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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전세사기 명도소송 유예에…금융권 ‘눈덩이 세금’	2025-09-17 11:35
금융기관 배임 논란 가능성 여당 전세사기 특위 대책 마련 정부·여당이 ‘전세사기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신탁전세사기 피해주택에 얽힌 금융기관의 세금 부담 문제가 맹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은행과 상호금융 등 금융기관이 피해자 구제를 위해 명도소송을 유예하는 동안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배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특별위원회는 전세사기 배드뱅크 설립에 앞서 신탁전세사기 피해주택 관련 금융기관의 세금 부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신탁전세사기는 집주인이 부동산 신탁사를 통해 대출을 받고, 이를 숨긴 채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이다. 신탁계약이 체결되면 소유권은 신탁사로 넘어가고, 금융기관이 우선수익권자가 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도 소유권자가 부담해야 한다. 집주인(사기범)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신탁사와 금융기관은 명도소송으로 임대인을 강제 퇴거시키고 경·공매를 통해 주택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문제는 정치권이 신탁전세사기 피해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신탁사와 금융기관에 명도소송 유예를 요청하면서 세금 부담이 늘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매각 시 발생하지 않았을 세금이 전가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재산세 등은 소유권자인 신탁사가 부담하지만 금융기관이 받는 차익에서 세금이 차감되기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배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2년 이상 명도소송을 유예하며 기다리다보니 종부세와 재산세, 가산세가 수억원대로 불어났다”며 “금융기관은 실손 채권에서 세금을 차감하고 배당을 받아야 하는데 기다리다 손해만 발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면서 공매를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해왔고, 사회적 분위기상 공매에 나설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탁사기 피해자는 약 1245명에 달한다. 작년 9월 기준으로 신탁전세사기에 연계된 대출을 갖고 있는 곳도 시중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558곳에 이른다. 한 지역 상호금융에서는 신탁사가 채권을 인계받은 시점부터 발생한 종합부동산세와 가산세가 약 3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 전체로는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수백 곳의 금융기관이 우선수익권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세액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전세사기특위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특별법 내 한시적 일몰 조항을 둬 세금 부담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명도소송 기간 동안 부과된 세금이 유예되면 금융기관의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당은 조세당국과 협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세당국은 조세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세사기 특위 관계자는 “세금 부담까지 금융권에 떠넘기면 향후 다른 사회적 합의나 협약을 유지하는 데 금융기관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전세사기 특별법을 정기국회 안에 통과시킬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한 만큼 (특별법을 통한) 해결책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탁전세사기 명도소송 유예에…금융권 ‘눈덩이 세금’

2025-09-17 11:35

금융기관 배임 논란 가능성
여당 전세사기 특위 대책 마련

정부·여당이 ‘전세사기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신탁전세사기 피해주택에 얽힌 금융기관의 세금 부담 문제가 맹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은행과 상호금융 등 금융기관이 피해자 구제를 위해 명도소송을 유예하는 동안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배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특별위원회는 전세사기 배드뱅크 설립에 앞서 신탁전세사기 피해주택 관련 금융기관의 세금 부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신탁전세사기는 집주인이 부동산 신탁사를 통해 대출을 받고, 이를 숨긴 채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이다.
신탁계약이 체결되면 소유권은 신탁사로 넘어가고, 금융기관이 우선수익권자가 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도 소유권자가 부담해야 한다.
집주인(사기범)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신탁사와 금융기관은 명도소송으로 임대인을 강제 퇴거시키고 경·공매를 통해 주택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문제는 정치권이 신탁전세사기 피해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신탁사와 금융기관에 명도소송 유예를 요청하면서 세금 부담이 늘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매각 시 발생하지 않았을 세금이 전가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재산세 등은 소유권자인 신탁사가 부담하지만 금융기관이 받는 차익에서 세금이 차감되기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배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2년 이상 명도소송을 유예하며 기다리다보니 종부세와 재산세, 가산세가 수억원대로 불어났다”며 “금융기관은 실손 채권에서 세금을 차감하고 배당을 받아야 하는데 기다리다 손해만 발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면서 공매를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해왔고, 사회적 분위기상 공매에 나설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탁사기 피해자는 약 1245명에 달한다. 작년 9월 기준으로 신탁전세사기에 연계된 대출을 갖고 있는 곳도 시중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558곳에 이른다. 한 지역 상호금융에서는 신탁사가 채권을 인계받은 시점부터 발생한 종합부동산세와 가산세가 약 3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 전체로는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수백 곳의 금융기관이 우선수익권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세액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전세사기특위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특별법 내 한시적 일몰 조항을 둬 세금 부담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명도소송 기간 동안 부과된 세금이 유예되면 금융기관의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당은 조세당국과 협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세당국은 조세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세사기 특위 관계자는 “세금 부담까지 금융권에 떠넘기면 향후 다른 사회적 합의나 협약을 유지하는 데 금융기관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전세사기 특별법을 정기국회 안에 통과시킬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한 만큼 (특별법을 통한) 해결책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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