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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바이오경제시대…`퍼스트 R&D`로 스타기업 만들자 2017-06-19 20:02
◆ 글로벌 바이오스타 키우자 ① ◆
매일경제는 연중기획으로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자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올해 초 '바이오벤처 1000개 키우자' 시리즈에 이어 '글로벌 바이오스타 키우자'를 싣는다. 지난 1~2년간 한미약품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효과에서 경험한 것처럼 스타 기업 하나가 대한민국 바이오헬스케어 생태계 전체를 선순환시키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30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바이오벤처들의 확장 전략을 논의하고 창업가들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바이오헬스 창업 페스티벌도 개최한다.
뇌졸중 환자를 위한 재활 의료기기인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만드는 네오펙트의 반호영 대표는 올해 1월 거주지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 2017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라파엘 글러브는 시카고에 있는 세계적 재활병원인 RIC(Rehabilitation Institute of Chicago)에 판매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반 대표는 "병원 치료사와 의사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과 집에서 훈련하는 개인 환자들을 위한 렌탈서비스인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 위해 미국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바이오 전문매체 피어스바이오텍은 최근 90억원 투자를 받은 한국 바이오벤처 '오름 테라퓨틱'을 메인 기사로 소개했다. 한미약품 등 규모가 큰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이 등장한 적은 있었지만, 이제 막 초기 투자를 받은 작은 바이오벤처가 보도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8일에는 SK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이 아일랜드 스워즈시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대형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의 작년 매출은 2000억원 정도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설비를 통째로 인수한 첫 사례다. 내년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는데, SK가 유럽에 합성의약품 생산거점을 확보하면서 K-바이오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SK·LG 등 대기업들의 진출과 셀트리온·한미약품의 글로벌 성공이 한 축이고, 규모는 작지만 세계적 연구개발(R&D) 핵심 역량이 있는 바이오벤처들이 다른 한 축을 담당한다. 이 중에서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는 '바이오 스타'가 나오면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이면 바이오경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바이오경제란 바이오 기술이 고령화와 질병 극복 등 인류 난제를 해결하고, 주요 성장동력이 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말한다. 바이오산업은 건강(제약·의료기기 등 레드바이오), 식량(농축수산식품 등 그린바이오), 환경과 에너지(바이오 소재와 에너지 등 화이트바이오)를 아우르며 꾸준히 성장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글로벌 바이오시장은 2020년부터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3대 산업 합계 규모를 뛰어넘어 나 홀로 지속적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현재 2%에 불과한 한국 제약바이오의 글로벌 점유율을 향후 10년 안에 5%(약 170조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지원 계획을 만들었다.
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퍼스트 R&D(글로벌 1등 기술)'를 제시하고 있다. 바이오경제 시대에는 R&D가 곧 일자리고 산업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등 레드바이오 분야는 창업해서 결실을 맺기까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다. 2030년 바이오경제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금 당장 '퍼스트 R&D'의 씨앗을 뿌리고 잘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2013년 국내 바이오벤처 데이터베이스(DB) 연구를 주도했던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산업혁신연구본부장은 "35~45세 신진 연구자 그룹이 향후 10년간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우리 바이오경제 전략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바이오는 대규모 장치산업도 아니고 목표로 할 질환도 많다. 기술도 아주 세분화돼 있고 어느 분야가 뜰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미친 아이디어'가 성공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창업가와 연구자가 미친 듯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간섭 없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자 출신으로 국가영장류센터장을 지낸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도 "과학자들은 창의성이 가장 뛰어난 집단이지만, 틀에 가둬 놓으면 창의성이 가장 떨어지는 사람들"이라면서 "모럴해저드는 강력히 처벌하되 '성실한 실패'는 응원하면서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경제 혁신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 절실하다. 연구실에 잠자고 있는 기초·원천 R&D가 창업·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일원화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력한 실행 조직을 갖춘 '바이오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지점이다. 바이오산업 지원과 관리 감독에만 미래부, 복지부 등 7개 부처가 관여하고 있다. 컨트롤타워와 관련해서는 부처 간 입장 차이 못지않게 업계와의 온도 차이도 크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정부 역할이 규제를 완화하거나 장애물을 치워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바이오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용어 설명>
▷ 바이오경제 : 바이오 기술로 고령화와 질병을 극복하는 등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풍요롭고 안전한 먹거리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인류 복지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새 경제 패러다임을 말한다.
[특별취재팀 = 신찬옥 기자(팀장) / 서진우 기자 / 김혜순 기자 /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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