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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마케팅 다 잡은 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의 비밀 2017-08-12 06:03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19] 평소에 막걸리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막걸리에 들어가는 단맛을 내는 합성감미료 '아스파탐'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다. 체질에 안 맞는지, 막걸리 숙취도 심한 편이다.
처음 '느린마을' 막걸리를 마신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느린마을은 꽤 이름난 주도가 '배상면주가'에서 내놓은 제품이다. 궁금해서 막걸리통을 집어들고 살펴보았다. 통 뒷면에 '봄·여름·가을·겨울의 다양한 맛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디 얼마나 다른지 맛이나 한 번 보자' 했다. 배상면주가는 생산 1~3일까지의 느린마을에 '봄', 4~6일을 '여름', 7~9일을 '가을', 10일차 이후를 '겨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계절별 맛을 비교해보려고 7월 28일 생산된 제품 1통, 7월 31일에 생산된 제품 3통, 총 4통을 8월 1일에 구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있었다. 막걸리에 대한 내 인식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맛있었다. 처음 봄을 마신 뒤에는 남은 계절의 맛이 궁금해서 견디기 어려웠다.
시음과 별개로 자주 사서 마시게 될 것 같다. 아스파탐 없이 단맛을 내려면 쌀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쌀을 많이 넣어서 그런지 과연 아스파탐이 들어간 막걸리보다 1000원 정도 비싸다. 750㎖ 1통에 약 2500원이다. 정제수와 쌀, 입국, 효모로 빚었다. 알코올 도수는 6도다. 내 경우에 혼자 1통을 비우니 적당히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왔다.
◆봄(2일차, 7월 31일 생산된 제품을 8월 1일에 마시다)
걸쭉한 액체가 콸콸 사발에 쏟아진다. 마셔보니 과연 눈에 보이는 것처럼 진득하다. 크리미하달까, 우유의 식감과도 유사하다. 그리고 달다. 아스파탐과는 조금 다른 단맛이다. 더 끈적거린다. 맛은 다르지만 물엿이 연상됐다. 탄산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강한 단맛이 지나가면 새콤한 맛이 따라온다.
◆여름(5일차, 7월 31일 생산된 제품을 8월 4일에 마시다)
새콤했던 술맛이 약간 시큼하다. 봄보다는 조금 탄산이 세다. 신맛이 도드라지면서 단맛이 조금 덜하다. 봄보다 오래됐는데 되레 신선한 느낌이다. 걸쭉함도 덜하다. 마시고 나니 신맛이 제법 오래 입안에 남는다.
◆가을(8일차, 7월 28일 생산된 제품을 8월 4일에 마시다)
탄산이 더 강하다. 신맛도 더 세다. 여전히 부드러운데 크리미하지는 않다. 걸쭉함도 덜하다. 여름까지는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하면 텁텁한 감이 있는데, 가을에서는 없다. 한층 풍미가 깊다. 따라놓고 사발에 오래 두면 탄산이 빠지면서 더 진한 맛이 난다.
◆겨울(11일차, 7월 31일에 생산된 제품을 8월 10일에 마시다)
적당히 부드럽고 시큼털털하다. 신맛의 정도는 가을과 비슷한데 당도는 확연하게 떨어졌다. 탄산은 되레 약해졌다. 봄의 식감이 우유와 비슷했다면, 겨울은 딱 막걸리다. 충분히 시음하고 나니 반통쯤 남았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냈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썩 잘 만든 술이다. 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눈 것은 '마케팅'이다. 주도면밀하게 시음하고 차이점을 찾았지만 봄과 여름, 여름과 가을의 맛은 드라마틱하게 다르지는 않다. 평소에 마시면 굳이 4단계로 나눌 필요는 없다. 그저 '숙성될수록 단맛이 사라지고 신맛이 세진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어찌 됐든 간에 소비자의 궁금증을 자아냈으니 성공한 마케팅이라 할 수 있을까.
막걸리 초보자에게는 봄을, 베테랑에게는 겨울을 권하고 싶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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