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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징계 두고 고민에 빠진 금감원 2019-01-11 10:08
금융감독원이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무 위반 혐의에 대한 징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자정 가까이 이어진 10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마라톤회의를 벌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본원 회의실에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했다. 하지만 논의가 길어지면서 추후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결국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무 위반 혐의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은 다음 회의로 미뤄지게 됐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제재심에서도 한투증권의 소명이 길어지면서 징계여부 결정을 연기한 바 있다. 이날도 결정이 연기된 점을 감안하면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고민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문제로 삼은 혐의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흘러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5월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벌인 종합검사에서 이 같은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사실상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개인대출에 해당해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가장 큰 쟁점은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대출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여부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다. 이 SPC는 해당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키스아이비제16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는 대신 자기 자금 없이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개인대출이 아닌 SPC라는 '법인'에 투자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두 차례에 걸친 지난 제재심에서 이 점을 적극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이번 제재건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에 총수익스와프 거래 관련 중징계 처분을 내릴 경우 금융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증권사 18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5년간 기업 관련 TRS 거래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총 17개사에서 58건의 자본시장법 위반 현황을 적발한 바 있다. 이중 10여개 대기업집단 등이 계열사 간 자금지원, 지분취득 등을 목적으로 TRS 거래를 이용한 사례가 30여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만 금감원은 TRS 거래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증권사에 대해 금융자문이라는 명목으로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해 중징계 처분을 내리지는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1호 사업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만큼 개인 신용공여 금지라는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금감원 제재 결정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징계 대상 임원진 등 중징계 내용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일문 신임 사장은 지난 7일 열린 취임 기념 첫 기자간담회에서 단기금융업무 위반에 대한 징계에 대해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금감원의 지적사항에 대해 어떻게 일을 처리했는지 명확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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