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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임대차 시장...전세 매물 급증…‘역전세난’ 시대 오나 2022-09-23 06:01
부동산 시장이 대세하락장에 접어든 가운데 매매뿐 아니라 임대차 시장 분위기도 심상찮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8월28일 기준)은 5만5056건으로 한 달 새 4132건 늘었다. 2년 전인 2020년 8월28일(2만8768건)과 비교하면 9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세 매물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1만5420건에서 3만4499건으로 124%가량 치솟았다.

전세 매물이 늘면서 전셋값도 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6.48% 뛰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7월까지 0.46% 떨어졌다. 전세 매물이 늘고 전셋값이 약세로 돌아선 것은 기준금리 인상, 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4%대로 치솟으면서 대출금리가 통상 3.5%인 월세전환이율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자 보증금을 올려주는 대신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수요가 급증한 셈이다. 기존 세입자는 이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갱신계약을 하려 한다. 이사를 가야 할 경우에는 전세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 부담이 더 적은 만큼 반전세로 몰리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월세 계약 만기가 지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리센츠, 엘스 등 송파구 잠실 대단지의 경우 전용 84㎡ 전세 매매가가 한때 15억 원대까지 뛰었지만 최근에는 11억~12억 원으로 낮춰야 계약이 이뤄진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 설명이다. 온라인에는 ‘추천하는 급전세’, ‘단지 내 최저가’ 등을 앞세운 11억 원대 매물이 쏟아지는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깡통전세’가 속출할 우려도 크다. 깡통전세는 집 주인이 집을 처분해도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할 위험이 큰 거래를 말한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이 크다. 경매로 넘어가 한 차례 유찰되면 최저 낙찰가는 감정가의 80%로 떨어지는데 대출이 없거나 세입자가 최우선 순위인 경우에 전세금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찰이 두 번 이상 이어지면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만큼 세입자 피해는 더 커진다.
서울시의 ‘전월세 시장지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시 신규 계약 빌라 전세가율은 평균 84.5%로 집계됐다. 신축 빌라가 많은 강서구(96.7%)와 금천구(92.8%), 양천구(92.6%) 등은 전셋값이 매매가의 90%를 웃돌아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관악구(89.7%), 강동구(89.6%), 구로구(89.5%)도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전세가율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피하고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전세자금대출은 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보증하는데 상환보증은 모든 대출에서 필수로 가입해야 한다. 상환보증에 가입하면 세입자가 집 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을 경우 보증기관이 세입자 대신 대출금을 상환해준다. 다만, 지금 같은 전셋값 하락기에 상환보증만으로는 걱정을 떨쳐내기 힘들다. 남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을 완전히 덜고 싶다면 반환보증이 좋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나 SGI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을 활용하면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 HUG나 SGI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전세금이 하락하거나 집 주인 신용에 문제가 생겨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글 김경민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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