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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조 눈치만 본 노동위 택배 ‘기획파업’ 묵인 2021-06-11 12:05
지방의 한 노동위원회(지노위)가 대리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택배노조의 단협 요구안이 대리점주 권한 밖에 있다는 점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채 노조 측에 파업권을 부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택배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택배 대리점주 등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0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지노위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 단위 택배노조가 전략적인 기획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과, 노조의 요구사항이 대리점주 권한 밖이라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노조의 쟁의신청에 대해 지난달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대다수 노동전문가들은 이같은 노조의 요구는 '(대리점주의) 교섭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 지노위 결정은 되레 노조가 합법적 파업을 위한 절차를 거쳤다고 인증해준 셈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지노위 관계자는 택배 대리점주 A씨에게 "(거대노조가) 전략적으로, 전국적으로 진행중인 내용이기 때문에 점주님들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안됐던 상황들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노조 전체 차원의 요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안다"고도 했다.
실제 해당 노조가 제시한 단협안에는 △터미널 내 휴게실 설치 △휴게실 내 매점 설치 △모든 터미널에 여성전용 화장실 설치 등 개별 대리점 작업환경과 무관하거나 대리점주 차원에서 들어줄 수 없는 요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애초에 대리점주가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조정신청을 접수해 파업권을 따내는 패턴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기획파업이 전국 단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지노위 관계자는 A씨에게 "아랫지방 같은 데는 벌써 작년부터 (파업을 위한 조정신청 작업이) 진행이 됐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앙노동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택배노조 관련 노동쟁의 조정신청은 총 78건으로 이중 54건이 '조정중지'로 결정됐다. 10건 중 7건은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점주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부분 개인사업자인데다 현행법상 파업기간 중 대체인력을 고용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파업으로 인해 대리점주들이 입는 피해는 일일 기준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수준이다. 손해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에 이르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산별노조에서 개별 대리점을 상대로 정부입법이나 원청의 권한이 필요한 사안을 요구해 파업권을 획득하는 것은 '목적이 불법인 파업'에 해당한다"며 "다만 현행법상 목적이 불법인 파업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이 없어 대리점주들이 모든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코로나 수렁 여전한데…"夏鬪" 머리띠 매는 거대 노조

택배·건설·기계 줄파업 돌입
전문가 "경기회복 찬물 우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 경제가 간신히 회복 국면에 올라서자마자 노동계가 잇달아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자칫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이 불량 소형 타워크레인의 완전 퇴출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지난 8일 오후부터 전국 공사 현장의 3500여 대 타워크레인이 가동을 중단했다. 전국 타워크레인 4000여 대 중 90%에 가까운 규모다. 또 전날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합물류센터에서 노조원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노조 조사에 따르면 전국 택배인력 중 파업에 참여한 비율은 15.3% 수준이지만 파업이 장기화해 분류해야 할 택배물량이 쌓이면 전국적으로 택배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기계노조도 총파업을 예고하며 본격적인 '하투(夏鬪)'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전날 민주노총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 유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도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GM에 시트 등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한 곳은 최근 노조의 부분 파업이 일주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특근 수당을 200%까지 지급해달라는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사측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자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가까스로 회복세에 들어선 시점에 민주노총 등 거대노조가 파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1.7%를 기록해 당초 예상했던 1.6%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계가 파업에 나서는 것 자체가 바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진 않겠지만 결국 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조 요구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시켜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전체 경기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도 "최근 기업들의 생산, 수출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노조 파업이 본격화하면 노동손실일수가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여전히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코로나19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e-고용노동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손실일수는 전년(40만2000일)보다 37.5% 늘어난 55만일이다. 근로손실일수는 2019년에 전년 대비 27.2% 감소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분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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