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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거주 집 보유세…서울이 미국의 2배 2021-05-17 23:05
◆ 너무 다른 韓·美 보유세 ◆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실리콘밸리 부촌 팰로앨토에서 시가 25억원(228만달러·공급면적 155㎡)가량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인 A씨는 지난해 보유세로 총 418만원을 냈다. 올해도 보유세가 조금 올랐지만 426만원만 내면 된다. 캘리포니아의 명목 보유세율은 집값의 1.1%지만, 실제 내는 보유세는 매입할 때 낸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에 더해 매년 보유세 증액 상한선이 2% 이내여서 20년 전 집을 구매한 A씨는 낮은 매입가의 혜택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반면 한국 서울 강남에 비슷한 시가의 아파트(압구정동 미성2차 공급면적 106㎡)를 20년 이상 소유한 1주택자 B씨(70)는 장기보유 공제와 고령자 공제로 종부세를 80%나 공제받지만, 올해 보유세(종부세+재산세)로 749만원을 내야 한다. 강남 주택 장기보유 1주택자가 서울 전체보다 평균 소득수준이 3배 이상 높은 실리콘밸리 장기보유자보다 보유세가 더 높은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캘리포니아는 보유세를 낮게 내고 있는 기존 1주택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더 비싼 집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하고 나섰다. 기존 집주인의 재산권을 인정하면서 인센티브를 통해 자유로운 사고팔기와 집주인, 세입자, 중개업자의 이익과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유도하는 셈이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4년 내내 보유세(재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까지 급격히 끌어올려 국민들에게 세금폭탄을 안기면서 집주인도 세입자도 오도 가도 못해 매물을 잠기게 만든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17일 캘리포니아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캘리포니아주는 55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상급지'(기존 주택보다 더 비싼 가격의 주택)로 갈아탈 경우 재산세 혜택을 주는 주민발의안 19를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오래전 주택을 구매한 주민은 그동안 낮은 보유세를 냈다. 매입가 기반으로 보유세율(약 1.1%)을 정하고, 매년 2% 내로 보유세를 올리는 안을 1978년부터 시행했기 때문이다. 시가 20억원의 주택을 기준으로 본다면,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해당 주택을 구입하면 연간 220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하지만 이전에 낮은 가격에 구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보유세를 수백만 원만 내면 된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경훈 인테로부동산 대표는 "최근 주민발의안 19로 인해 고가 주택 장기보유자의 주택 매도가 늘고 있다"며 "미국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재산권을 잘 보호해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보유세는 취득가로 과세…韓선 무조건 시세대로 '稅폭탄'

한집에 오래 산 토박이에 稅혜택 주는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 소득수준 서울의 3배
보유세 상승률 年2%로 묶여
장기보유땐 강남보다 稅부담 작아

5억에 매입한 주택 10억에 팔고
12억집 샀다면, 韓12억원에 과세
미국에선 최초 매입가 5억원에
新舊주택 차액 더한 7억에만 과세
15년 이상 서울 강남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가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장기 보유자의 보유세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정부 들어 공시가를 올리면서 기계적으로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율)까지 끌어올리는 초법적인 '세금폭탄'을 터뜨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특히 자기 집에서 오래 살면서 장기 보유를 하고 투기와 하등의 관련도 없는 선량한 1주택자도 이 세금폭탄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현 정부 들어 세 부담이 배 이상 늘었다. 당정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줄이는 안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공시가 12억원 초과(시가 15억원 초과) 고가 주택은 이에 해당되지 않을 전망이어서 고가 주택 장기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올해부터 '재산세를 별로 안 내는' 장기 보유자가 상급지로 갈아탈 경우 재산세 혜택을 주는 안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와 다르게 그들의 재산권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인센티브를 통해 매물을 나오게끔 유도하는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17일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질로, 호갱노노 등을 종합해보면 시가 26억원 상당의 대치동 미도 아파트 전용 85㎡(공급면적 114㎡)를 15년 이상 장기 보유한 A씨(65세 이상·1주택자)의 올해 보유세는 793만원인 데 반해 비슷한 가격대의 40평대 단독주택을 실리콘밸리 부촌인 쿠퍼티노에서 15년 이상 장기 보유하고 있는 미국인 B씨의 연간 보유세는 500만원 정도다. 장기 보유자의 강남 아파트 보유세가 실리콘밸리를 앞지른 것이다. 실제로 국내 A씨의 경우 종부세를 최대 80%(장기 보유+고령자 공제) 감면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보유세 '역전 현상'의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의 합리적인 세제다. 미국 캘리포니아가 1978년부터 보유세 상승률을 연 2%로 제한한 영향이 크다. 주민발의안13(Propositon 13)으로 알려진 조치다. 2018년 작고한 글렌 피셔 전 위치토주립대 명예교수는 미국 재산세의 역사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정부가 집값 상승을 세수 확보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재산세 상승으로 인해 내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이로 인해 뿔난 민심이 조세저항(Tax Revolt)을 했고 그 결과물이 주민발의안13"이라고 서술한 바 있다.
