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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32m 탁 트인 중앙 홀·대형 팝업…하노이 홀린 한국식 쇼핑몰 2024-05-15 22:23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대표 관광지인 서호(西湖·웨스트레이크) 인근 쇼핑몰 앞 중앙광장엔 분수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직경 약 1m의 반사판을 든 20대 젊은이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애슬레저룩으로 멋을 낸 채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텐사우전드 매장 앞에서 저마다의 '몰링'을 즐기고 있었다. 이날 만난 기앙 씨(20)와 타오 씨(21)는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에 적합한 곳이라 찾게 됐다"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볼거리가 많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이곳에 들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곳은 베트남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다. 현지에선 '롯데몰 떠이호'라고 부른다. 7870억원을 투자한 하노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국식 복합쇼핑몰을 이식한 전략이 주효했다. 쇼핑몰뿐 아니라 호텔, 오피스, 아쿠아리움, 영화관까지 갖췄다. 쇼핑몰 내부엔 넓은 동선을 확보했고, 1층 로비는 주기적으로 바뀌는 팝업 매장을 위해 비워뒀다. 다양한 가족 체험 공간에도 공을 들였다.
이 복합쇼핑몰은 지난해 9월 개장 후 누적 방문객이 8개월 만에 7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3만명이 이곳을 찾은 셈이다. 현지에선 '사진 명소'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계열사로 롯데백화점을 꼽기도 했다.
매장을 둘러봤더니, 한국식 복합쇼핑몰 노하우를 베트남에 이식한 점이 눈에 띄었다.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이뤄진 쇼핑몰의 1층 로비는 텅 비워 놓았다. 팝업 매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주로 행사 매대를 배치하던 현지 업체와 차별화한 것이다. 이날 현장에 들렀을 때는 디올 뷰티 팝업 매장이 열려 베트남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쇼핑몰의 통로를 최소 폭 12m 이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눈에 들어왔다. 백화점 한가운데서부터 천장까지 비운 '보이드(32m)'가 대표적이다. 두 개 층을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익스프레스'도 현지에서는 처음이라고 했다.


하노이 젊은 시민들의 수요를 반영해 명품보다는 SPA 브랜드를 대거 유치한 점도 주효했다. 쇼핑몰 1층엔 자라, 유니클로, 무지, 마시모두띠 등이 들어서 있다. 베트남에서 글로벌 SPA 브랜드 4개를 갖춘 곳은 웨스트레이크가 유일하다. 이 쇼핑몰의 매출 1~4위는 자라, 유니클로, 무지, 마시모두띠로 이들 브랜드가 매출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이는 베트남이 젊은 층의 소비가 많은 젊은 국가라는 점을 공략한 결과다. 김준영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은 "실제로 쇼핑몰 방문 인원의 절반 이상은 35세 미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쇼핑 외에 또 있다. 가족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식음료(F&B) 매장 90여 개 외에 아쿠아리움, 영화관, 실내놀이터인 챔피언1250,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 같은 체험 공간도 인기를 끌고 있다. 비교적 부유한 젊은 층이 많은 서호의 지역 입지 때문이다. 이날 만난 자오더닌 씨(32)는 아들 둘, 남편과 함께 쇼핑몰을 찾았다. 그는 "아이들이 챔피언1250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걸 좋아해 가족끼리 자주 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웨스트레이크의 상품 매장 비중은 45%로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보통의 백화점 매장 비중이 80%를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신 매장 수가 줄고 빈 곳을 어린이놀이터 등 집객시설(40%), 지역 맛집·K푸드 등 식음료(15%)로 채웠다.
한편 하노이 내 롯데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는 롯데센터 하노이는 최근 개장 10년을 맞아 재단장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 내 노후화된 실내 장식을 손보고 매장의 70%를 바꿔 점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VIP 라운지는 등급별 차별화 서비스를 강화한다.
백화점 내 187개 매장 중 70여 개가 새 옷을 입고, 40여 곳이 새로 입점한다. 2014년부터 운영된 롯데센터 하노이는 높이가 272m로 하노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65층 전망대 '스카이워크'는 매년 30만여 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하노이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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