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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가이드라인 살펴보니…기업 요구 반영했으나 실효성 의문 여전 2024-05-26 13:30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확정안을 발표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언급 4개월여만에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초안 공개 당시 상장사들이 요구한 ‘특성 및 성장단계별 밸류업 계획 세분화’ 등이 반영됐으나 구체적인 인센티브 계획이 빠지면서 실효성 의문이 남은 상황이다.
26일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확정안을 공개하고 27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27일부터 상장사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별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계획을 짜서 공시할 수 있다. 거래소는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안내 공문도 발송한다.
참여 기업들은 사업 현황을 진단하고 자체적으로 선정한 PBR(주가순자산비율)과 비재무적인 감사독립성 등의 지표를 어떻게, 또 언제까지 개선할 건지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함께 연 1회 등 주기적으로 달성 현황 등을 직접 평가하고 공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예고 형태로 미리 공시할 수 있다.
지난 2일 발표한 가이드라인 초안과 마찬가지로 참여 여부는 물론이고 계획 내용 전반도 기업 자율에 맡겨진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규제가 도입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자율성에 기반한 인센티브 구조를 원칙으로 채택했다”며 “이로써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마켓 프레셔(시장 압력), 피어 프레셔(동조 압력)를 통하는 게 규제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우리 자본시장에 뿌리내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확정안의 골자는 초안과 큰 차이가 없지만 상장사가 주문한 내용이 주로 강화됐다.
계획 수립 단계의 기재사항을 안내하는 항목에서 “어떠한 계획을 수립할지는 각 기업의 특성, 성장단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해 기업마다 맞춤형 계획수립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들이 스스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선정하는 지표의 예시로 ‘R&D투자 증가율’을 새로 덧붙여 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부각시켰다.
가이드라인 초안 발표 현장에서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금융업이나 지주회사같이 설비 투자가 없는 업종과 유지보수와 신규 증설 등 투자가 수반되는 제조업종은 다르다”며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업종별로 더 세분화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은 투자를 통해 고성장을 추구해야 하기에 눈높이에 맞는 평가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내부감사 지원조직의 독립성 내부감사기구 주요 활동내역의 공시’ 등 감사의 독립성과 관련된 지표 예시 2가지가 늘어나면서 거버넌스(지배구조) 지표의 예시도 강화됐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상장사들이 게시할 밸류업 공시를 조회하는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를 개설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여기서 PBR과 배당수익률 등 기업가치와 관련된 주요 투자지표를 업종별로 비교할 수 있고, 올해 안에 밸류업 우수 종목으로 꾸려진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조회할 수 있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내년부터 매년 5월에 ‘기업 밸류업 우수법인’을 10개사 선정하는데, 밸류업 통합페이지에서 위 우수법인의 현황도 볼 수 있다.
당장 투자자들이 지표별로 상장사 순위를 알 수 있어 기업들은 ‘네임 앤드 셰임(Name&Shame)’ 효과로 밸류업 동참 압박을 받게 된다.
정 이사장은 세제당국의 세제 인센티브외에도 거래소 차원의 ‘당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가지 업무 공시 지원이라거나 감사인 지정 관련 유예 등을 포함해서 세제를 제외한 다른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다”며 “운영 과정에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확정안이 초안 대비 유의미한 개선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가이드라인 초안 당시 나온 내용에서 지엽적인 부문만 보강되고 사실상 한국거래소의 홍보를 위한 확정안 발표였다는 인상을 준다”며 “일본거래소 이사장 등 일본의 금융수장들이 외국인 장기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한 것 처럼 우리도 이사장이 오너십을 갖고 외국인투자자들과 상장사 오너를 만나는 등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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