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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진격 …'창업 왕국' 이스라엘 넘어설 기회가 왔다	2025-10-02 01:18
한국의 연간 벤처 투자액(2023년 기준)은 90억달러로 독일(72억달러), 이스라엘(83억달러), 일본(51억달러)을 넘는다. 눈부신 성장의 한편에는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온 정부의 벤처 지원 정책이 있다.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는 척박했던 땅에 물을 대는 마중물 역할을 했고, 팁스(TIPS)와 같은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각종 무상 교육과 사무 공간 제공 등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최상급의 초기 창업 환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질적 성장의 한계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한국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14개에 불과하다. 미국과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와 영국이 각각 50개가 넘고, 독일·프랑스·이스라엘도 각각 30개 안팎이다. 한국식 벤처 생태계가 '시작'은 잘 지원하지만, 글로벌 '거인'으로 키워내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엑시트', 즉 투자금 회수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제 막 제품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아 고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즈음이면, 회사는 이미 시리즈 B·C단계 투자를 받은 5~7년 차 기업이 되어 있기 일쑤다. 글로벌 무대로 데뷔해야 할 최적기에 '성장판'이 닫히는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회수 압박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게 만들고, 더 빠른 상장이 가능한 코스닥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이 구조적 한계는 숫자로 명확히 드러난다. 2024년 한국에서는 77건(스팩 제외)의 기업공개(IPO)가 있었고, 이는 같은 기간 미국(75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규모의 압도적인 차이다. 작년 한국 IPO 시장의 총공모액은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에 그친 반면, 미국 시장은 220억달러에 달했다. 평균 IPO 규모에서는 차이가 더욱 극명해진다. 작년 미국 IPO의 평균 규모는 2억8500만달러였지만, 한국은 7분의 1 수준인 38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 벤처 생태계가 글로벌 거인을 키우기보다 빠르고 작은 성공에 매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해법은 명확하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넘어설 K스타트업 25세 때 군 제대 후 무작정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람들은 '맨땅에 헤딩'이라고 했지만, 돌이켜보면 세상 물정 몰랐던 청춘의 열정이 내린 가장 용감한 결정이었다. 좌충우돌 끝에 행동 변화 기반 헬스케어 기업 '눔(NOOM)'을 창업했고,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헬스케어 회사로 키워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던 눔은 이제 미국 국민 절반이 인지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창업이라는 가장 혹독한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뛰어들다 보니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감수하며 배우고 또 배웠다. 매년 참가하고 있는 다보스포럼에서 유대인 커뮤니티가 인류애에 대한 그들의 기여를 알리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하는지를 봤다. 뿌린 만큼 거두지 못하는 고질적인 한계 속에 있던 한국 스타트업업계는 최근 전례 없는 기회를 맞이했다. 한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를 넘어설 새로운 가능성이다. 글로벌 리더들과의 대화에서 스포츠나 정치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아이스브레이커'는 다름 아닌 'K컬처'였다. 작년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은 17억달러로 프랑스(12억6000만달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전체 시청 시간의 8%를 점유하며 영국과 일본을 넘어서면서 확고한 2위 콘텐츠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다. AI가 만든 '풍요의 역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이 촉발한 혁명의 한복판에 서 있다. AI는 정보와 콘텐츠, 생산성의 '무한 풍요'를 약속한다. 버튼 하나로 소설 한 편이, 명령어 하나로 그림 한 점이 탄생하는 시대다. 그러나 이 눈부신 풍요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결핍을 낳는다. 바로 '진정성(Authenticity)'의 결핍이다. 디지털로 무한 복제가 가능한 세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단 하나의 것, 즉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오히려 치솟는다. 이는 경제의 무게중심이 유형의 상품(Goods)에서 무형의 서비스(Service)로, 그리고 이제는 기억에 남는 경험(Experience)으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AI가 수많은 지식 노동을 대체하면서 인간의 가치는 더 이상 '무엇을 아는가'가 아닌 '어떤 경험을 창조하고 공유하는가'에 의해 정의될 것이다. 노동과 여가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삶 자체가 타인과 교감하며 의미 있는 순간을 축적해가는 과정, 즉 '경험의 포트폴리오'를 쌓는 여정이 될 것이다. 이 거대한 전환의 징후는 이미 우리 주변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오피스 빌딩은 텅 비어가지만, 그 주변의 레스토랑과 공연장, 호텔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이는 인류가 더 이상 효율적인 노동을 위해 한곳에 모이지 않음을, 그러나 잊지 못할 경험을 위해서는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기꺼이 모인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화면 속 데이터가 아닌 오감을 깨우는 실제적인 자극,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관계의 밀도를 찾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금광, '경험 경제'의 본질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그의 저서 '나의 소원'에서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문화의 힘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기에 가장 평화적이고 강력한 힘이라 역설했다. 