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골드

뉴스

“한은 7가지 괴담에 발목”…美·日 질주하는데 韓 디지털금융 ‘제자리걸음’	2025-11-10 14:36
‘원화 코인’ KRWQ, 美서 먼저 발행…‘쇄국’ 韓, 안방 시장 내주나 “규제가 신뢰” 美는 ‘지니어스법’ 통과…韓 “예금만 맡겨라” 엇박자 안도걸·민병덕 의원 “달러가 99.8% 장악, 통화주권 위협” 이근주 핀테크협회장 “선제적 주도권 확보해야” 자본연 “이자지급 금지, 준비금 비율 설정” 등 안정적 제도화 방안 제시 이종섭 교수 “단순결제 넘어 크립토 유동성→STO 시장 연결하는 허브 돼야” “미국은 ‘지니어스 법(GENIUS Act)’으로 달러 패권을 다지고, 일본은 ‘JPYC(엔화 스테이블코인)’를 발행했다. 유럽연합(EU)마저 ‘미카(MiCA)’ 법안으로 유로 코인을 11개나 유통 중이다. 전 세계가 ‘디지털 통화 주권’ 확보에 사활을 거는 동안,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론회’에서 터져 나온 질타다. 안도걸·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디지털 금융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위기감으로 가득 찼다. 공격의 포문은 안도걸 의원이 열었다. 안도걸 의원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2947억 달러 중 달러가 99.8%를 차지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은 플랫폼 성격이 강해 시장 선점 효과가 절대적이다. 달러 코인이 글로벌 표준이 되면 원화는 설 자리를 잃는다”고 경고했다. 이어서민병덕 의원은 “우리는 아직도 한국은행의 ‘7가지 괴담 논쟁’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기술은 준비됐고 시장은 요구하는데 우리만 제자리걸음”이라며, 한은이 제기하는 ▲통화정책 저해 ▲금융안정 리스크 ▲자금세탁 등 7대 우려는 “기술이 아닌 규제 설계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현금보다 안전한 관리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쇄국(鎖國) 정책’이 이어지는 사이, 한국의 금융 주권은 이미 외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월 말, 미국계 기업 IQ와 프랙스(Frax)가 미국 코인베이스의 ‘베이스(base)’ 네트워크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RWQ’를 전격 발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 규제가 막혀있자 ‘역외 원화 코인’이 먼저 탄생한 것이다. ◆韓 “안전” 우선할 때 美 “규제로 신뢰” 확보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뢰’에 대한 인식 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은행은 ‘신뢰가 낮다’고 지적하지만, 신뢰는 본래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용 경험’이 축적되며 형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 전자상거래, ATM 모두 초기에는 “위험하다”는 불신을 겪었다는 것이다. 특히 문 교수는 최근 미국이 ‘지니어스 법’을 통과시키며 규제를 명확히 하자, 오히려 시장의 신뢰가 제고돼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B2B(기업 간) 결제는 월 64억 달러에 달하며 전통 국제결제망의 비효율을 대체하고 있다”며 “규제가 신뢰를, 신뢰가 사용을 확대하는 선순환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 족쇄 아닌 가이드라인 돼야” 한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안정적 혁신’을 이룰 해법도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구체적인 ‘한국형 제도화 방향’을 제시했다. 장 박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의 저비용 개인 예금을 고비용 법인 예금으로 대체시켜 조달비용을 높일 수 있고, 국내 단기 안전자산 시장이 좁아 준비자산 수요가 시장금리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EU MiCA 법안 등을 근거로 ▲자금 유입(pre-funding) 없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예금과의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보유자에게 이자 지급을 금지하며 ▲초기에는 준비자산 내 예금 보유 비중을 30~60%로 높게 설정하고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통화안정을 위해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에 긴급조치명령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 결제 넘어 ‘K-자본시장’ 허브로” 다음 발제자로 나선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결제’ 수단이 아닌 ‘차세대 자본시장 인프라’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 투자자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입하려면 ‘원화(KRW)→달러(USD)→달러 스테이블코인(USDT)’의 복잡한 환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고리를 끊고 ‘원화(KRW)→원화 스테이블코인(KRWS)’으로 바로 진입하는 생태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궁극적 목표로 ‘글로벌 유동성의 한국 자본시장 유입’을 제시했다. 해외 투자자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을 매도한 자금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하고, 이 자금으로 한국의 ‘토큰증권(STO)’ 시장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담보물을 예금(토큰)으로만 제한하면 은행 중심 시스템에 머문다”며 “국채, 우량 회사채까지 담보를 확장해 국내 자본시장을 고도화하는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해킹 위험이 큰 ‘브리지’ 방식 대신 ‘네이티브 멀티체인’ 발행 방식을 채택하고, 은행 KYC(고객확인)를 넘어선 블록체인 기반 KYW(지갑확인)·KYT(거래확인) 체계를 핀테크 기업 주도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궁극적 목표는 ‘금융 디지털화’가 아니라, 데이터가 경제 가치를 만드는 ‘데이터 기반 대한민국’으로의 전환”이라며 정책 당국의 과감한 ‘행위 중심 규제’를 촉구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은 7가지 괴담에 발목”…美·日 질주하는데 韓 디지털금융 ‘제자리걸음’

