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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의 천국' 한국 코인시장 2023-09-18 22:52
국내 코인시장이 무법천지로 전락하고 있다. 국회에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통과됐지만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그때까지 정부가 손쓸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검찰도 금융당국도 단속 권한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이를 틈탄 투기세력이 코인시장에 몰려들면서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상한 급등락을 거듭하며 도박판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로 18일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리퍼리움과 던프로토콜이라는 가상화폐가 이날 하루에만 20~40% 급등하면서 상승률 1·2위를 기록했다. 두 개 모두 오는 26일 상장폐지가 예정돼 있지만 투기성 매수세가 몰렸다. 통상 이런 코인들은 순식간에 급등했다가 곧바로 몇 배 더 급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에는 해외 시세조작 세력까지 가세했다. 국내 시장 제도의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가져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최대 800%까지 가격이 뛰었던 '사이버커넥트'다. 이 코인은 지난달 22일 업비트에 상장됐다. 시세조작 세력은 지난달 29일부터 유통 물량을 대거 옮기기 시작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블록체인데이터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전체 유통 물량의 38%인 416만9441개가 한국으로 전송됐다.
이 물량은 당시 시세조작 세력이 끌어올린 최고가 기준으로 2051억원 상당이다. 가격은 불과 일주일 만에 859% 폭등했다.
코인시장 관계자는 "시세조작 세력이 계정 몇 개를 이용해 코인을 자기들끼리 사고파는 자전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물량을 틀어쥔 '쩐주'가 스스로 코인을 사고팔면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격이 치솟는 동안 이들이 물량을 털어내면서 다시 일주일 만에 8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문제는 이처럼 해외 시세조작 업자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뒤 급락해도 국내 거래소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소수 계정에 의한 거래 집중'을 경고하는 것이 고작이다. 감독당국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밖에는 제재 수단이 없다.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거래소에 상장도 안 된 코인이 최근 일주일 새 가격이 5배나 오르는 일도 벌어졌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유명인사 A씨가 발행한 B코인은 일주일 만에 가격이 4만원에서 20만원으로 뛰었다. 이 코인은 계획도 목적성도 알 수 없다. A씨의 동영상 조회 수도 덩달아 높아졌다. A씨가 어느 산 중턱에서 코인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B를 지금 팔면 안 된다. 100만원까지 오른다. 갖고 계시라"고 외치자 투자자들이 열광한다. A씨가 쓴 책도 인기다. 그 책을 사면 B코인 10개를 준다. 지금 시세로는 200만원 상당이다. 한 투자자는 "B코인을 1000만원어치 구매하기로 하고 돈을 보냈는데 코인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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