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탈탄소 코드 맞춘 산림청…무리한 벌목 '뭇매' 2021-05-17 17:37
산림청이 나이 든 나무를 베어내고 새 나무를 심어 탄소 감축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환경단체 등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예정에 없던 브리핑까지 열어 해명에 나섰다. 무분별한 벌채로 알려진 현장이 탄소중립과는 무관하게 예전부터 정상적으로 이어온 산림경영 활동이라는 것이다. 올해 들어 불붙은 부처 간 탄소중립 정책 경쟁 속에서 통상적인 벌목과 식수 업무를 무리하게 탄소중립에 갖다 붙였다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17일 산림청은 나이 든 나무를 벌채한 뒤 어린 나무를 심는 숲 조성 방안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언론에 거론된 강원 홍천과 충북 제천 지역의 목재 수확은 탄소중립 계획과 무관한 통상적이고 합법적인 목재 수확 임지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현재 전체 산림 중 3분의 1가량인 234만㏊를 목재 생산 등을 위한 경제림으로 정해 임업경영을 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일부 언론에서 무분별한 벌채 지역으로 보도한 곳이 경제림 지역으로 탄소중립과 무관하게 국내 목재 공급 등을 위해 임업인들이 정상적으로 벌목을 해온 곳이라는 해명이다. 아울러 최 청장은 "산림보호구역 167만㏊를 포함한 휴양림, 재해방지림 등 나머지 구역에서는 벌채를 금지하는 등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목재 수확량이 연간 480만㎥로, 산림 총축적량의 0.5%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9개국 중 27위로 낮은 수준이다. 국산 목재 자급률도 16%에 불과해 매년 84%에 해당하는 국내 목재 수요량을 뉴질랜드 등 해외 임업 선진국에 의존하는 실정이어서 최소한의 임업 활동은 필요하다는 해명이다.
이번 논란의 시발점은 산림청이 지난 1월 올해 업무계획으로 탄소중립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50년까지 30억그루의 나무를 심어 매년 3400만t의 탄소를 흡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린 나무를 심기 위해 기존에 고령화된 숲의 3억그루 나무를 베어내겠다는 계획이 공개되면서 탄소중립을 위해 산림을 파괴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산림청이 확실하지도 않은 숲의 탄소흡수량을 근거로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14년 대부분 종의 나무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산림청은 나무 한 그루의 흡수량은 나무가 나이를 먹을수록 많아지지만 단위면적당 탄소흡수량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국제적인 연구 결과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탄소흡수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린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는 논리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산림청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2050 탄소중립' 정책목표에만 매진한 나머지 숲의 다양한 공익 가치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산림청은 2018년 한국 숲의 가치가 221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온실가스 흡수·저장(75조6000억원)을 제외한 산림 경관, 토사 유출 방지 등 다른 기능이 부가가치의 3분의 2에 달한다.
녹색연합 관계자도 "나무를 베지 말고 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탈탄소를 원한다면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 배출을 줄이는 게 맞는다. 숲이 지닌 공익적 기능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 조한필 기자 / 송민근 기자 / 박동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