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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침해 공방에도 버젓이 수출…法 개정 목소리 2024-02-12 23:50
설계도면을 비롯한 영업비밀 유출로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다른 회사의 권리를 침해한 물품의 수출입을 국경에서 막는 통관보류제도가 상표권이나 특허권처럼 외부에 공개된 지식재산권만을 대상으로 운용되고 있어서다. 회사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영업비밀을 침해한 물품도 통관보류 대상에 추가하도록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총기부품 제조업체 SNT모티브의 전 직원 A씨를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SNT모티브는 전 직원 A씨가 거래처에 업무상 메일을 보낼 때 개인 메일에도 함께 보내는 방식으로 내부 자료를 확보하고, 퇴사한 뒤에 B사를 세워 설계도면을 포함한 영업비밀을 이용해 총기부품 등을 수출해 피해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작년에 A씨를 영업기밀 누설과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관세청은 B사 일부 제품이 방위사업청 허가를 받지 않고 수출이 이뤄진 점을 수사 중이다.
다만 A씨는 "일부 품목의 방사청 허가를 누락한 것은 업무상 실수"라며 "현재는 필요한 품목에 대해 모두 허가를 받고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비밀 유출 혐의에 대해선 "회사 메일이 중동 거래처에서 스팸으로 분류되는 일이 있어 개인 메일로 내부 보고를 하거나 명함에 회사 메일과 개인 메일을 병기할 정도로 업무적으로 자주 써 왔다"고 주장했다.
SNT모티브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이달 말 첫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사 기간에도 B사를 통해 영업비밀 침해 소지가 있는 제품이 수출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행 관세법상 상표권, 특허권 같은 지재권 침해 물품의 경우 통관보류제도를 통해 피해 기업의 요청으로 관세청이 수출을 중단할 수 있지만, 영업비밀 침해 물품은 중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영업비밀 침해 물품과 국가 지정 첨단산업기술, 방산기술을 침해하는 물품도 통관보류할 수 있도록 관세법 개정안을 작년 11월 발의했다. 관세청도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관보류 범위가 넓어지면 경쟁사 견제용으로 남용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대형 법무법인의 한 관세법 전문가는 "영업비밀 범위가 넓고 경계가 모호해 세관에서 비교적 쉽게 식별 가능한 상표권 침해 사례와 달리 침해 여부를 바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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