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업 압박하는 고용부장관, 노조와해 의혹 재조사 착수 2018-04-16 21:50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가 과거 해당 사안의 대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내부 조사에 나섰다. 과거 고용부가 노조 문제와 관련해 삼성에 특혜를 주거나 편의를 봐준 것이 없는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부 장관이 삼성보다 노조 편에 치우친 발언을 직접 내놓으면서 기업에 대한 고용부의 압박 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장관 산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개혁위)는 2013년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들을 이번주에 불러 근로감독 등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를 파악할 계획이다. 개혁위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이를 토대로 개선된 행정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권고안을 만들어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 노조 와해 의혹은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노조 무력화 방안 등이 담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시민단체 등의 고발에 따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삼성의 부당 노동행위 관련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삼성이 작성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2016년 3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이 문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조와 관련된 삼성 내부 문건을 확보하면서 다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고용부도 개혁위를 통해 기업이 노조에 불리한 행동을 한 것은 없는지 과거를 다시 파헤쳐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노조 출신인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직접적으로 삼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헌수 고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삼성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장관의 발언을 공개했다.
대변인에 따르면 김 장관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방해하는 사용자들의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 삼성 노조 와해 문건과 관련해 당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가 미흡한 게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고용부 담당자들이 무리하게 삼성 입장만 대변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장관이 직접 내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고용부 내부에서는 개혁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장관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고용부 행보에 대해 기업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의 민감한 영업 비밀이 담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라고 결정한 데 이어 장관이 직접 기업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등 고용부가 지나치게 친노조 성향을 보인다는 불만이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문재인정부 들어 고용부가 기업 경영의 최고 리스크 중 하나로 부각했다는 게 경영인들의 공통된 이야기"라며 "고용부가 노조 뿐 아니라 기업 경영인들의 목소리도 균형 있게 청취하면서 정책을 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