거의 동시대에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기술의 발달이 인류를 고된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켜 더 정신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에 몰두하게 되는 미래를 꿈꿨다. 오랫동안 이상향으로만 여겨졌던 두 사람의 통찰이 바로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구글, 오픈AI,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범용인공지능(AG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류를 반복적인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물리적 기반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김구 선생이 말한 '문화'와 테슬라가 예견한 '창의적 정신 활동', 즉 몸으로 직접 느끼고 체험하며 교감하는 '경험의 가치'에 더욱 투자하게 될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서 유니콘으로 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에 바로 대한민국이 있다. 유구한 역사가 담긴 한국의 문화는 이제 막 세계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희귀하고 신선한 콘텐츠의 보고(寶庫)다. 즉 K콘텐츠는 디지털 시대의 고립감과 피로감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가장 강력한 치유제이자 진정한 인간적 연결을 제공하는 대체 불가능한 경험재인 것이다. 최근 세계를 휩쓴 K팝 그룹이나 K드라마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치밀하게 준비했듯이, 한국 스타트업도 총시장규모(TAM) 자체를 내수로 한정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조직은 더 작고 유연해졌으며, AI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속도를 극적으로 단축시켰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잘 닦아온 창업 환경이라는 마중물을 더 큰 바다로 흘려보낼 때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이스라엘 창업 모델의 핵심은 '글로벌 분업'에 있다. 텔아비브에서 개발된 첨단 기술은 월스트리트의 유대인 자본과 만나고, 실리콘밸리라는 거대 시장에서 팔린다. 이처럼 '생산-투자-유통'이 국경을 넘어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이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의 부와 혁신을 이끌었다. 이제 그 기회가 우리에게 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문화의 잠재력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K뷰티 시장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뷰티 기업 에스티로더가 닥터자르트를 소유한 해브앤비를 약 11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로레알은 스타일난다를 약 4억6000만달러에 인수했고, 유니레버는 AHC 브랜드를 보유한 카버코리아를 무려 27억달러에 사들였다. 한국의 창의적인 스타트업이 K컬처라는 날개를 달고 처음부터 세계를 무대로 삼는다면 내수용 성공이라는 성장판의 한계를 뚫고 진정한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K웨이브 알리는 꿈(KOOM) 페스티벌 우리는 나이키, 디즈니, 애플, 테슬라 창업자의 스토리를 줄줄 꿰고 그들의 철학에 열광한다. 눔을 성장시키며 배운 가장 큰 교훈 역시 광고를 통한 인지도는 한계가 있으며, 창업자의 진정성 있는 서사가 소비자의 지지와 만났을 때 비로소 '국민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를 매료시킨 K콘텐츠를 만든 위대한 창업가, 기업가, 아티스트들의 '스토리'는 과연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K웨이브'의 다음 챕터를 여는 무대가 '꿈(KOOM) 페스티벌'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파편적으로 소비되던 K컬처의 뿌리와 서사를 조명하는 무대다.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뉴욕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에서 3일간의 꿈같은 여정이 시작된다. 50명 이상의 한국인 연사, 100개가 넘는 기업 부스, 14개의 프리미엄 식음료 브랜드, 그리고 15팀의 K팝 아티스트가 함께 한국의 모든 매력을 입체적으로 선보인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고 공연을 하는 행사를 넘어선다. 한국 문화에 매료된 세계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K브랜드 뒤에 숨겨진 고민과 철학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우리 문화의 팬을 넘어 대한민국의 든든한 지지자로 만드는 자리다. 문화만큼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외교는 없다. '꿈 페스티벌'은 AI가 열어젖힌 경험 경제 시대에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을 넘어 세계인의 삶에 영감을 주는 '경험 창조국'으로 도약하는 서막이 될 것이다. 정세주 눔(NOOM) 의장 KOOM 페스티벌 창업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의 진격 …'창업 왕국' 이스라엘 넘어설 기회가 왔다

2025-10-02 01:18

한국의 연간 벤처 투자액(2023년 기준)은 90억달러로 독일(72억달러), 이스라엘(83억달러), 일본(51억달러)을 넘는다. 눈부신 성장의 한편에는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온 정부의 벤처 지원 정책이 있다.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는 척박했던 땅에 물을 대는 마중물 역할을 했고, 팁스(TIPS)와 같은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각종 무상 교육과 사무 공간 제공 등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최상급의 초기 창업 환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질적 성장의 한계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한국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14개에 불과하다. 미국과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와 영국이 각각 50개가 넘고, 독일·프랑스·이스라엘도 각각 30개 안팎이다. 한국식 벤처 생태계가 '시작'은 잘 지원하지만, 글로벌 '거인'으로 키워내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엑시트', 즉 투자금 회수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제 막 제품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아 고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즈음이면, 회사는 이미 시리즈 B·C단계 투자를 받은 5~7년 차 기업이 되어 있기 일쑤다.