그 덕분에 질로, 레드핀 등 미국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서 20억~30억원대 매물로 나온 집의 세금 내역을 보면 집값에 비해 상당히 낮은 재산세를 부담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가령 시가가 30억원이나 하면 명목 보유세율(1.1%)상 3300만원을 내야 하는데, 실제로 세 부담이 500만원도 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지에서 부동산·주식 투자업을 하고 있는 김용훈 VCNS파트너스 대표는 "캘리포니아 주택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40년 이상 보유세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금이나 투자에 있어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때문에 소유자들이 한번 집을 사면 잘 안 나가는 부작용도 있었다. 만일 기존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구입하게 되면 시세에 맞춰서 재산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정부는 1986년부터 주민발의안60을 시행 중이다. 55세 이상 고령자가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을 팔고 하급지(가격이 더 싼 주택)로 갈아탈 경우 기존 주택에서 내던 낮은 보유세를 그대로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수준의 하락을 염려한 사람들 때문에 그리 활성화되진 못했다. 미국 유명 부동산 중개 업체 캘러윌리엄스 소속 그레이스 박 씨는 "주민발의안60은 전체 실리콘밸리 지역에 해당되는 게 아니라 일부 카운티에서만 적용되고 한 번만 가능하다는 등 여러 조건이 붙기 때문에 이용 빈도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캘리포니아가 올해 2월부터 새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주민발의안19다. 55세 이상 고령자가 캘리포니아 내 지금 거주하는 집을 팔고 상급지(가격이 더 비싼 주택)로 갈아탈 경우 재산세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그것도 캘리포니아 전역이 시행 대상이다. 가령 50만달러에 산 주택을 200만달러에 팔고, 250만달러짜리 집을 샀다고 하면 기존에는 250만달러에 대한 재산세(1.2%)로 연간 3만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앞으로는 50만달러(기존 주택 매입가)에다 50만달러(신규 주택 매입가-기존 주택 처분가)를 더한 100만달러에 대해서만 보유세를 내면 된다. 연간 3만달러에서 연간 1만2000달러로 재산세가 감면되는 효과가 나온다. 기존 주택 소유자는 상급지로 갈아타도 재산세가 확 늘지 않으니 좋고, 기존 주택 소유자들 매물이 시장에 나오다 보니 신규 진입도 가능해진다.
고가 주택에 대해 '징벌적 세금'으로 압박하는 우리 정부와는 달리 기존 주택 소유자의 재산권을 인정해주면서도 인센티브를 통해 시장을 더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캘리포니아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중과가 전혀 없다. 우리의 경우 종부세 최고세율을 최대 3%(올해 기준)까지 올리면서 강남권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를 보유한 2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만 9975만원을 내야 한다. 이는 지난해 보유세(4269만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는 종부세 공제(장기 보유·고령자)를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이 크다.
[실리콘밸리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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