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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자전거래로 시세 뻥튀기 … 해외로 먹튀해도 속수무책 2023-09-19 06:04
◆ 혼탁한 코인시장 ◆

"한국 코인 거래소인 업비트에 물량을 대거 투입하고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해 가격을 올립니다. 투기 성향이 강한 한국 개미들은 가격이 오르니 코인을 삽니다. 하지만 시세 조작 세력은 가격을 올린 뒤 모든 물량을 해외 거래소로 다시 옮깁니다. 호가 창이 텅텅 빕니다. 국내 개미들은 갑자기 자기 물량을 판매하기가 불가능해지는 겁니다." 코인업계 관계자 C씨는 최근 국내 코인들이 이상 급등한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이버커넥트가 가장 최근 이 같은 원리로 움직였던 사례다.
지난달 29~30일 업비트에서 사이버커넥트 총 유통 물량 1103만8000개 중 37.7%를 모았던 시세 조작 세력은 돌연 이달 1일과 2일 코인 394만4000개를 전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로 보냈다. 2일이 되자 약 1시간 만에 사이버커넥트 가격이 70% 폭락했다. 800% 이상 폭등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을 때 팔면서 차익 실현을 하고,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과정에서 코인을 되사는 식이다.
업비트에 들어왔다가 나간 코인 수는 크게 변화가 없는 걸 감안하면 결국 가격을 올렸다 내리는 과정에서 개미들만 손해를 보고 끝난 셈이다. 이 코인에 투자한 D씨는 "가격이 중간 정도 올랐을 때 코인을 샀는데 폭락했다"면서 "급하게 팔려고 했지만 호가 창이 텅텅 비어서 손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코인 시장이 해외에 비해 가격 조작이 용이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코인 투자자들은 가격이 급등하는 코인에 올라타는 성향이 강해 가격을 올리기 쉽다. 또 국내외 거래소 간 코인이 이동할 때 적용하는 트래블 룰도 시세 조작 과정에서 활용된다.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코인을 옮기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세를 조작하는 시간 동안은 제3자에 의해 간섭받을 확률이 낮다.
실제 국내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에 집중하는 성향은 대단하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코인을 뜻한다. 코인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미국 최대 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지난달 기준 전체 거래량 가운데 약 56%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에 집중됐다. 하지만 한국 최대 코인 거래소인 업비트는 83%가량이 알트코인에 집중됐다. 한국 시장이 변동성이 높은 코인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방증이다.
코인업계 관계자 E씨는 "평소 거래량이 안 나오던 잡코인도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김치 프리미엄이 수십 %로 올라가고 거래량도 1조원을 넘어간다"면서 "도박판과 같은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코인 시장에 이를 막을 제도가 없는 것도 시세 조작 세력이 모여드는 원인 중 하나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지난 7월 4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보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암호화폐(가상자산) 경보제'를 시행했다.
사이버커넥트 가격이 급등했을 때도 업비트가 '소수 계정에 의한 거래 집중 발생' 경보를 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원화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사이버커넥트 건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 관계자는 "해당 소수 계정에 대한 제재 여부는 공개가 불가하며, 업비트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의심거래보고(STR)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 불고 있는 미상장 코인 광풍도 문제다. 대부분은 평온했을 지난 주말, 코인 커뮤니티는 뜨거웠다. 전국 각지 대학과 고등학교, 시내 도서관과 서점을 뒤져 A씨가 쓴 책에 붙은 코인 증정 코드를 얻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광주 한 대학생은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 도서관까지 찾아와서 코인을 얻어 갔다. 교통비와 수고로움을 고려해도 200만원은 모든 걸 해결하는 금액이다.
B코인은 A씨가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해서 만든 코인이다. 하드포크는 일종의 코드 복사다. 비트코인은 오픈소스로 코드가 공개돼 있다. B코인은 단순히 비트코인 코드를 복사한 코인이다. 물론 A씨는 따로 토큰공개(ICO)를 하는 식의 투자를 받지는 않았다. 미션을 하면 공짜로 나눠주는 식이다. 그간 A씨는 계룡산·한라산 같은 곳에서 등산을 하면 코인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A씨의 책을 사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B코인이 거래되는 방식이다.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다 보니 카카오톡 톡방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거래가 된다.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지 않으니 가격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자전 거래 형식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셈이다. 현재 시세를 적용하면 거래소에 상장도 안 된 B코인의 시가총액은 4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무료로 코인을 얻어서 파는 건 문제가 없지만, 개인 대 개인으로 코인을 사서 투자하려고 하면 크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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