글로벌 무대로 데뷔해야 할 최적기에 '성장판'이 닫히는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회수 압박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게 만들고, 더 빠른 상장이 가능한 코스닥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이 구조적 한계는 숫자로 명확히 드러난다. 2024년 한국에서는 77건(스팩 제외)의 기업공개(IPO)가 있었고, 이는 같은 기간 미국(75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규모의 압도적인 차이다. 작년 한국 IPO 시장의 총공모액은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에 그친 반면, 미국 시장은 220억달러에 달했다. 평균 IPO 규모에서는 차이가 더욱 극명해진다. 작년 미국 IPO의 평균 규모는 2억8500만달러였지만, 한국은 7분의 1 수준인 38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 벤처 생태계가 글로벌 거인을 키우기보다 빠르고 작은 성공에 매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해법은 명확하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넘어설 K스타트업
25세 때 군 제대 후 무작정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람들은 '맨땅에 헤딩'이라고 했지만, 돌이켜보면 세상 물정 몰랐던 청춘의 열정이 내린 가장 용감한 결정이었다. 좌충우돌 끝에 행동 변화 기반 헬스케어 기업 '눔(NOOM)'을 창업했고,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헬스케어 회사로 키워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던 눔은 이제 미국 국민 절반이 인지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창업이라는 가장 혹독한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뛰어들다 보니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감수하며 배우고 또 배웠다. 매년 참가하고 있는 다보스포럼에서 유대인 커뮤니티가 인류애에 대한 그들의 기여를 알리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하는지를 봤다.
뿌린 만큼 거두지 못하는 고질적인 한계 속에 있던 한국 스타트업업계는 최근 전례 없는 기회를 맞이했다. 한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를 넘어설 새로운 가능성이다. 글로벌 리더들과의 대화에서 스포츠나 정치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아이스브레이커'는 다름 아닌 'K컬처'였다. 작년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은 17억달러로 프랑스(12억6000만달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전체 시청 시간의 8%를 점유하며 영국과 일본을 넘어서면서 확고한 2위 콘텐츠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다.

AI가 만든 '풍요의 역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이 촉발한 혁명의 한복판에 서 있다. AI는 정보와 콘텐츠, 생산성의 '무한 풍요'를 약속한다. 버튼 하나로 소설 한 편이, 명령어 하나로 그림 한 점이 탄생하는 시대다. 그러나 이 눈부신 풍요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결핍을 낳는다. 바로 '진정성(Authenticity)'의 결핍이다. 디지털로 무한 복제가 가능한 세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단 하나의 것, 즉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오히려 치솟는다.
이는 경제의 무게중심이 유형의 상품(Goods)에서 무형의 서비스(Service)로, 그리고 이제는 기억에 남는 경험(Experience)으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AI가 수많은 지식 노동을 대체하면서 인간의 가치는 더 이상 '무엇을 아는가'가 아닌 '어떤 경험을 창조하고 공유하는가'에 의해 정의될 것이다. 노동과 여가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삶 자체가 타인과 교감하며 의미 있는 순간을 축적해가는 과정, 즉 '경험의 포트폴리오'를 쌓는 여정이 될 것이다.
