 없다 보니 좋은 신인을 뽑아도 실패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 결과 ‘신인들의 무덤’이란 오명까지 썼다.
2020년대 들어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며 180도 달라졌다. 동시에 2군에서 유망주를 키우는 서산구장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2025년 1월 들어서는 조직 개편을 통해 ‘육성팀’을 신설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구종을 익히고 훈련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체계적 육성 시스템을 만들도록 전담하는 조직이다. 쓰루오카 퓨처스 배터리코치를 영입해 일본식 선진 코칭 시스템을 접목했고, 선수별 육성 로드맵을 통해 맞춤형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그 결과 매년 활약하는 신인이 쏟아졌다. 2022년 드래프트 1순위로 뽑은 문동주는 데뷔 2년 차에 신인왕을 수상하며 팀의 중심 투수로 자리 잡았다. 2023년 지명한 김서현과 문현빈은 각각 팀의 마무리와 주전 외야수로 도약했다. 2024년 황준서, 조동욱, 2025년 정우주 등 신인들이 매년 실력을 뽐냈다.
한화그룹도 신인 육성에 진심이다. 특히 그룹 미래 먹거리인 ‘우주항공’과 관련된 분야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 카이스트와 함께 진행하는 ‘우주의 조약돌’이 대표적이다. 우주의 조약돌은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프로젝트 기반 커리큘럼을 통해 미래 우주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재 교육 프로그램이다. 수료생들은 ▲KAIST 총장 수료증 ▲KAIST 영재교육원 수강 기회 ▲KAIST 멘토링 ▲해외(미국 NASA 우주센터) 탐방 등의 혜택이 주어지며, 기수 간 네트워킹 활동과 후속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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