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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번호만 있으면 OK!”...외국인 투자등록제 30년만에 폐지 2023-01-24 13:49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
영문공시 단계적 의무화

지난 1992년 도입돼 30년 넘게 이어져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가 폐지된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혀온 제도다. 이와 함께 영문 공시는 내년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장법인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투자등록제는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92년 외국인 상장 주식 투자를 허용하면서 종목별 한도 관리를 위해 도입됐다. 기간산업에 속하는 33개 종목을 제외한 일반 상장사에 대한 한도 제한이 폐지된 1998년 이후에도 특별한 변화 없이 유지돼왔다. 이 제도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 없는 제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규제’, ‘낡은 규제’란 지적을 받아왔다.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지난해 한국 시장 접근성을 가로막는다며 지적한 9개 항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연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사전 등록 절차 없이 외국인의 국내 상장증권 투자가 가능해진다. 개인은 여권번호로, 법인은 LEI 번호(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를 이용해 계좌 개설 및 관리를 하게 된다. 금융위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해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통합계좌(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 결제 즉시 투자 내역 보고 의무도 폐지한다. 통합계좌는 투자 내역 보고 의무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져 지난 2017년 도입 후 활용된 사례가 없다. 투자 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통합계좌를 개설해준 증권사가 세부 투자 내역을 관리해야 한다.
외국인의 장외거래 사후 신고 범위도 대폭 확대된다. 그동안 사후 신고로 장외거래가 가능한 경우는 조건부 매매, 직접 투자, 스톡옵션, 상속·증여 등으로 한정됐으나, 사전 심사 필요성이 낮고 장외 거래 수요가 높은 유형들을 사후신고 대상에 적극 포함하기로 했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9월 “1992년 도입돼 지금까지 운영 중인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합리적으로 개선될 여지는 없는지 검토 중”이라며 제도 개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두 달 뒤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릴레이 세미나에서 해당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초안을 공개했다.
또 내년부터는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시장에 필요한 중요 정보에 대한 영문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로 영문공시 의무화가 확대된다. 현재 영문공시는 시스템에 의한 영문 자동 변화, 기업의 자율적인 영문 공시 제출에만 의존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국제기준에 맞춰 우리 자본시장의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편의성이 증대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겸기획재정부장관 또한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해외투자자들에게 한국경제 상황을 설명하며 투자 ‘세일즈’를 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을 언급하며 “올해부터 보다 외국인 투자자 친화적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한국 자본시장 투자 환경을 개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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