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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탁상정책 불똥 … '직구면세 개편' 무산 안돼 2024-05-23 08:59

중국 해외 직접구매(직구) 기업을 겨냥한 정부의 '탁상행정'에 소비자들이 큰 홍역을 치렀다. 정부는 16일 안전성이 의심되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 미인증 제품의 직구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사흘 만에 대책을 철회했고, 대통령실이 공식 사과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소비자 선택권에 예민해진 국민 정서와 고물가 속 조금이라도 싼 제품을 사려는 수요를 읽지 못하고 정책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채 탁상에서 정책을 짜는 관료사회의 맹점에 결국 사달이 난 것이다. 다만 정부의 허술한 정책 대응 논란 여파에 관세 정책의 유연성이 희생될 공산이 커졌다는 것은 우려스럽다. 정책의 힘은 정책 수요자들의 신뢰감 못지않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진화하는 유연성 사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해외 직구 면세한도 개편이 대표적이다. 당초 정부는 KC 미인증 제품 직구 금지와 소액 수입물품 면세 제도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면세한도 사각지대를 악용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현행 법령상 해외 직구를 통해 사는 물품은 1인당 150달러까지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다. 알리·테무·쉬인 등 초저가 상품을 파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를 통해 150달러씩 매일 직구를 하면 1년에 16만4250달러(약 2억4000만원)까지 세금 한 푼 안 내고 물건을 들여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역차별 피해를 호소하며 규정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관세법 시행규칙에 해외 직구 면세한도 근거가 처음 생긴 것은 1968년이다. 애초 정부가 면세한도를 둔 것은 과거에는 해외 상거래가 활발하지 않았고 소액 거래, 소량 소비가 주종을 이뤄 일일이 과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열악한 시장 자체가 일종의 비관세 장벽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자가 이용 목적의 소액 직구에 한해 일종의 특혜를 준 게 면세한도 도입 취지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1분기 중국 직구 금액은 9400억원으로 1년 새 54% 급증했다. 기술과 환경이 달라지며 과거에 존재했던 해외 직구 진입 장벽이 사라졌다면, 이 장벽 때문에 도입했던 면세 특혜는 다시 거두는 게 상식적이다.
주요국 상황도 비슷하다. 유럽연합(EU)과 영국, 호주는 해외 직구 부가세 면세 조치를 진작 폐기했다.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던 미국도 중국에 대해서는 무관세 조치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2020년 이미 면세제도 개편 계획을 밝혔다. 직구 안전성 역풍이 부니 4년 동안 뭉개고 있던 정책을 놓고 다시 여론 눈치를 보고 있다. 경제 환경 변화에 맞춰 바꿔야 할 정책은 과감하게 바꾸는 게 맞다.
[김정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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