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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주52시간 원자재 3중고 덮친 중기 '가격인상 도미노' 2021-06-10 23:17
◆ 원자재發 물가상승 ◆
원자재 가격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최저임금 상승 등 중견·중소기업을 덮친 '삼중고'가 연쇄 가격 인상으로 옮아갈 조짐이다. 침대, 식탁 등 일부 가구 가격이 이미 오른 데 이어 철근 가공, 시멘트 등 제조 중소기업 전반에 걸쳐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보인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은 지난 3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2021년도 철근가공 표준단가 인상 방침'을 통과시켰다고 10일 밝혔다. 이번에 올린 철근가공 표준단가는 t당 6만3000원이다. 기존 표준단가는 t당 5만2000원이었다. 철근가공조합 관계자는 "철근 가공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라며 "지난 3년간 미반영된 최저임금 인상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리스크 등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음달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돼 영세 기업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삼중고는 시멘트, 레미콘, 가구 등 다른 업계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제조 원가 중 약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폭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5월 28일 기준 유연탄 가격은 87.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평균 대비 무려 43.2%나 급증한 수치다.
가구 업계에선 원자재값 상승이 실제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대한목재협회에 따르면 4월 수입 목재 가격은 전달 대비 평균 7.16% 올랐다. 한샘에 따르면 가구의 주요 원자재인 파티클보드(PB) 가격도 지난해 8000원대에서 올해 들어 1만3000원 수준까지 63% 가까이 올랐다. 노동 집약적으로 생산되는 목재 원자재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는데, 올해 들어 경제 회복 기미가 보이며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올랐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에서 올해 공장을 다시 돌리며 목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일부 목재는 국내 생산만으로 전체 시장 공급이 불가능해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레미콘 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으로 단축된 레미콘 차량 지입차주 근무시간의 영향을 받았다.
치솟는 원목값에…3월 가구값 올린 한샘, 석달만에 또 인상

"안 오르는 게 없다"
가구 원자재 올 최대 63% 올라
철근·유연탄값도 줄줄이 폭등
주조·금형 등 뿌리산업 '타격'

中企는 엎친 데 덮쳐
내달 50인 미만도 '주 52시간'
최저임금 급등에 경영난 심화
"버티다 한계, 가격인상만 살길"
경기도 안산의 한 금형 업체 대표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뿌리산업 기업 대부분은 철과 주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우리도 원자재는 비싸졌지만 금형 가격은 제대로 못 받고 있어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인데, 다음달이면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도무지 말이 안 나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등 '삼중고'가 일거에 중소기업을 덮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가뜩이나 모자란 인력을 운용하는 데 차질을 빚고,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건비 부담에 시달린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원료비까지 올라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티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수출기업 삼중고'와 양상이 또 다르다. 수출기업 삼중고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원화 강세 등 세 가지가 원인이다. 원자재 가격 측면에선 비슷하지만 중소기업 삼중고는 인력 운용과 비용 등 기업 생존을 결정하는 기본 요소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업 생사를 위협하는 문제다. 중소기업 삼중고는 다방면에서 기업 경영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시멘트 업계는 협력업체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을 받아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근무시간이 단축됐고, 이에 따라 설비 보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는 통상 건설 업계 비수기인 동절기에 각종 설비를 보수한다. 하지만 짧아진 근무시간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으로 지난 동절기에 설비 보수를 모두 끝내지 못했다. 날씨가 따뜻해져 건설 업계 성수기가 시작됐지만 늘어진 설비 보수로 인해 시멘트가 제때 공급되지 못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작업 시간 단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인한 공사 현장의 작업 여건 변화 등으로 보수 기간이 늘어나 제조설비 가동 시간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중소기업에 '악몽'으로 자리 잡았다. 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등 6개 기술 분야가 뿌리산업에 포함된다. 뿌리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철강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유통 가격은 지난 4월 말 110만원에서 지난달 21일 기준 130만원까지 상승했다.
금형 업체 관계자는 "금형의 경우 재료비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이고 주물 등 다른 뿌리산업 업계는 7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 폭등은 실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목재 가격 상승에 고민하던 가구 업계는 결국 가격 인상 버튼을 눌렀다.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크게 높아진 점도 플라스틱 활용이 많은 가정용·사무용 가구에 영향을 많이 줬다. 지난 3월 부엌·가정용 가구 제품 등의 가격을 올렸던 한샘은 지난 7일 불과 석 달 만에 추가 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침대 업계에선 에이스침대, 시몬스가 지난 4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8~15% 인상했다. 퍼시스그룹 브랜드인 일룸도 지난 1일 제품 가격을 평균 5.9% 올렸다.
시멘트 업계 역시 유연탄값 폭등에 따라 가격 인상을 요구할 태세다. 한국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평균단가는 유연탄 가격 상승 흐름과 반대로 2014년 6만8100원에서 2020년 6만900원으로 10.6% 하락했다.
시멘트 업계는 t당 약 8만1000원을 적정 가격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 가격이 올랐는데 가격을 올리는 건 당연하다"고 밝혔다.
레미콘 업계는 원자재가 아닌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레미콘 가격은 지난해 10월 기준 2009년 대비 10.5% 상승했지만, 레미콘 운반비는 무려 68.64% 늘어났다. 이는 협상된 기준 가격을 토대로 계산됐는데, 실제 거래되는 레미콘 가격은 이보다 낮게 형성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레미콘 차량 운전자들은 여전히 운반비를 올려달라고 하고 있다. 지난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는 청와대 분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레미콘 운송 차량에 대한 진입 규제(수급 조절)를 현상 유지해야 한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최근 공문을 통해 수도권 소재 100여 개 레미콘 업체에 "운반비를 전년 대비 15%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운반비를 올려준다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1분기 레미콘 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빴는데, 이 상태에서 운반비만 오르고 가격은 그대로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조차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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