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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AI·구제역땐 축산농가도 방역비 부담 2017-08-12 00:26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방역 재원을 축산업계·농가에 일부 부담시키는 방역부담금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빈번해지는 가축전염병 대책에서 일방적 수혜자인 농가에 경각심을 주고, 방역비용 지출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다.
1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농가에 방역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연구 용역을 공고했다. 최근 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끊이지 않으면서 연간 4000억원으로 불어난 방역비용을 수혜자인 농가에도 부담시킨다는 취지에서다.
2016~2017년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 보상금과 살처분·매몰 소요비용은 3729억원, 구제역 방역에는 158억원이 들어갔다. 상당 부분은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는데 축산농가가 밀집한 도농지역은 지방 재정이 열악한 곳이 상당수여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가축전염병 발생 시 지자체는 살처분 보상금의 20%, 통제·소독비용의 50%, 살처분·매몰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당초 농식품부는 지방세로 '방역세'를 신설하고 재원 2000억원가량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매년 지방 재정으로 감당하기 버겁다고 판단해 새로운 세목을 설치하고 일부를 충당할 복안이었다.
하지만 관계부처 협의 후 이는 없던 일이 됐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최근 추세는 세목을 간소화하는 것이고, 재정 운용 측면에서 방역세 같은 목적세를 만드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며 "게다가 몇 해 전에 '도축세'를 폐지해서 같은 취지의 세목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목적세는 정해진 용도에만 사용할 수 있어 운용 경직성이 크다는 게 재정 당국의 설명이다. 예상되는 세수 역시 규모가 크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농식품부는 방역부담금 연구용역을 통해 부담금 징수 주체와 부과 요건, 납부액 산정 기준과 방법 등을 정할 계획이다.
현재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들어가 있는 환경부담금, 수질개선부담금, 의약품 부작용 피해보상 등 94개 부담금 항목과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한다는 것이다. 일정에 따라 이르면 연말에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관련 정책을 수립할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부담금 추진은 최근 신설된 방역정책국에서 총괄하게 된다.
농식품부는 앞서 조직개편을 통해 가축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방역정책국 조직을 신설했다.
축산진흥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축산정책국에서 방역 업무까지 총괄해 가축질병 대처에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석민수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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