이 거대한 전환의 징후는 이미 우리 주변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오피스 빌딩은 텅 비어가지만, 그 주변의 레스토랑과 공연장, 호텔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이는 인류가 더 이상 효율적인 노동을 위해 한곳에 모이지 않음을, 그러나 잊지 못할 경험을 위해서는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기꺼이 모인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화면 속 데이터가 아닌 오감을 깨우는 실제적인 자극,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관계의 밀도를 찾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금광, '경험 경제'의 본질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그의 저서 '나의 소원'에서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문화의 힘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기에 가장 평화적이고 강력한 힘이라 역설했다. 거의 동시대에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기술의 발달이 인류를 고된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켜 더 정신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에 몰두하게 되는 미래를 꿈꿨다.
오랫동안 이상향으로만 여겨졌던 두 사람의 통찰이 바로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구글, 오픈AI,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범용인공지능(AG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류를 반복적인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물리적 기반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김구 선생이 말한 '문화'와 테슬라가 예견한 '창의적 정신 활동', 즉 몸으로 직접 느끼고 체험하며 교감하는 '경험의 가치'에 더욱 투자하게 될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서 유니콘으로
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에 바로 대한민국이 있다. 유구한 역사가 담긴 한국의 문화는 이제 막 세계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희귀하고 신선한 콘텐츠의 보고(寶庫)다. 즉 K콘텐츠는 디지털 시대의 고립감과 피로감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가장 강력한 치유제이자 진정한 인간적 연결을 제공하는 대체 불가능한 경험재인 것이다. 최근 세계를 휩쓴 K팝 그룹이나 K드라마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치밀하게 준비했듯이, 한국 스타트업도 총시장규모(TAM) 자체를 내수로 한정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조직은 더 작고 유연해졌으며, AI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속도를 극적으로 단축시켰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잘 닦아온 창업 환경이라는 마중물을 더 큰 바다로 흘려보낼 때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이스라엘 창업 모델의 핵심은 '글로벌 분업'에 있다. 텔아비브에서 개발된 첨단 기술은 월스트리트의 유대인 자본과 만나고, 실리콘밸리라는 거대 시장에서 팔린다. 이처럼 '생산-투자-유통'이 국경을 넘어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이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의 부와 혁신을 이끌었다. 이제 그 기회가 우리에게 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문화의 잠재력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K뷰티 시장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뷰티 기업 에스티로더가 닥터자르트를 소유한 해브앤비를 약 11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로레알은 스타일난다를 약 4억6000만달러에 인수했고, 유니레버는 AHC 브랜드를 보유한 카버코리아를 무려 27억달러에 사들였다. 한국의 창의적인 스타트업이 K컬처라는 날개를 달고 처음부터 세계를 무대로 삼는다면 내수용 성공이라는 성장판의 한계를 뚫고 진정한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K웨이브 알리는 꿈(KOOM) 페스티벌
우리는 나이키, 디즈니, 애플, 테슬라 창업자의 스토리를 줄줄 꿰고 그들의 철학에 열광한다. 눔을 성장시키며 배운 가장 큰 교훈 역시 광고를 통한 인지도는 한계가 있으며, 창업자의 진정성 있는 서사가 소비자의 지지와 만났을 때 비로소 '국민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를 매료시킨 K콘텐츠를 만든 위대한 창업가, 기업가, 아티스트들의 '스토리'는 과연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K웨이브'의 다음 챕터를 여는 무대가 '꿈(KOOM) 페스티벌'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파편적으로 소비되던 K컬처의 뿌리와 서사를 조명하는 무대다.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뉴욕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에서 3일간의 꿈같은 여정이 시작된다. 50명 이상의 한국인 연사, 100개가 넘는 기업 부스, 14개의 프리미엄 식음료 브랜드, 그리고 15팀의 K팝 아티스트가 함께 한국의 모든 매력을 입체적으로 선보인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고 공연을 하는 행사를 넘어선다. 한국 문화에 매료된 세계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K브랜드 뒤에 숨겨진 고민과 철학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우리 문화의 팬을 넘어 대한민국의 든든한 지지자로 만드는 자리다.
문화만큼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외교는 없다. '꿈 페스티벌'은 AI가 열어젖힌 경험 경제 시대에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을 넘어 세계인의 삶에 영감을 주는 '경험 창조국'으로 도약하는 서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