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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에 돈 묻어놓는 서학개미…전문가 "당분간 약세 지속할 것" 2021-05-17 20:05
# 직장인 A씨는 올 들어 미국 나스닥 직접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달러 약세로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 초반으로 오르자 비상금 5000달러를 환전해 증권사 달러계좌에 예치해뒀다. A씨는 "달러가 쌀 때 미리 투자금을 확보해놓고 증시 조정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주식을 사 모을 계획"이라며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달러 가치도 올라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우리나라 외화예금이 사상 최대치인 94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호조로 달러 대금이 기업들 계좌에 두둑하게 입금된 데다 달러당 원화값 상승에 개인들이 달러 저가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5월 들어서도 달러값의 추가 상승을 기대한 기업과 개인들이 달러를 사들이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4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거주자외화예금은 948억3000만달러로 지난 3월 말 927억달러 대비 21억3000만달러 늘어났다. 거주자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을 뜻한다. 기업과 개인 달러화예금 모두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기업 달러화예금은 636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619억2000만달러)에 비해 17억7000만달러 늘었다. 개인 달러화예금도 180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174억3000만달러)에 비해 6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한은은 달러당 원화값이 지난 3월 말 1131.8원에서 4월 말 1112.3원으로 오르면서 개인들이 외화를 사들였다고 분석했다. 은행 관계자는 "달러 약세가 나타날 때마다 저가 매수 수요가 늘고 개인의 달러화예금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 자금도 늘어났다. 지난 7일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던 뉴욕 증시가 그다음 주 인플레이션 우려로 급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서학 개미들의 매수·매도 거래가 잦아지면서 증권사 예탁금이 늘어났다. 증권사는 이 같은 예탁금을 대기성 자금으로 보고 은행 외화예금에 예치하는데 한은 통계상으로는 기업이 보유한 외화예금으로 집계된다.
지난달 달러당 원화값은 강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 약세 전환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인플레이션 우려에 안전 자산 선호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이는 달러당 원화값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20원 내린 1134.37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4월 말 대비 22원가량 내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긴축 가능성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최근 환경 변화가 원화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PB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당 원화값은 1050원에서 1200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달러 강세에 투자한다면 많은 수익을 거두긴 힘들겠지만 달러 송금이나 투자 필요성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이 가격에 달러를 더 확보해놓을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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