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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수리비 다 올랐는데 … 車보험료는 4년 연속 내려 2025-11-19 19:50

올해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전체 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2020년대 들어 최악의 손해가 관측되는 데는 차보험료를 4년 연속 인하한 조치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건보급여수가부터 최저임금·정비공임까지 보험금을 구성하는 물가가 모두 오르는 와중에 보험사 수입 요소인 보험료는 줄어들면서 손실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손해보험사의 차보험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정부와 보험사가 잇달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가 손해보험협회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차보험료는 2022년 1.2~1.4% 인하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매년 1~3% 내렸다. 이에 따라 4대 손보사가 차보험에서 거둬들인 원수보험료는 2023년 17조9649억원에서 작년 17조6190억원으로 축소됐다. 국내 개인용 자동차 원수보험료 통계를 분석해보면 보험료를 전년 대비 1% 인하할 때 4대 손보사의 보험료 수입은 연간 1200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연간 보험료는 하락했지만 보험금을 구성하는 비용은 모두 올랐다. 최저임금은 2022년(인상률 5.1%)부터 올해(1.7%)까지 매년 올랐다. 최저임금을 비롯한 임금이 인상되면 보험금을 구성하는 상실수익액이 증가하게 된다. 휴업 손해와 상실수익액은 차 사고에 따라 일을 못하게 되면서 생긴 금전 손해를 보험사가 보상해주는 부분이다. 아울러 건보급여수가는 2022년부터 매년 2% 안팎으로 인상됐는데, 이에 따라 차보험 진료비 또한 올랐다. 정비공임도 매년 2.4~4.5% 수준으로 인상되면서 물적 보상에 지급되는 보험금을 늘리는 요인이 됐다.
이처럼 차보험 손익 구조가 악화하는 와중에도 2021~2023년에는 흑자가 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차량 운행이 급감해 자동차 사고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2023년 5월 코로나19 종식 이후 차량 운행이 다시 늘어난 데다 이상기후가 더 빈번하게 관측되면서 차 사고가 폭증했다. 작년 국내 차보험 업계가 적자로 전환된 이유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3월까지 이어진 한파와 폭설에 자동차 긴급 출동이 잦아졌고, 여름에는 괴물폭우가 전국을 강타해 자동차 침수 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다.
이에 올해 들어 9월까지 대형 4개 손보사 차보험 손해율은 85.4%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포인트 높아졌다. 차량 사고가 늘어난 가운데 일부 의원과 한방병원에서는 교통사고 환자를 대상으로 과잉진료를 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차보험 손해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도 차보험 실적 악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경상환자가 8주를 넘어 치료받을 때 보험사의 검토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한의계의 반발에 맞닥뜨려 법 통과에 진통을 겪고 있다.
보험사 또한 자체적으로 보험금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선 안전운전자에게 보험료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있다. 또 차량에 사고 예방 장치를 장착한 고객이나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내려주는 혜택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보험 업계가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결국 보험료의 합리적 인상 없이 차보험의 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4대 손보사는 DB손보를 제외하고 이미 차보험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DB손보 또한 연간 기준으로는 차보험 적자가 유력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보험 업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차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방침이다.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권영집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전략팀장 상무는 "현재 합산비율 수준을 고려해 내년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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