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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 체질 바꾼 DYNAMITE…‘감’이 아닌 숫자와 데이터로	2025-11-20 08:05
Numbers-Driven Strategy ‘감’이 아닌 숫자와 데이터로 과거 한화 이글스는 데이터보단 ‘정신력’과 ‘느낌’을 강조하는 감독들을 사령탑으로 앉혔다. 김응용, 한대화, 김성근 등 감독은 데이터보단 현장의 감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팀 운영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좋은 성적을 거둬도 반짝 상승에 그쳤다. 2010년대 후반부터 전략을 바꿨다. 훈련 시스템부터 경기 운영까지 데이터에 기반한 운영 체제를 만들었다. 코치진이나 선수 감에만 의존하던 체계를 완전히 바꿨다. 2020년에는 KBO 구단 중 가장 먼저 AI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아예 기존 전략팀이 담당하던 데이터 분석 업무를 독립시켜 ‘데이터사이언스팀’을 새로 개설했다.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가 팀장을 겸직하고, 1군 데이터 분석 파트, 퓨처스 데이터랩 파트, 전력 분석 파트로 세분화했다. 데이터사이언스팀은 선수 유형별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육성 전략을 수립했다. 단순히 경기 분석을 넘어, 클럽하우스 내 헬스케어센터를 구축해 첨단 장비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측정·분석하고 컨디셔닝과 회복까지 관리했다. 데이터를 토대로 선수의 능력치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데이터 기반 운영 성공 사례가 바로 외국인 ‘라이언 와이스’의 영입이다. 와이스는 선수 경력이 국내에서 뛰는 다른 외국인 선수에 비해 빈약했다. KBO보다 한 단계 아래로 꼽히는 대만 프로야구에서마저 실패한 투수였다. 한화는 이름값과 경력 대신 와이스의 구속, 회전수, 변화구 움직임 등 데이터를 봤다. 한화 이글스의 교정 아래 와이스는 시속 150㎞ 직구와 예리하게 떨어지는 변화구 ‘스위퍼’를 보유한 괴물 투수로 변신했다. 올해 16승 5패, 평균자책점 2.87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한화 성적의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그룹 역시 디지털 전환(DX)에 총력을 기울인다. 한화시스템은 그룹의 IT 사업을 전담하며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미래 기술에 투자 중이다. 한화생명은 2025년 현재 IT·데이터 보안 전문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AI 전략 기획과 데이터 분석 인력 확충에 나섰다. 재계서는 한화그룹이 데이터를 토대로 움직이는 ‘데이터 중심 그룹’으로 탈바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ce Scouting 외국인 선수 영입 체계 개편 한국 프로야구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외국인 선수만 잘 뽑아도 가을야구는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10년대 암흑기 시절, 한화는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뽑지 못했다.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았다. 팀 전력이 약한데, 외국인 선수도 시원치 않았다. 성적이 나아질 리가 없었다. 2024년 한화 이글스는 외국인 스카우트 시스템을 개편했다. 전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를 가장 잘 뽑는다고 평가받던 NC 다이노스 소속 스카우트를 채용했다. 이때부터 한화가 뽑는 외국인 선수 수준이 대폭 올라갔다. 스카우트 체제 개편 결실은 올해 나타났다. 2025년 정규리그 MVP 후보로 거론되는 코디 폰세를 비롯, 라이언 와이스와 타자 리베라토까지 모두 고른 활약을 펼쳤다. 최고 히트상품은 단연 코디 폰세다.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구단에서 방출된 코디 폰세를 100만달러(신인 외국인 최고액)에 영입했다. 폰세는 지난해 초반 노히트노런(9회 동안 던지며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는 것)을 기록하며 일본 프로야구를 압도했다. 그러나 초반 이후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결국 퇴출당했다. 폰세의 구위를 지켜보던 한화 스카우트 팀은 방출 소식을 듣자, 폰세 영입에 들어갔다. 한화 스카우트 팀은 폰세의 부진이 일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심리적 요인 탓이 컸다고 내다봤다. 한국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면 충분히 통할 투수라고 판단했다. 결과는 정확했다. 한국에 적응한 폰세는 리그를 완전히 평정했다. 2025년 투수 4관왕에 오르며 한화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우뚝 섰다. 한화그룹은 기업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더급 직원 관리를 위해 2010년대 후반부터 인재 제도를 대거 개편했다. ‘승진 후보자 과정’이라는 리더 양성·평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조직의 중간관리자 급인 부·차장 승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업무 과제를 수행하도록 지시해 역량을 검증한 제도다. 수행하는 과정을 살펴보며 리더십 역량·경영 지식·태도 등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측정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Mid-to-Long-Term Rebuilding 미래 내다보고 체질 개선 2010년대 초반 한화 이글스는 이용규와 정근우를 비롯한 고액 FA를 대거 영입했다. 