2025-11-10 14:36

‘원화 코인’ KRWQ, 美서 먼저 발행…‘쇄국’ 韓, 안방 시장 내주나
“규제가 신뢰” 美는 ‘지니어스법’ 통과…韓 “예금만 맡겨라” 엇박자
안도걸·민병덕 의원 “달러가 99.8% 장악, 통화주권 위협”
이근주 핀테크협회장 “선제적 주도권 확보해야”
자본연 “이자지급 금지, 준비금 비율 설정” 등 안정적 제도화 방안 제시
이종섭 교수 “단순결제 넘어 크립토 유동성→STO 시장 연결하는 허브 돼야”

“미국은 ‘지니어스 법(GENIUS Act)’으로 달러 패권을 다지고, 일본은 ‘JPYC(엔화 스테이블코인)’를 발행했다. 유럽연합(EU)마저 ‘미카(MiCA)’ 법안으로 유로 코인을 11개나 유통 중이다. 전 세계가 ‘디지털 통화 주권’ 확보에 사활을 거는 동안,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론회’에서 터져 나온 질타다. 안도걸·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디지털 금융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위기감으로 가득 찼다.

공격의 포문은 안도걸 의원이 열었다. 안도걸 의원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2947억 달러 중 달러가 99.8%를 차지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은 플랫폼 성격이 강해 시장 선점 효과가 절대적이다. 달러 코인이 글로벌 표준이 되면 원화는 설 자리를 잃는다”고 경고했다.
이어서민병덕 의원은 “우리는 아직도 한국은행의 ‘7가지 괴담 논쟁’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기술은 준비됐고 시장은 요구하는데 우리만 제자리걸음”이라며, 한은이 제기하는 ▲통화정책 저해 ▲금융안정 리스크 ▲자금세탁 등 7대 우려는 “기술이 아닌 규제 설계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현금보다 안전한 관리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쇄국(鎖國) 정책’이 이어지는 사이, 한국의 금융 주권은 이미 외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월 말, 미국계 기업 IQ와 프랙스(Frax)가 미국 코인베이스의 ‘베이스(base)’ 네트워크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RWQ’를 전격 발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 규제가 막혀있자 ‘역외 원화 코인’이 먼저 탄생한 것이다.
◆韓 “안전” 우선할 때 美 “규제로 신뢰” 확보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뢰’에 대한 인식 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은행은 ‘신뢰가 낮다’고 지적하지만, 신뢰는 본래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용 경험’이 축적되며 형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 전자상거래, ATM 모두 초기에는 “위험하다”는 불신을 겪었다는 것이다.
특히 문 교수는 최근 미국이 ‘지니어스 법’을 통과시키며 규제를 명확히 하자, 오히려 시장의 신뢰가 제고돼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B2B(기업 간) 결제는 월 64억 달러에 달하며 전통 국제결제망의 비효율을 대체하고 있다”며 “규제가 신뢰를, 신뢰가 사용을 확대하는 선순환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 족쇄 아닌 가이드라인 돼야”

한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안정적 혁신’을 이룰 해법도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구체적인 ‘한국형 제도화 방향’을 제시했다.
장 박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의 저비용 개인 예금을 고비용 법인 예금으로 대체시켜 조달비용을 높일 수 있고, 국내 단기 안전자산 시장이 좁아 준비자산 수요가 시장금리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EU MiCA 법안 등을 근거로 ▲자금 유입(pre-funding) 없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예금과의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보유자에게 이자 지급을 금지하며 ▲초기에는 준비자산 내 예금 보유 비중을 30~60%로 높게 설정하고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통화안정을 위해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에 긴급조치명령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 결제 넘어 ‘K-자본시장’ 허브로”

다음 발제자로 나선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결제’ 수단이 아닌 ‘차세대 자본시장 인프라’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 투자자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입하려면 ‘원화(KRW)→달러(USD)→달러 스테이블코인(USDT)’의 복잡한 환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고리를 끊고 ‘원화(KRW)→원화 스테이블코인(KRWS)’으로 바로 진입하는 생태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궁극적 목표로 ‘글로벌 유동성의 한국 자본시장 유입’을 제시했다.
해외 투자자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을 매도한 자금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하고, 이 자금으로 한국의 ‘토큰증권(STO)’ 시장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담보물을 예금(토큰)으로만 제한하면 은행 중심 시스템에 머문다”며 “국채, 우량 회사채까지 담보를 확장해 국내 자본시장을 고도화하는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해킹 위험이 큰 ‘브리지’ 방식 대신 ‘네이티브 멀티체인’ 발행 방식을 채택하고, 은행 KYC(고객확인)를 넘어선 블록체인 기반 KYW(지갑확인)·KYT(거래확인) 체계를 핀테크 기업 주도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궁극적 목표는 ‘금융 디지털화’가 아니라, 데이터가 경제 가치를 만드는 ‘데이터 기반 대한민국’으로의 전환”이라며 정책 당국의 과감한 ‘행위 중심 규제’를 촉구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