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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바꾸라" 반년만에 … 확 달라진 정용진의 신세계 2024-05-20 20:09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조직·시스템·업무 방식을 다 바꾸라"며 비상경영을 선포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후 그룹 경영 총책임자인 정 회장을 비롯해 전반적인 회사 분위기와 실적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평소 좋아하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골프를 끊고 하루 12시간 경영에 몰입했다. 전 사적으로 비용 줄이기와 최저가 회복 전략을 강화하면서 회사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20일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후 평소 즐겨 찾던 골프장을 거의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으로 승진한 지난 3월 8일 이후에는 인스타그램 활동을 완전히 접었다. 과거 정 회장은 많은 날엔 하루에 게시물 2~3개를 올릴 정도로 SNS 활동을 즐겼다.
정 회장은 3월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면서 그룹과 계열사 현안들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심·저녁 시간을 빼면 하루 10시간가량 업무에 집중하는 셈이다. 18년간 그룹 부회장으로서 명품·식품·패션 등 다방면에 걸쳐 쌓은 인맥과 경험이 풍부한 정 회장이 꼼꼼히 업무를 챙기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이전보다 훨씬 긴장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스스로는 변화하지 않고, 변화를 요구만 한다면 그 뒤를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스로 SNS와 골프를 자제하고 경영에 몰입하면서 그룹 임직원도 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그룹의 실적 개선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이 올해 들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3~4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사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수십 명을 구조조정했다. 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업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비용을 줄였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합병도 단행했다. 조직 통합으로 후선 인력과 시스템 운영 비용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공동 소싱을 통해 제품 가격도 낮추는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왔다.
강도 높은 비상경영에 돌입한 이후 처음 공개된 지난 1분기 이마트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마트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들도 1분기에 대부분 호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스타벅스는 60% 증가한 327억원,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는 321% 증가한 122억원, 조선호텔앤리조트는 35% 증가한 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마트 측은 연중 최저가로 제품을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전략이 먹혀들면서 방문 고객 수가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직소싱과 대량 매입, 제조 업체와의 협업 등 노하우를 총동원해 130여 개 품목의 가격을 낮췄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의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면서 계열사 신세계건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도 잦아드는 모양새다.
다만 1조원 규모 쓱닷컴 재무적투자자(FI)와의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 논란은 새로운 고민거리다. 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FI와의 협력 등을 통해 기존 FI 투자금 상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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