바닥에 떨어진 성적을 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FA 선수들을 받쳐줄 전력이 아예 없었다는 것. 팀 자체 전력이 지나치게 낮은 탓에 FA 선수 1~2명을 영입해도 성적이 전혀 오를 기미가 나타나지 않았다. 팀의 한계를 깨달은 구단은 방향을 틀었다. 리빌딩의 방향을 ‘단기 전력 보강’이 아닌 ‘조직 체질 개선’에 맞췄다. 구단은 대형 FA 영입 대신 프런트 개편, 육성 시스템 구축, 데이터 분석 강화 등 보이지 않는 기반부터 다시 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바꾸겠다’는 장기적 관점의 선택이었다. 신인 선수 채용 전략부터, 팀 인프라 개선, 육성 시스템 구축 등 단계를 하나씩 밟아 나갔다. 10년에 걸친 인내의 시간 끝에 성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장한 신인들이 주전으로 도약했고, 전력 분석을 기반으로 한 경기 운영이 자리 잡았다.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던 팀에서, 시스템이 선수를 키우는 팀으로 체질이 바뀌었다. 구단의 일관된 리빌딩 철학이 결실을 본 셈이다. 한화그룹도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전략을 짜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잘 드러난다. 한화가 조선 산업에 뛰어들 때, ‘사양 산업’에 투자한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강했다. 인수를 주도한 김동관 부회장 생각은 달랐다. 미국이 ‘세계 경찰’ 지위를 포기하면서 방산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 전망했다. 매출 규모가 큰 군함 사업 진출을 위해선 조선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 부회장은 과감히 한화오션을 사들였다.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미국은 자국 조선·해군 부활을 위한 파트너로 한국을 택했다. 수혜는 고스란히 한국 조선사로 돌아갔다. 여기에 친환경 선박 수요 급등으로 일반 상선 수요까지 급등하는 겹호재를 맞았다. 10년 후를 바라보고 진행한 투자가 열매를 맺었다는 평가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글스 체질 바꾼 DYNAMITE…‘감’이 아닌 숫자와 데이터로

2025-11-20 08:05

Numbers-Driven Strategy
‘감’이 아닌 숫자와 데이터로
과거 한화 이글스는 데이터보단 ‘정신력’과 ‘느낌’을 강조하는 감독들을 사령탑으로 앉혔다. 김응용, 한대화, 김성근 등 감독은 데이터보단 현장의 감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팀 운영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좋은 성적을 거둬도 반짝 상승에 그쳤다.
2010년대 후반부터 전략을 바꿨다. 훈련 시스템부터 경기 운영까지 데이터에 기반한 운영 체제를 만들었다. 코치진이나 선수 감에만 의존하던 체계를 완전히 바꿨다. 2020년에는 KBO 구단 중 가장 먼저 AI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아예 기존 전략팀이 담당하던 데이터 분석 업무를 독립시켜 ‘데이터사이언스팀’을 새로 개설했다.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가 팀장을 겸직하고, 1군 데이터 분석 파트, 퓨처스 데이터랩 파트, 전력 분석 파트로 세분화했다.
데이터사이언스팀은 선수 유형별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육성 전략을 수립했다. 단순히 경기 분석을 넘어, 클럽하우스 내 헬스케어센터를 구축해 첨단 장비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측정·분석하고 컨디셔닝과 회복까지 관리했다. 데이터를 토대로 선수의 능력치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데이터 기반 운영 성공 사례가 바로 외국인 ‘라이언 와이스’의 영입이다. 와이스는 선수 경력이 국내에서 뛰는 다른 외국인 선수에 비해 빈약했다. KBO보다 한 단계 아래로 꼽히는 대만 프로야구에서마저 실패한 투수였다. 한화는 이름값과 경력 대신 와이스의 구속, 회전수, 변화구 움직임 등 데이터를 봤다. 한화 이글스의 교정 아래 와이스는 시속 150㎞ 직구와 예리하게 떨어지는 변화구 ‘스위퍼’를 보유한 괴물 투수로 변신했다. 올해 16승 5패, 평균자책점 2.87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한화 성적의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그룹 역시 디지털 전환(DX)에 총력을 기울인다. 한화시스템은 그룹의 IT 사업을 전담하며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미래 기술에 투자 중이다. 한화생명은 2025년 현재 IT·데이터 보안 전문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AI 전략 기획과 데이터 분석 인력 확충에 나섰다. 재계서는 한화그룹이 데이터를 토대로 움직이는 ‘데이터 중심 그룹’으로 탈바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ce Scouting
외국인 선수 영입 체계 개편
한국 프로야구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외국인 선수만 잘 뽑아도 가을야구는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10년대 암흑기 시절, 한화는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뽑지 못했다.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았다. 팀 전력이 약한데, 외국인 선수도 시원치 않았다. 성적이 나아질 리가 없었다. 2024년 한화 이글스는 외국인 스카우트 시스템을 개편했다. 전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를 가장 잘 뽑는다고 평가받던 NC 다이노스 소속 스카우트를 채용했다. 이때부터 한화가 뽑는 외국인 선수 수준이 대폭 올라갔다.
스카우트 체제 개편 결실은 올해 나타났다. 2025년 정규리그 MVP 후보로 거론되는 코디 폰세를 비롯, 라이언 와이스와 타자 리베라토까지 모두 고른 활약을 펼쳤다. 최고 히트상품은 단연 코디 폰세다.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구단에서 방출된 코디 폰세를 100만달러(신인 외국인 최고액)에 영입했다. 폰세는 지난해 초반 노히트노런(9회 동안 던지며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는 것)을 기록하며 일본 프로야구를 압도했다. 그러나 초반 이후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결국 퇴출당했다. 폰세의 구위를 지켜보던 한화 스카우트 팀은 방출 소식을 듣자, 폰세 영입에 들어갔다. 한화 스카우트 팀은 폰세의 부진이 일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심리적 요인 탓이 컸다고 내다봤다. 한국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면 충분히 통할 투수라고 판단했다. 결과는 정확했다. 한국에 적응한 폰세는 리그를 완전히 평정했다. 2025년 투수 4관왕에 오르며 한화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우뚝 섰다.
한화그룹은 기업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더급 직원 관리를 위해 2010년대 후반부터 인재 제도를 대거 개편했다. ‘승진 후보자 과정’이라는 리더 양성·평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조직의 중간관리자 급인 부·차장 승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업무 과제를 수행하도록 지시해 역량을 검증한 제도다. 수행하는 과정을 살펴보며 리더십 역량·경영 지식·태도 등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측정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Mid-to-Long-Term Rebuilding
미래 내다보고 체질 개선
2010년대 초반 한화 이글스는 이용규와 정근우를 비롯한 고액 FA를 대거 영입했다. 바닥에 떨어진 성적을 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FA 선수들을 받쳐줄 전력이 아예 없었다는 것. 팀 자체 전력이 지나치게 낮은 탓에 FA 선수 1~2명을 영입해도 성적이 전혀 오를 기미가 나타나지 않았다.
팀의 한계를 깨달은 구단은 방향을 틀었다. 리빌딩의 방향을 ‘단기 전력 보강’이 아닌 ‘조직 체질 개선’에 맞췄다. 구단은 대형 FA 영입 대신 프런트 개편, 육성 시스템 구축, 데이터 분석 강화 등 보이지 않는 기반부터 다시 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바꾸겠다’는 장기적 관점의 선택이었다.
신인 선수 채용 전략부터, 팀 인프라 개선, 육성 시스템 구축 등 단계를 하나씩 밟아 나갔다. 10년에 걸친 인내의 시간 끝에 성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장한 신인들이 주전으로 도약했고, 전력 분석을 기반으로 한 경기 운영이 자리 잡았다.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던 팀에서, 시스템이 선수를 키우는 팀으로 체질이 바뀌었다. 구단의 일관된 리빌딩 철학이 결실을 본 셈이다.
한화그룹도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전략을 짜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잘 드러난다. 한화가 조선 산업에 뛰어들 때, ‘사양 산업’에 투자한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강했다. 인수를 주도한 김동관 부회장 생각은 달랐다. 미국이 ‘세계 경찰’ 지위를 포기하면서 방산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 전망했다. 매출 규모가 큰 군함 사업 진출을 위해선 조선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 부회장은 과감히 한화오션을 사들였다.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미국은 자국 조선·해군 부활을 위한 파트너로 한국을 택했다. 수혜는 고스란히 한국 조선사로 돌아갔다. 여기에 친환경 선박 수요 급등으로 일반 상선 수요까지 급등하는 겹호재를 맞았다. 10년 후를 바라보고 진행한 투자가 열매를 맺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